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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술] '농구 정말 잘 하는 선수' 함지훈, 현대모비스 2위의 원동력

--김태술 농구

by econo0706 2022. 12. 27.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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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12. 16

 

벌써 3라운드라니 시간이 참 빨리 흘러가는 것 같다. 잠깐 눈을 다른 곳에 두면 금세 순위가 바뀌어 있다.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는 안양 KGC, 그 뒤를 바짝 따라붙고 있는 울산 현대모비스와 고양 캐롯, 창원 LG 간의 상위권 싸움도 치열하다. 최근 캐롯이 살짝 주춤하며 현대모비스에 2위 추월을 허락한 모양새다. 현대모비스는 5일 동안 3경기를 하는 힘든 일정을 보냈지만, 2승 1패로 마무리하며 캐롯에 한 게임차로 앞서게 됐다. LG도 11승 9패로 캐롯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상위권 싸움에서는 주전 선수들이 중요하다. 여기에 경험이 많은 베테랑의 활약이 더해지면 팀은 더 강해지고 안정감이 생긴다.

 

현대모비스가 단독 2위를 할 수 있는 큰 이유 중 하나는 바로 함지훈 선수다. 늘 소리 없이 본인의 역할을 잘 해내고 있고, 양동근 코치의 은퇴 이후 주장 역할까지 잘 해내며 어린 선수들을 잘 이끌고 있다. 아직까지 몸놀림을 보면 세월의 화살이 이 선수만 비껴간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영리한 플레이는 여전하다.

 

‘흔히 농구를 알고 한다’, ‘길을 알고 뛴다’, ‘막기가 참 까다롭다’ 등 농구를 잘 하는 선수에게 붙여지는 단골 멘트들이 있는데, 함지훈 선수에게 모두 해당된다고 생각이 든다.

 

특히 골밑에서 플레이하는 함지훈 선수를 막기가 참 어렵다. 밀고 들어가는 힘도 좋지만 수비의 힘을 잘 이용하고 수비의 타이밍도 잘 빼앗기 때문에 파울을 잘 얻어낸다. 지금보다 공격 가담이 더 많았던 시절, 외국선수들도 함지훈 선수의 엉덩이(?)에 걸리면 파울을 범하기 일쑤였다.

 

그리고 어시스트 능력이 굉장히 뛰어나다. 함지훈 선수는 어렸을 때는 가드를 보았지만, 키가 자라면서 센터 포지션으로 전향한 케이스다. 그렇기 때문에 패스를 잘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내가 보기엔 함지훈 선수의 패스 센스는 타고난 것 같다. 더블팀 수비가 와도 비어있는 곳에 패스를 정확하게 잘 주기 때문에 수비를 하기도 굉장히 까다롭다. 그리고 상대가 지역방어를 섰을 때도 단 한 번의 패스로 지역방어를 깰 수 있는 유일한 센터가 아닌가 싶다. 그만큼 시야가 좋고 상대팀 수비를 읽고 있다는 얘기다.

 

그리고 스크린을 정말 잘 건다. 함지훈 선수의 스크린은 마치 물을 머금고 있는 스펀지 같다고 해야 할까? 아님 진흙 같다고 해야 할까? 빠져나오기 굉장히 어려웠던 기억이 있다. 스크린을 걸 때도 오펜스 파울이 나오지 않을 정도로 움직이면서 거는 것 같기도 하다.

 

또 점프를 많이 하지 않고도 리바운드를 많이 잡는 선수이다. 이 부분은 함지훈 선수의 영업 비밀이 아닌가 싶다. 가끔 경기를 보면서도 리바운드를 잡는 모습을 보면 놀랄 때가 많다. 리바운드 전에 자리부터 선점해서 잡는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지만,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도 잘 잡는다. 마치 공이 함지훈 선수의 손에 자석처럼 붙는 것 같은 느낌도 든다.

 

아이러니한 부분도 있지만 확실한 건 농구를 참 잘한다. 하하. 그래서 현역 때같이 뛰어 보고 싶었는데, 국가대표팀에서든 프로에서든 그럴 기회가 없어서 좀 아쉽기는 하다.

 

많은 분들은 아시겠지만 함지훈 선수는 성격이 아주 조용조용하다. 현대모비스 경기 후 함지훈 선수와 수훈선수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프로에 온 뒤 인터뷰도 엄청나게 많이 소화한 선수인데도 아직까지 카메라 앞에서 인터뷰하는 모습은 신인 때와 차이가 없는 것 같아 보였다. 조용한 성격답게(?) 음식도 소리 소문 없이 많이 먹는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그동안 운동을 하는 것만큼 먹는 것을 절제하는 것도 굉장히 힘들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대학교 1학년 때같이 그리스에서 열린 세계 청소년 대회에 갔다. 보통 해외에서 경기를 하게 되면 음식이 잘 안 맞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래서 라면을 많이 챙겨 가기도 하고, 햇반을 가져가 먹기도 한다.

 

당시 함지훈 선수는 점심 식사 후 항상 자취를 감추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근처에 있던 맥도날드에서 햄버거를 더 먹고 있었다. 같이 먹는 점심 식사만으로는 허기를 달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때 행복한 표정으로 햄버거를 먹고 있는 함지훈 선수를 잊을 수 없다.

 

한 번에 몇 개를 먹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양이 상당했을 것 같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물어보고 싶다. 도대체 몇 개를 먹은 거니. 하하.

 

함지훈 선수는 아직까지도 국내선수 공헌도 TOP5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그만큼 팀에 끼치는 영향은 대단하다. 본인 스스로도 아직까지 신체능력이 예전과 다름을 많이 느끼지 못한다고 한다. 꾸준하게 몸 관리를 하고, 늘 스스로를 컨트롤한 덕분에 지금의 커리어가 만들어지지 않았나 싶다. 앞으로 많은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어 좋은 플레이를 많이 보여주기를 바란다.

 

상위권 순위 싸움도 재미있지만, 하위권에 있던 팀들의 반격이 무섭다. 서울 SK는 최준용이 돌아온 뒤 어느새 상위권 도약을 넘보고 있다. 지금 기세면 금방 상위권 팀들을 위협할 것 같다.

 

전주 KCC와 대구 한국가스공사의 반등도 심상치 않다. 시즌 초반 힘든 시간들이 있었지만 두 팀 모두 연승을 이어가면서 중위권에서 치열하게 싸우고 있다. 한국가스공사는 연승을 이어가면서 선수들이 경기를 풀어가는 방법을 터득한 것처럼 보인다. 전체적으로 선수들이 자신감이 생겼고, 득점 가담도 적극적으로 하면서 팀 평균 득점이 80점을 넘어섰다. 팀 어시스트도 많아졌는데, 다 같이 하는 농구를 잘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또, 후반전에 더욱더 집중하면서 뒷심까지 강해진 것 같다.

 

KCC도 마찬가지다 3연승을 하면서 7위까지 올라왔다. 허웅 선수가 요청한 미팅의 효과였을까. 요즘에는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근성 있는 플레이가 많이 돋보인다. 달라진 선수들의 경기력에 전창진 감독님도 선수들에게 칭찬을 아까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허웅, 이승현, 라건아 선수의 활약이 좋지만, 정창영 선수의 활약이 굉장히 인상적이다. 화려하지 않지만 팀에 필요한 역할을 잘 해주고 있다. KCC로 이적한 이후 좋은 몸놀림을 보여주고 있고 주장으로서도 후배들을 잘 이끌고 있다.

 

올 시즌처럼 순위가 요동친 적이 있는지 궁금하다. 특히 요즘처럼 하위권으로 출발한 팀들이 중위권까지 급속도로 치고 올라온 경우가 또 있었나 싶다. 승차가 많이 나지 않는 만큼, 1~2경기에 의해 순위가 바뀌고 있기에 선수들도 다른 팀들의 경기를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다.

 

아마도 속마음은 경쟁팀들이 다 패하기를 바라는 마음이겠지만, 그것보다는 일단은 우리 팀이 이기는데 더욱 집중하는 것이 더 낫겠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3라운드가 지나면 어느 정도 윤곽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이번 시즌은 정말 예측이 어렵다. 하위권에서 머무르고 있는 팀들이라면 분명히 반등을 위한 시나리오를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트레이드가 될 수도 있고, 외국선수의 교체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도 원하는 결과를 100% 가져다준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많은 고민이 뒤따를 것이다.

 

순위 경쟁이 치열해지면 보는 우리 팬들 입장에서는 굉장히 흥미진진하지만, 선수들은 그만큼 부담도 커지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게 된다. 패배의 결과는 너무 가혹하다. 6개월간의 대장정이 끝나고 나면 결과가 나오겠지만, 적어도 우리 선수들이 농구장에 들어선 순간만큼은 승리하기 위해 갖고 있는 모든 것들을 쏟아내고 있다는 사실만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나 역시도 그런 선수들의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더 빛날 수 있도록 열심히 준비해서 잘 해설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다사다난했던 2022년도 얼마 남지 않았다. 이 글을 읽으실 모든 팬분들도 2022년 마무리 잘 하시고, 독감과 코로나 등 건강에도 유의하셨으면 좋겠다.

 

김태술 / 전 프로농구 선수, 현 어쩌다벤저스 멤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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