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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뚜루 마뚜루] 이승엽처럼 아베도 '은닉구'에 당했다

--홍윤표 야구

by econo0706 2022. 9. 23.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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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08. 15.

 

야구는 상대의 약점을 파고들어 승부를 내는 대표적인 종목이다. 특히 일본야구는 잔재주에 밝다. 사인 훔치기에도 능하고 상대 약점이나 허점을 집요하게 물고늘어진다.

8월15일, 히로시마 시민구장에서 열린 요미우리 자이언츠-히로시마 도요카프전에서 요미우리 포수 아베 신노스케(28)가 한순간의 방심으로 히로시마 2루수 야마사키 고지(27)의 ‘은닉구’에 어이없이 당하는 장면이 나왔다.

1-1로 팽팽한 흐름이 계속되고 있던 7회 선두 이승엽이 안타를 치고나간 다음 아베의 볼넷과 후속 시미즈의 보내기번트로 1사 2, 3루가 됐다. 요미우리로선 적시타 한 방만 터져준다면 승기를 잡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시미즈의 번트타구를 건네받아 1루를 찍었던 야마사키가 볼을 투수에게 던지지 않은 채 슬그머니 감추고 2루쪽으로 간 뒤 2루주자였던 아베가 베이스를 벗어나자마자 득달같이 달려들어 태그아웃시켰다. 요미우리 벤치가 즉각 심판진에 어필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규칙상 하자가 없는 행위였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이승엽도 2006년 4월 2일 요코하마 베이스타스전에서 ‘은닉구’에 당한 적이 있다. 일본 언론은 당시 이승엽의 버릇이 요코하마 1루수 사에키에게 읽혔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일본 프로야구 무대에서 은닉구는 대개 2루수가 성공시킨 사례가 많고 1970년대 말 도에이 플라이어스는 한 시즌에 4차례나 성공한 사례가 있다고 한다.

은닉구(hidden-ball trick)의 발상지는 물론 야구 종주국인 미국이다. 1908년에 그런 사례가 있었을 정도로 유례가 오래됐고 1958년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2루수 닐 폭스가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빌리 가드너를 상대로 성공한 일이 있다. 가까이는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베테랑 3루수 맷 윌리엄스가 1997년 9월 19일 새내기 선수를 상대로 ‘히든볼 트릭’을 행한 바 있다.

 

한국 프로야구판에서는 재일동포 출신인 고 장명부가 프로야구 초창기 청보 핀토스 시절 내야수와 짜고 자주 시도, 상대 선수가 한 차례 당한 적이 있다.

은닉구는 속임수로 상대에 대한 기만행위다. 야구규정에서도 은닉구에 대한 부정적인 요인을 감안, 투수의 위치에 따라 부정 행위로 간주하고 있다. 즉 내야수가 공을 감추는 순간, 투수가 마운드 위에 그대로 서 있었다면 부정 행위가 돼 즉각 투수 보크를 선언해야 한다<야구규칙 8.05 부기2 원주 (a)항>.

최근 메이저리그에서 이같은 은닉구 속임수는 자취를 감추었고 국내 프로야구 무대에서도 그 사례를 보기 어렵다. 다만 일본에서는 아직도 가끔 시도되는 꼼수다.

이승엽은 은닉구에 당했을 때 헬멧을 팽개치며 스스로 분통을 터뜨렸지만 그런 잔꾀에 속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그 잔꾀에 수 읽기에 능하다는 일본 정상급 포수 아베도 당하고 말았다.

 

홍윤표 기자 chuam@osen.co.kr

 

자료출처 : 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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