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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이봉주의 턱수염

溫故而之新

by econo0706 2007. 2. 28.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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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도청 한국사이집트―하면 피라미드 앞에 앉아있는 스핑크스가 연상된다.

 

이 괴물에는 본래 수염이 붙어 있었다. 한데 영국이 이곳을 지배했을 때 떼어다 대영박물관에 보관해 놓은 것이다. 왜 떼어 갔을까. 1000여년 전까지만 해도 모래 속에 묻혀 있던 이 스핑크스를 발굴했을 때 두 앞발 틈에 이집트 고대문자의 석비(石碑)가 서있었다. 해독해 보니 3500년 전 토토메스 4세가 집권하기 전에 사냥을 갔다가 낮잠을 자는데 꿈에 괴물이 나타나 묻혀 있는 자기를 들어내 주면 이집트의 난을 평정하고 통일시켜 주겠다고 했다. 꿈에서 깨어보니 바로 묻혀 있는 스핑크스 두상(頭上)에서 자고 있었다. 이를 들어내 주어서 이집트를 통일했고, 스핑크스가 이집트의 수호신(守護神)으로 버티고 있는 한 어떤 나라도 침범할 수 없다는 사연이 그 석비에 적혀 있었다 한다.

 
영국이 이집트를 지배하면서 이 수호신의 수염을 떼어 간 것은 그에 구심되는 이집트 사람들의 애국심을 거세하고 이집트를 수호하는 초자연적(超自然的) 힘을 약화시키기 위함이었다는 설이 유력하다. 고대 이집트는 수염을 신성시 하여 왕이나 왕의 혈통을 이어받은 귀족 아니고는 수염을 기르지 못하게 했고, 수염이 나지 않는 여왕도 가수염(假鬚髥)을 했음을 출토물을 보아 알 수 있다.
 
지금도 희랍에서 중대한 결심을 할 때면 수염을 어루만지고 회교도들은 수염에 걸고 맹세를 한다. 이라크 후세인 대통령의 수염을 바빌론 수염이라 하는데 바빌론 시대 이래 신이 보장한 용기와 용맹의 원천이다.
 
여호와를 비롯한 <구약성서>에 나오는 예언자들은 모두가 긴 수염을 기르고 있다. 바로 예언의 힘이 수염에서라도 나오듯이―. 소크라테스의 애칭이 수염선생이었음은 반드시 수염이 많아서뿐 아니라 지혜와 총명의 원천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힘과 용기와 지혜의 원천이라서인지 수염을 소중히 하는 데 동서(東西)가 다르지 않았다. 토머스 모어가 사형대에 올랐을 때 수염을 가다듬으면서 수염은 죄지은 것이 없으니 다치지 않게끔 죽여달라 했고, 한국 도학의 선구자 김굉필은 수염을 고이 가다듬어 입에 물고 돌아가셨다.
 
보스턴 마라톤에서 우승한 이봉주―하면 곱슬 턱수염이 연상된다. 김 대통령은 그 저력의 원천이 바로 턱수염인 것 같다고 조크했다던데, 역사적으로 훑어보면 조크만도 아님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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