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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술] 고양 캐롯 선전의 핵심 키워드 : 수비

--김태술 농구

by econo0706 2022. 11. 22. 0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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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11.  18

 

2022-2023시즌 프로농구가 1라운드를 지나 2라운드에 돌입했다.

많은 사람들의 예상을 뒤엎고 고양 캐롯과 서울 삼성의 선전이 눈에 띈다. 지난 시즌 85.5점을 실점했던 삼성은 현재 76.2점만을 내주며 5위를 달리고 있다.

강한 수비를 중요시 하는 은희석 감독의 바람이 통한 것 같다. 선수들이 코트에서 정말 열심히 수비해주고 있다.

캐롯의 행보도 심상치 않다. 김승기 감독의 농구가 선수들에게 잘 스며들며 지난 시즌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전성현, 이정현 그리고 로슨, 사이먼 선수의 활약이 매경기 이어지고 있고 거기에 벤치멤버들도 경기마다 활약 중이다. 공격에서는 선수들이 스페이싱을 잘 지켜가며 경기를 풀고 있고, 경기당 턴오버도 10팀 중 가장 적다.

캐롯의 장점은 수비이다. 매 경기 상대를 강하게 압박하며 7.8개의 스틸을 기록하고 있는데, 리그 전체 2위다. 로슨 선수가 인사이드에서 자신보다 큰 선수를 막기에는 1대1 수비가 약하기 때문에 트랩을 들어가야 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 수비 또한 잘 준비가 되어 있어 지금 당장은 약점이라고 얘기 할 수도 없을 것 같다.

무엇보다 선수들이 수비에서 느낄 수 있는 재미를 느끼며 열정적으로 수비를 하고 있다. 보는 입장에서는 수비가 공격에 비해 재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 수 있다. 하지만 선수라면 수비에서 느낄 수 있는 재미를 공감할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수비가 재미가 있으려면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프로무대에 갓 데뷔한 신인선수들이 경기에 많이 뛸 수 없는 이유도 공격이 아닌 수비에 있다. 특히 수비 변화가 많은 KBL의 경우 더 집중해야만 경기에 나설 수 있다.


여자프로농구(WKBL)도 다르지 않다. 지난 시즌 정규리그를 4위로 마무리 했던 BNK썸 선수들의 경기가 인상적이다. 캐롯과 비슷한 부분이 있다. BNK썸는 지난 시즌 1, 2라운드에서 1승 9패로 부진했지만 지금은 공동 1위로 시즌 전 전망보다도 훨씬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평균 득점도 올랐고(69.8→ 74.6), 실책도 6개팀 중 가장 적다. 그 외에 많은 부분들이 좋아졌지만, 무엇보다 수비에서 엄청난 활동량과 열정으로 상대를 괴롭히고 있다.

지난 시즌보다 한발 더 뛰는 수비로 지금의 결과를 만들어 냈다. 지난 시즌에 비해 실점도 줄었고 스틸(6.8개)도 더 많아 졌다. 스틸로 기록되지 않은 실책 유도를 합치면 엄청난 성장이다.

결국 수비에서 안정을 찾으면 많은 승수를 쌓을 수 있다는 점은 KBL, WKBL 모두 마찬가지임을 알 수 있다.

2011-2012시즌, 나도 수비에서 재미를 제대로 느낀 적이 있다. 당시 우리 팀(KGC인삼공사)에 좋은 선수들이 많았기 때문에 공격을 잘 했을 거라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당시 우리 팀의 평균 득점은 76.6점에 불과했다. 올 시즌 평균 득점 1위팀 캐롯이 85.9점을 올리고 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공격이 좋은 편은 아니었다고 할 수 있다.

나는 당시 우리 팀에 우승을 안긴 가장 큰 원동력은 수비라 생각한다. 시즌 내내 풀 코트 프레스로 상대를 괴롭혔고, 거기서 실책을 유도해 득점으로 연결했다. 팀 평균 스틸이 9.2개였다. 그리고 리그 스틸 10위에 이름을 올린 선수가 3명(김태술, 오세근, 박찬희)이나 있을 정도로 많은 공을 훔쳤다.

풀코트 프레스가 굉장히 힘든 수비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안다. 하지만 젊은 선수들이 주축을 이룬 만큼, 수비에 맛 들린 선수들은 상대의 작은 실수도 용납하지 않으며 스틸을 해냈다. 나 역시 수비에 빠져서 어떻게든 스틸을 만들어 내기 위해 뛰어 다녔다.

우리와 챔피언결정전에서 만난 원주 동부(현 DB)도 엄청난 수비력을 자랑했다. 평균 실점이 67.9점으로 리그 1위였고, 이를 바탕으로 정규리그 우승을 달성했다. 당시 동부는 공략하기가 굉장히 힘들었다. 실제로 ‘동부 산성’의 위력은 엄청났다. 동부 산성의 3-2 지역방어는 내가 경험해 본 3-2 지역방어 중 가장 공략하기 힘든 수비였다. 패스길이 보이지 않았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1명을 뚫기도 쉽지 않았지만, 설사 뚫는다고 해도 김주성과 벤슨 선수가 버티고 있었기에 장기였던 중거리슛을 던지는 것조차 힘들었다.

어쩌면 그 다음 시즌, 엄청난 수비력을 보였던 SK의 3-2 지역방어를 그나마 잘 공략 할 수 있었던 것도 동부 전에서의 경험이 지역방어 공략에 대한 공부로 이어진 덕분인 것 같다. 이때 확실한 나만의 공략법이 만들어진 것 같다. (사실, 지역방어 공략에 대해 글로 설명해볼까 했는데 너무 어려워서 쓰다가 포기했다. 다음 기회에!)

하지만 무작정 뺏기 위한 수비를 하다 보면 오히려 상대에게 더 쉬운 찬스를 줄 수도 있다.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스틸을 나가게 되면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그렇기 때문에 스틸을 하기 위해서는 스스로를 절제 할 수도 있어야 한다. 상대의 패턴을 유심히 보고, 내가 스틸 할 수 있을 것 같은 공들을 미리 숙지하는 것도 좋다.

선수시절에는 나만의 확실한 스틸 방법이 있었다. 하나는 공격자가 공을 가지고 있을 때, 어느 위치에서 공을 컨트롤 하는지 그 선수의 습관을 파악하고 순간적으로 공을 가로채는 것이었고, 또 하나는 상대가 패턴을 부를 때 어느 위치에 서면 스틸을 만들어 낼 수 있을지 파악하는 것이다. 이는 경기 전날 상대 영상을 보는 것이 큰 도움이 됐다. 패스길을 미리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뺏을 수 있을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공을 뺏을 수 있는 확률은 그리 높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스틸을 할 의도가 없는 것처럼 기다리다가 상대를 방심하게 만든 뒤 허를 찌르는 것이 중요하다.

KGC의 양희종 선수가 스틸하는 모습을 보면 나와 공통점이 있다. 오히려 쉽게 공을 잡게끔 만들고 방심한 틈을 타서 스틸을 만들어 낸다. 공격자에게 함정을 파고 기다렸다가 스틸을 하는 것이다. (양희종 선수의 영업 비밀을 알려 준 것이 아닌가 살짝 걱정이 된다. 하지만 양희종 선수에게는 스틸 할 수 있는 많은 기술이 있으니 이 정도는 괜찮을 것 같다. 하하)

이처럼 수비는 승패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고, 그렇기에 감독들도 수비에 굉장히 많은 시간을 들여 선수들을 지도 한다. ‘수비가 되지 않으면 경기에 뛸 수 없다’고 선포하고 시즌을 준비하는 감독님들도 있다.

그만큼 수비에서 간절함을 가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크다고 볼 수 있다.

현재 캐롯 선수들이 수비하는 모습을 보면 간절함과 열정이 보인다. 그리고 서로 미루지 않고 각자 위치에서 한발 더 뛰는 모습이 팀의 사기를 더욱더 끌어 올린다.

결국 수비가 잘 되는 팀은 공격도 자연스럽게 잘 풀린다. 공격이 안 될 때 수비부터 시작하자는 말을 들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수비가 잘 되는 팀들은 당연히 좋은 경기 결과를 가지고 갈 수 밖에 없다.

나는 수비가 약한 선수도 좋은 수비수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본인이 얼마나 간절함을 갖고 노력하느냐에 달렸다. 내가 경기에 들어가서 더 많은 시간을 부여 받고 싶다면 어떻게 수비를 해서 기여를 할 지 생각해 본다면 좋을 것 같다.

화려한 공격이 주는 즐거움도 있지만, 수비가 조직적으로 딱딱 맞게 움직이며 상대의 실책을 유도하고, 그 공을 속공으로 연결시키는 장면을 보면 농구가 더 매력적으로 느껴 질 것이다.

올 시즌 프로농구는 매 경기마다 쉽게 예측 할 수 없는 경기가 이어지면서 더 재미를 주는 것 같다. 팬들께서도 경기장에서 그 재미를 함께 느끼셨으면 좋겠다.

아참! 수능시험을 치르신 고3 및 수험생 여러분들께도 수고하셨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마찬가지로 공부 스트레스는 농구장에서 푸셨으면 좋겠다. 하하. 모두 감기 조심하시고, 프로농구와 제 중계도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김태술 / 전 프로농구 선수, 현 어쩌다벤저스 멤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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