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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정이품송(正二品松) 씨받이

溫故而之新

by econo0706 2007. 2. 28.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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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도청 한국사유럽의 포도밭 비탈에 느릅나무고목을 흔히 볼 수 있는데 느릅나무가 가까이 있으면 포도가 잘 자랄 뿐 아니라 맛도 한결 좋아지기 때문이라고 들었다.

 

만약 포도 아닌 다른 덩굴이 느릅나무를 감아오르면 인근 포도덩굴이 작용하여 말려 죽인다고 한다. 이처럼 질투까지하는 나무사랑이다.영국에서는 연애 편지를 쓸 때 ‘너는 떡갈나무나는 전나무 ’라는 관용어구를 잘 쓴다는데 서로 궁합이 맞는 나무이기 때문이다. 나무도 제 나름의 화학물질을 방출, 서로 성장이나 생사에 영향을 끼치고 있음이 실증되었는데 이를 타감(他感)작용이라고 한다.

 
우리 조상들도 이 나무끼리 서로 좋아하고 싫어하는 감정이 있음을 체험적으로 알았음인지 궁합을 보고 나무를 심었다. 이를테면 뽕나무 가까이에는 오동나무를 심지않았는데 오동나무 목질이 물러지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신발은 짚신이요, 우리나라 술은 막걸리듯이 우리나라 나무는 소나무다. 이 소나무도 한국사람을 닮아서인지 저희들 수종끼리가 아니면 텃세를 부리고 다른 수종들사이에서는 성장이 28%나 더디다고 한다.
 
이 타감작용은 같은 나무이면서 수종이 다르거나 기후, 지질, 강우량 등 적응이 다를 때에도 나타난다고 한다. 정월 보름날 전야 대추, 밤 등 과실나무의 Y자 가지에 남자 성기를 닮은 갸름한 돌을 끼워주는 것으로 나무 시집을 보내는데, 그러해야 열매가 많이 열리는 것으로 알았다. 이 가수(嫁樹)말고도 암수나무가 상감(相感)하여 열매를 맺는다는 은행나무조차 암나무 밑둥을 凹형으로 파고, 수나무에서 凸형으로 도려내어 맞추어줌으로써 시집을 보냈다.
 
이 가수는 다분히 주술적(呪術的)이지만 이름난 명목(名木)등 좋은 소나무번식시키는 데는 궁합이 맞는 좋은 규수 소나무를 찾아 꽃가루 교배로 장가를 보낸다.
 
보은 속리산 입구 600년 된 정이품송이 새 장가가게 됐다는 보도가 있었다. 그동안 삼척 이태조의 선조묘역에서 자란 준수한 신부 소나무를 간택하여 정이품송의 꽃가루 받이로 삼을 참인데,지금 씨받이를 하면 내년 가을쯤에는 씨앗을 간직한 솔방울이 열릴 것이라 한다.
 
정이품송뿐 아니라 문화정책의 일환으로 역사와 전설, 민속 문화가 깃든 명목(名木)들도 두루 씨받이하여 명맥을 영속시켰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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