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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환상곡] 이란전에서 본 이강인 대표팀 활용가치

--한준 축구

by econo0706 2022. 11. 23.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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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03. 28.

 

유럽 리그 랭킹 2위 스페인 라리가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강인(21, RCD 마요르카)이 끝내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일정에 단 한번도 부름을 받지 못했다. 월드컵 본선 개막까지 8개월 여 남은 가운데 이강인이 파울루 벤투 감독이 선택할 23명의 최종 엔트리에 들기는 사실상 어려워 보인다.

플레이메이커가 최적의 포지션인 이강인은 '벤투호 황태자'로 불리는 루빈카잔 미드필더 황인범에게 밀렸다. 여기에 왼발잡이 2선 자원이 둘이나 더 있다. 마인츠05의 이재성과 김천상무의 권창훈이다. 실제로 황인범이 부상으로 빠진 지난 이란전에 이재성과 권창훈이 정우영(알사드) 앞에서 공격 전개를 이끌었다.

두 선수가 아니라도 벤투호 경쟁에서 앞선 선수들이 많다. 킥 능력이 우수한 샬케04 미드필더 이동경, 지난 1월 터키 전훈에 눈도장을 받은 전북현대 미드필더 김진규 등이다. 이동경이 부상, 김진규가 코로나19 확진으로 빠진 가운데 대체 발탁된 선수는 알두하일의 남태희였다. 이강인은 후보 리스트에서도 후순위인 것이다.

▲ 황인범 공백 컸던 이란전, 이강인이 떠오른 이유

하지만 전방 압박과 중원 유기성이 강했던 이란을 상대로 한국의 중앙 공격은 어느 때보다 답답했다. 측면을 활용한 공격이나 손흥민과 황희찬의 활발한 돌파와 탈압박이 여러 차례 좋은 장면으로 이어졌으나 황인범이 있을 때처럼 중앙 지역에서 공을 쥐고 다양한 패스 줄기를 만드는 벤투호 특유의 '포지션 플레이'는 잘 구현되지 않았다.

 

▲ 이강인(RCD마요르카). / 게티이미지코리아

 

벤투 감독의 플랜A 완성도는 상대가 이란이었으나 한국의 홈에서 열린 경기이며, 이란이 무려 5명의 주축 선수가 빠진 채, 전반 막판 라이트백 칼릴자데까지 부상으로 빠지는 악재를 겪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아쉬움이 있었다.

이재성은 전방 위치 선정과 원터치 패스 플레이, 권창훈은 측면과 전방 공간 습격 능력이 뛰어나지만 공을 쥐고 템포를 조율하며 경기 전체를 지휘하는 '마에스트로'와 같은 유형은 아니다. 황인범은 벤투에서 이 역할을 가장 잘 수행하는 선수인데, 그 다음으로 이 역할에 적합한 선수는 이강인이다.

코로나19 문제로 오지 못한 정우영은 스트라이커, 세컨드톱, 윙어에 공격형 미드필더가 모두 가능하다. 그 역시 플레이메이커 유형의 선수는 아니다. 이강인이 다양한 유형의 2선 자원들과 경쟁에서 밀려 선발되지 않는 부분은 이해할 수 있으나 대표팀에서 황인범의 플레이메이킹 능력을 그대로 대체할 수 있는 유일한 선수는 이강인이다.

김진규 역시 플레이메이커다. 중앙과 전방을 오가며 공을 소유하고 경기를 풀어가는 선수다. 하지만 이제 막 2부리그 부산에서 전북으로 이적한 김진규는 조금 더 높은 수준의 팀과 경기에서 검증이 필요하다. 

이동경은 비교하면 황인범보다 권창훈에 가까운 유형이며, 남태희도 직접 공을 몰고 들어가며 원투 패스로 공간을 만드는 플레이를 즐긴다. 즉, 황인범의 경기 참가가 불가능한 상황이 될 경우 벤투호는 확실한 플레이메이커 없이 경기를 해야 한다.

▲ 황인범 부재 시 현재 최적 대안은 백승호, 이강인도 기회는 주어져야 한다

▲ 파울루 벤투 한국 남자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 대한축구협회 제공

 

물론 이번 대표팀에 코로나19 문제로 소집 제외된 백승호의 경우 이 역할이 가능하다. 백승호는 원볼란치 정우영의 대체 선수로 여겨지고 있으나 유사 시 전진해 공을 쥐고 경기를 풀어갈 수 있다. FC 바르셀로나 유소년 팀에서 성장해 프로 2군까지 진입했고, 지로나에서 스페인 라리가 무대를 누빈 백승호는 현 벤투호 구성에서 가장 이상적인 황인범의 대체 선수다.

하지만 이강인이 가진 중앙 지역에서 공을 지키고 뿌리고 차이를 만드는 천재성을 일찍 단념하긴 아깝다. 물론 이강인은 올해 열릴 항저우 아시안게임 후보군이며, 2024년 파리 올림픽을 거쳐 2026년 북중미 월드컵에 도전할 수 있는 젊은 선수다. 그럼에도 이란전은 카타르 월드컵 본선을 준비하는 과정에 자신이 가장 선호하는 플레이메이커 자리에 검증할 기회는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강인은 최근 마요르카에서 피지컬적으로 발전했고, 수비 가담, 활동 범위 및 속도 면에서 이전보다 개선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가장 최근 선발 출전을 기회를 얻은 에스파뇰과 경기에서 측면과 중앙, 전방을 오가며 자신의 장점은 물론 저돌적인 플레이로 눈길을 끌었다. 

이강인은 속도와 수비력이라는 자신의 숙제를 차근차근 개선하고 있고, 무엇보다 경기를 관통하는 한 방의 패스와 전환 패스, 안정적인 볼 배급이라는 무기를 바탕으로 지공 상황에도 중앙 공격을 가능케 하는 흔치 않은 재능을 갖고 있다.

공을 다루고 패스 길을 찾는 능력에 있어서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스페인 라리가에서 주전 자원으로 뛰고 있는 이강인의 능력은 최근 피지컬적인 문제로 과소평가되고 있다. 벤투 감독은 각기 다른 장점을 가진 선수들로 2선을 구성하고 있다. 황인범 공백이 크게 드러난 이란전을 통해 벤투 감독은 이강인 선발 가능성을 오는 6월 친선 경기를 통해 재고할 수 여지가 있다.

 

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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