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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술] 각자의 색깔로 활력을 더한 스타들 : 최준용 & 양희종

--김태술 농구

by econo0706 2022. 12. 5.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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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12. 02

 

“농구 정말 재밌다!” 이번 시즌 농구 경기를 해설하면서 더욱더 농구에 매력에 빠지게 되었다. 선수로 뛸 때는 볼 수 없었던 전체적인 흐름, 벤치의 긴장감 그리고 팬분들의 열정적인 응원은 경기장으로 가는 나의 발걸음을 더욱더 빠르게 만들었다.

특히 고양 캐롯과 수원 KT에서 나온 버저비터는 경기가 끝나고 겉옷 입는 것조차 잊어버리게 만들었고, 안양 KGC와 서울 SK의 2라운드 경기는 마치 지난 시즌 결승전을 플로어석에 앉아 보는 것처럼 더욱더 경기에 몰입하게 만들었다.

 

여기서 올 시즌 더욱더 재미를 주고 있는 부분은 상향 평준화된 전력이 아닐까 싶다. 하위권에서 머물렀던 팀들의 반등이 이어지면서 순위에도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KT는 앞서 언급했던 버저비터 승리 이후 3연승을 달리며 하위권 탈출에 성공했고, SK 역시 최준용과 최성원의 합류로 2연승을 달리며 팬들에게 부활의 신호를 강하게 보냈다.

대구 한국가스공사의 반등 조짐도 지켜볼 만하다. 그동안 이대성 선수 혼자서 많은 득점을 책임지며 힘겹게 경기를 풀어 나갔지만, 오랜만에 5명의 선수가 두 자리 득점을 완성하며 서울 삼성을 대파했다.

겨우 한 경기라 생각하실 수 있겠지만 반등을 위해서는 단 한 번의 승리가 발판이 되기 때문에 굉장히 중요하다. 그리고 골고루 득점을 올리며 경기에서 이긴 한국가스공사 선수들은 승리를 위해서는 적극적인 득점 가담이 필수라는 생각도 하게 될 것이다.

반등을 위해 새로운 선수의 활약이 필요할 때가 있는데, SK 입장에서 최준용 선수의 복귀는 천군만마를 얻은 상황이 되었다. 거기다 상무에서 돌아온 최성원 선수의 합류도 전희철 감독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SK는 지금부터!

최준용 선수가 합류하면서 굉장히 많은 부분에서 팀 전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먼저 로테이션에서 다양하게 선수들을 투입하게 됐고, 과부하가 걸릴 수도 있는 주전들의 체력 안배에도 도움이 된다. 그리고 높이도 굉장히 좋아졌다. 최준용은 2미터의 신장에 리바운드와 블록뿐 아니라 포인트가드 역할까지 해낼 수 있는 선수다. 더 성숙해진 플레이 덕분에 김선형 선수도 체력 안배가 가능해졌다. 처음부터 에너지를 쏟던 시즌 초반과 달리 4쿼터에 힘을 몰아 쓸 수 있게 된 것이다.

 

무엇보다 눈에 띄게 달라진 것은 팀 분위기다. 최준용이 오면서 밝아졌다. 물론 팀이 이기면서 선수단 분위기가 달라졌을 수도 있겠지만 최준용 특유의 자유분방한 세리머니와 풍부한 표정, 선수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이 팀 분위기를 한층 더 밝게 만들어 주고 있다. 거기다 최성원 선수의 합류도 굉장히 반갑다.

오재현, 최원혁 선수의 수비도 좋지만 슈팅에서 기복을 보일 때가 있다. 이로 인해 상대가 세깅 디펜스를 하는 경우가 있어 플레이가 전체적으로 좁아질 때도 있다. 최성원 선수는 슛도 좋기에 SK가 좀 더 코트를 넓게 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때문에 점차 자리를 잡아갈 SK의 저력도 기대가 된다.

시간이 지나도 달라지지 않는 양희종의 존재감

SK와 KT가 연승을 하면서 중위권에 진입한 원동력은 공격뿐 아니라 수비에서도 찾을 수 있다. 끈끈해진 수비는 결국 공격을 쉽게 풀 수 있게 만들어 주기 때문에 중요하다. 지난 SK과DB, KGC와 캐롯 경기에서 대역전 드라마가 펼쳐졌다. 공격도 잘했지만 결국 수비가 살아나면서 상대 공격 흐름을 끊고 속공으로 마무리하면서 대역전을 완성시켰다.

특히 KGC와 캐롯 전에서 명품 수비를 보인 양희종 선수의 플레이는 감탄사를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이번 시즌 플레잉 타임은 줄었지만, 벤치에서 베테랑으로 할 수 있는 역할을 다 해내고 있고, 코트에 들어설 때면 어김없이 상대 공격을 막고 흐름을 바꾸는 역할을 완벽히 하고 있다.​

 

​캐롯 전에서 양희종 선수가 남긴 기록은 2득점 1리바운드 1스틸이 전부다. 기록만 보면 ‘활약’이란 표현을 쓰기 애매할 수 있지만, 진짜 진가는 수비에서 볼 수 있었다. 본인 매치 상대가 아닌 다른 선수까지 커버하며 실책을 만들어냈고, 자신보다 키와 체격이 좋은 로슨 선수의 공격까지 방해하며 팀에 활력을 불어 넣었다. 특히 자세를 낮추고 로슨 선수를 어깨로 밀어내던 의욕적인 장면은 왜 그가 KBL 최고의 수비수로 꼽혀왔는지를 보여준 대목이었다.

사실, 양희종 선수의 수비를 글로 설명하기에는 어렵다. 하지만 수비에서 양희종 선수를 가장 높게 평가한다는 사실을 설명하기는 어렵지 않다. 고등학생 때부터 양희종 선수를 알았고, 청소년대표와 대학교, 프로팀, 국가대표까지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 내가 꼽는 양희종 선수의 가장 큰 원동력은 열정이라고 생각한다.

양희종 선수는 늘 좋은 수비를 보여왔다. 하지만 본인이 정말 다부지게(?) 수비해야겠다고 생각한 날은 눈빛부터 달라진다. 내일이 없는 선수처럼 뛰어다닌다. 지도자들도 좋아할 수밖에 없는 선수다. 2012년 챔피언결정전 6차전이 기억난다. 종료 37초전, 64-64 상황에서 윤호영 선수로부터 실책을 끌어냈던 수비와 우승을 결정짓는 뱅크슛! 양희종 선수 커리어에 길이 남을 명장면이다. 사실, 이때 계획된 공격 마무리는 양희종 선수가 아니었다. 그러나 픽앤롤 후 패스가 그에게 가게 됐고, 양희종 선수는 차분히 역전슛을 터트리며 KGC의 첫 우승을 만들어냈다. 큰 경기에서 늘 강했던 양희종 선수의 진가를 볼 수 있었던 장면이다.

그렇다. 양희종 선수는 늘 큰 경기에서 강한 모습을 보였다. 내가 삼성 시절 결승에서 만난 양희종 선수도 그랬다. 당시 스테픈 커리를 생각나게 했던 3점슛은 여전히 나로 하여금 쓴웃음을 짓게 한다. “양희종 선수는 큰 경기에서 슛이 잘 들어간다”라고 말하곤 하지만, 아마 코칭스태프도 그렇게 잘 들어갈 거라고는 생각 못 했을 것이다. 솔직히, 지금 생각해도 당황스럽다. 하하.

사실, 다른 슈터들처럼 슛이 쑥쑥 잘 들어가지 않아 스트레스를 받던 시기도 있었을 것이다. 주변에서도 내게 그런 이야기를 한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양희종 선수가 몸을 사리지 않고 플레이하며 팀 승리에 기여하는 모습을 보면 득점 기록은 단지 그의 가치를 조금 더 빛나게 하는 보너스일 뿐이라는 걸 알게 될 것이다.

지금은 예전보다 움직임이나 활동량이 줄었을 수 있지만, 여전히 그가 코트에서 보여주는 명품 수비와 존재감은 KGC 선두권 질주에 큰 역할을 할 것이다. (희종이가 경기장에 가면 홍삼을 한 포씩 줘서 이 글을 쓰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한 박스였으면 더 많이 쓰긴 했을 것 같긴 하다. 하하) 앞으로 계속해서 좋은 플레이로 팬들을 기쁘게 해 주기를 바란다. 파이팅!

형만 한 아우가 없다?​

 

​종목을 막론하고, 형제가 맞대결을 펼친 날이면 꼭 나오는 말이다. 형만 한 아우가 없다? 과연 이 말이 맞는 말일까?

11월 28, 창원 LG와 울산 현대모비스의 경기는 벤치도 많은 주목을 받았다. 조상현, 조동현 감독간의 올 시즌 2번째 맞대결이었기 때문이다. 두 팀 다 좋은 흐름으로 시즌을 보내고 있기 때문에 경기가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박빙으로 펼쳐질 것으로 예상되었다. 오래전부터 많은 것을 함께하고 공유했기 때문에 조상현 감독은 조동현 감독을 ‘동반자’라고 얘기했지만 조동현 감독은 단지 10팀 중 한 명의 감독이라 말했다. 경기 전부터 냉정함을 유지하고자 했던 조동현 감독의 의지가 엿보였고, 그 인터뷰를 보면서 ‘1라운드 패배를 설욕하기 위해 준비를 많이 했겠구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역시나 경기 내내 선수 기용부터 작은 것 하나까지도 놓치지 않고 지시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아마도 평소에도 디테일하게 지도하시고, 꼼꼼하게 준비하는 스타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감히 들었다.

많은 것을 공유하고 의지하던 형제에서 감독 대결이 되면서 두 분 모두 조금은 부담스러울 수 있을 것이다. 그래도 좋은 경기 내용으로 팀도 잘 이끌고, 팬들에게도 즐거움을 드리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농구팬으로서 굉장히 보기 좋았다. 앞으로 계속될 두 감독의 맞대결도 기대가 된다.

하지만 이 대결이 더 주목받으려면, 경기에 힘을 실어줄 선수가 더 필요하다. 개인적으로 현대모비스에서는 서명진 선수, LG에서는 이승우 선수를 꼽고 싶다. 두 선수들이 알을 깨고 나와 본인들의 장점을 더 발휘해 주길 기대한다.​

 

​서명진 선수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프로에 와서 계속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좀 더 폭발적인 성장이 있었으면 좋겠다. 아마도 아바리엔토스 선수가 활약하면서 본인의 입지가 줄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보다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팀에 도움이 될 것이다.​

 

​LG 이승우 선수는 성장통을 겪고 있는 듯 보인다. 최근 경기를 보면 시즌 초반에 보여줬던 농구가 나오지 않는다. 생각이 많아 보이고 조급해 보인다. 지금의 농구가 헷갈리거나 어렵게 느껴진다면 기본으로 돌아가서 본인이 제일 잘 할 수 있는 것을 하나씩 착실하게 해 내는 것이 중요하다. 조상현 감독은 계속해서 기회를 주고 있다. 이 기회를 꼭 잡기 위해서라도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아마도 팬들도 서명진, 이승우 선수를 보며 같은 마음을 갖지 않을까 싶다. 최선을 다해 꼭 알을 깨고 나오면 좋겠다.

12월답게 날씨가 갑자기 굉장히 추워졌다. 다들 감기 조심하시고, 이제 한 달 남은 2022년 마무리도 잘 하시면 좋겠다.

김태술 / 전 프로농구 선수, 현 어쩌다벤저스 멤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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