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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뚜루 마뚜루] 소음공해 없는 야구를 보고 싶다

--홍윤표 야구

by econo0706 2022. 9. 24.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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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10. 26.

 

2007 프로야구 포스트 시즌이 너무 어수선하다. 경기는 지저분하고, 관중석은 아주 소란스럽다.

우선 올해 한국시리즈는 빈볼(또는 위협구)이 너무 남발되고 있다. 3차전을 마친 현재 몸에 맞는 공은 8개(두산 7, SK 1개)가 나왔다. 두산 베어스 김경문 감독의 말대로 야구에서 빈볼은 또하나의 볼거리로 이해할 수 있는 측면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빈볼은 선수의 생명을 위협하는 흉기같은 것이다. 결코 나와서는 안되는 이유이다.

선수들(또는 선수단)이 빈볼 따위로 인해 지나치게 흥분해서 과잉 행동을 하는 것은 관중들을 자극, 불필요한 소동으로 연결 될 수도 있다. 승부는 어디까지나 실력으로 정정당당하게 겨뤄서 판가름 내야한다.

그라운드 밖 응원 소음도 너무 심하다. 도대체 경기에 집중하기 어렵다. 바로 옆에 앉은 사람과 얘기를 나누려고 해도 큰소리로 귀엣말을 해야 소통이 겨우 가능할 정도이다.

 

▲ 2015년 8월 25일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KBO리그 KIA-SK전 도중 주심이 판정에 불만을 품고 욕설을 퍼부은 관중에게 퇴장 명령을 내리고 있다. / 스포츠동아DB

 

가족 단위 관중이 늘어나고 있는 마당에 지나친 응원은 공해나 마찬가지이다. 특히 포스트 시즌은 응원으로 인한 소음공해를 각오해야 한다. 소음이 심해 파울볼이 날 경우 경기 안전요원들의 호각소리가 제대로 들리지 않아 자칫 관중 부상의 위험도 커지고 있다.

지난 2005년 9월 일본 NHK 방송이 한신 타이거스의 호시노 센이치(60) 고문을 화자(話者)로 내세워 미국 시애틀과 휴스턴 등 메이저리그 몇 구장을 순회하며 야구 본바닥 응원풍토 등을 일본과 비교,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방영한 일이 있었다.

당시 호시노 전 주니치 드래곤스 감독은 메이저리그와 일본 야구문화의 다른 점을 한마디로 꼬집어 ‘집중력’의 차이로 단정지었다.

호시노는 야구장에서 판매하는 핫도그에 각종 소스를 발라 먹으며 메이저리그와 일본야구의 응원 풍토를 ‘핫도그’와 ‘벤토(도시락)’로 비유해서 설명했다.

핫도그는 관중들이 별 신경을 쓰지 않고 손에 들고 먹으면서 자연스럽게 경기에 몰두할 수 있는 음식인 반면, 몇 가지 반찬이 곁들여져 있는 벤토는 아무래도 이것저것 집어먹노라면 집중력이 떨어진다는 풀이였다. 호시노의 자못 흥미로운 분석은 우리의 야구 응원문화를 돌아보게 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해매다 포스트 시즌을 앞두고 ‘포스트 시즌 시행세칙’을 공표한다. 응원과 관련, 과열 응원으로 인한 소음공해를 없애기 위해 징 꽹과리 클랙슨 등 소음유발 기구의 사용이 금지되고 응원단의 엠프 사용은 공수 교대와 투수교체, 선수 부상 등으로 인한 경기 중단 시에만 허용하며 경기 진행 중의 응원도 공격팀 응원단장의 마이크와 효과음만 사용토록했다.

 

▲ 어느 스포츠든 과도한 응원으로 민폐를 끼치는 팬들이 있다. 지난해 잠실구장에서 벌어진 KBO리그 넥센-LG전 도중 한 LG 팬이 심판 판정에 욕설을 하다 퇴장을 당하고 있다. / 스포츠동아DB


하지만 이같은 KBO의 방침은 구두선에 그치고 있다. 구단의 응원 방식도 구태의연,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반 달라진 것이 없다. 내야에서 앰프를 크게 틀어놓고 치어리더가 나서서 응원을 주도하는 천편일률적인 응원 모습은 너무나 눈에 익은 풍경이다.

경기장에 나가면 응원소리가 그야말로 소음 공해가 귀가 먹먹하고 정신이 산란해진다. 하다못해 치어리더를 외야에 배치한다면 그나마 나으련만 대부분의 구단은 소 귀에 경 읽기다. 자발적인 응원이 몸에 밴 메이저리그 관중들이 경기를 음미하며 좋은 장면이 나오면 자연스럽게 기립박수를 보내는 것과 비교한다면 한국의 야구 응원은 너무 타율적이다.

일본 구단 가운데 응원이 가장 극성스러운 것으로 정평이 나 있는 지바 롯데 마린스 구단의 경우는 외야에 자리를 잡고 응원가 등을 틀어주는 수준이어서 크게 거북스럽지 않다. 일본은 대개 관중들이 손확성기를 입에 대고 소리를 질러대는 정도다.

조직적인 응원은 때로는 효과를 볼 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경기 자체에 대한 시선 집중을 방해하는 역효과를 자아낸다.

KBO 정금조 운영부장은 “작년보다 올해는 외야의 앰프를 빼고 앰프의 출력도 최저수준으로 줄이는 등 신경을 많이 쓰기는 했다”면서도 “워낙 우리네 응원이 치어리더를 이용한 문화로 자리가 잡히는 바람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경기를 즐기지 못하고, 앰프를 한껏 틀어놓고 목청껏 소리를 질러대야만 응원이 잘 된다고 믿는지는 알 수 없다. 요란을 떨고 소란을 피우는 응원을 이제는 그만 보고 싶다. 낙후된 응원문화의 개선은 구단이 앞장서서 그 풍토를 바꿔야 한다.

 

홍윤표 기자 chuam@osen.co.kr

 

자료출처 : 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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