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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환상곡] 1월 한국인 유럽파 3인 등장, '월클 손흥민 효과' 있었다

--한준 축구

by econo0706 2022. 11. 22.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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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02. 03

 

2022년 유럽 축구 1월 겨울 이적 시장에 세 명의 K리거가 유럽 리그로 입성했다. 수원삼성 공격수 정상빈이 울버햄턴원더러스와 깜짝 계약한 뒤 스위스 클럽 그라스호퍼로 임대됐고, 울산현대의 국가 대표 선수 이동준과 이동경이 각각 독일의 헤르타BSC(베를린)와 샬케04 유니폼을 입었다. 

유망주들의 유럽 이적도 있었다. 포항스틸러스의 이현주와 김용학이 각각 바이에른뮌헨 2군, 포르티모넨스 2군 팀과 계약했다. 보인고 공격수 이지한은 정우영이 소속된 프라이부르크 2군 팀에 입단했다.

유럽 구단들의 한국 선수 영입 흐름이 이어지고 있는 배경에는 손흥민(토트넘홋스퍼)의 존재감이 있다. 실제로 한국 선수들의 유럽 리그 진출에 다수 관여한 바 있는 현직 에이전트는 "손흥민이 최근 유럽 무대에서 보여준 활약으로 인해 한국 선수들에 대한 유럽 구단들의 인식이 달라졌다"고 했다.

▲ 21세기 한국 축구 새로운 '해버지'된 손흥민

1980년대 차범근, 2000년대 박지성이 유럽 무대에서 한국 선수들의 위상을 높인 것이 손흥민에게 영향을 미치기도 했으나, 지금은 손흥민의 활약이 한국 대표 선수 내지 한국 유망주들을 입도선매하자는 의사결정으로 이어지고 있다.

 

▲ 손흥민(대한민국). / 서형권 기자


현직 에이전트는 "손흥민이 월드 클래스 선수로 평가 받게 되면서, 한국 선수도 세계 최고급 선수로 성장할 수 있다는 인식이 생겼다. 손흥민 이전과 이후에 분명히 유럽 구단들이 한국 선수들에 거는 기대감의 크기가 달라졌다"고 했다.

실제로 정상빈과 이동준은 측면을 기반으로 전방으로 돌파하고 득점하는 윙포워드 유형의 선수들이다. 이동경인 왼발 잡이 플레이메이커지만 손흥민처럼 측면에 배치되어 중앙으로 치고 들어오며 경기를 풀어낼 수 있는 선수다.

이현주, 김용학, 이지한 등 유럽에 진출한 유망주들 역시 2선과 중앙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빠른 선수들로 알려졌다.

박지성의 성공 이후 프리미어리그에 진출한 한국 선수들이 다수 있었고, 손흥민 이후 독일 분데스리가에 입성한 한국 선수들도 많았지만 대부분이 국가 대표팀 경력을 갖춘 검증된 선수들이었다. 

1월에 유럽에 진출한 정상빈, 이동경, 이동준도 국가 대표 경력이 있지만 주전급 자원은 아니다. 정상빈과 이동준은 지난해 처음 대표팀에 발탁됐고, 이동경 역시 선발 자원으로는 거의 기회를 얻지 못했다. 정상빈의 경우 사실상 국가 대표 경력은 일천한 상태다. 스리랑카와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전 교체 출전에 1골을 넣은 것이 전부다.

▲ 이동준(헤르타BSC). / KFA

 

국가 대표 이력 없이 K리그에서의 경기력만으로 유럽 구단들이 영입을 결정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축구계 관계자는 "국가 대표 발탁 전부터 관심을 보이던 구단들이 국가 대표 발탁까지 이어지자 본격적인 움직인 것"이라며 공식적인 영입 제안 및 몸값 설정에 국가 대표 선발이 결정적 변수로 작용한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10대 후반, 20대 초반의 한국 유망주를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영입을 시도하는 경향은 제2의 손흥민을 찾아보겠다는 방향성의 일환이다. 

▲ 순조롭게 이어진 협상 배경에 '바이아웃 조항' 있었다

K리그에서 유럽 구단으로 이적한 선수들의 이적 협의가 활발했던 또 다른 이유는 계약시 바이아웃 조항 설정이다. 유럽 언론 보도에 따르면 울버햄턴은 정상빈 이적료로 100만 파운드(약 16억 원)를 지불했고, 헤르타는 울산에 80만 유로만 지불하고 이동준을 품었다. 

이동경에 대한 샬케04의 제시액도 100만 유로(약 13억 원)를 넘지 않아 임대 후 이적 조건으로 협의가 이뤄졌다. 더 어린 정상빈의 경우 추후 활약에 따른 옵션, 재이적시 옵션 등에 대한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 이동경(샬케04). / KFA

 

최근 K리그 선수들은 신규 계약 혹은 재계약, 한 구단에서 검증을 마친 뒤 이적할 때 해외 구단, 특히 유럽 구단에만 발동되는 바이아웃 금액 설정 등을 통해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 및 어린 한국 선수들에게 거액 이적료 지출을 꺼리는 유럽 구단들과 협상을 용이하게 하고 있다.

▲ 유럽파 배출 K리그가 고민하는 지점

1월에 유럽으로 향한 세 명의 선수들의 이적료가 낮은 점은 일부 부정적 시선을 남기기도 했다. 선수를 육성해 구단 가치를 높여야 하는 K리그 구단 입장에서는 국가 대표급 선수를 크지 않은 이적료에 내주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다. 

수원삼성은 정상빈을 향해 복수 유럽 구단의 관심이 있는 상황에 거절한 경우가 많지만 프리미어리그 구단의 제안이 오자 대승적 입장에서 수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수의 미래를 위한 것은 물론, 향후 수원에 입단할 유망주들에게도 좋은 선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K리그 구단들이 최근 경향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선 바이아웃 조항 없이도 적절한 조건의 초기 이적료에 추후 옵션 협의, 재이적시 이적료 분배 옵션 논의 등을 통해 현실적인 고민을 하는 게 필요하다. 유럽 진출 후 더 큰 선수로 성장하는 것은 한국 축구의 미래에도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 국내 복귀 시 친정팀으로 돌아와 활약하는 사례를 통해 구단의 미래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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