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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환상곡] 신태용의 인도네시아, 준우승에도 열광하는 이유

--한준 축구

by econo0706 2022. 11. 20.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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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01. 03

 

"신태용 감독에게 인도네시아의 미래를 맡겨야 한다. 결과와 관계 없이 5년은 더 맡겨야 한다."

인도네시아 대표팀이 태국과 결승전에서 합계 1무 1패로 2020 AFF(아세안축구연맹) 스즈키컵을 준우승으로 마쳤다. 통산 여섯 번째 준우승이다. 1996년 대회 창설 이후 최다 준우승 기록이다. 인도네시아는 아직 한 번도 우승하지 못했다.

지난 2016년 대회도 준우승했던 인도네시아에 스즈키컵 준우승은 낯설지 않은 결과지만 인도네시아 팬들은 이번 결과에 흥분하고 있다. 인도네시아가 선발 선수 기준 평균 연령 23세의 어린 팀이었고, 당장 지난 2018년 대회 당시 조별리그 탈락으로 침체에 빠져 있던 상황이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는 최근 스포츠 발전과 축구 발전을 위해 정부 차원에서 투자하고 있다. 2018년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을 개최했고, 코로나19 팬데믹으로 2023년으로 연기된 FIFA U-20 월드컵 차기 대회 개최국이다.

인도네시아사 신태용 감독은 선임한 배경도 2017년 FIFA U-20 월드컵을 개최국으로 치르며 아르헨티나, 잉글랜드와 속한 조를 통과해 16강에 올려 놓은 성과와 23세 이하, 성인 대표팀을 두루 맡으며 거둔 업적 때문이다. 실제로 신 감독은 인도네시아 성인 대표팀뿐 아니라 23세 이하 대표팀과 20세 이하 팀을 총괄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대표팀의 세대교체를 이끌고 있는 신 감독은 당면한 최대 목표였던 FIFA U-20 월드컵이 2021년 개최에서 2년 뒤로 밀린 진통 속에 AFF 스즈키컵을 통해 첫 메이저 대회에 나섰고, 준우승이라는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뒀다. 신 감독 스스로도 아직 선수들의 경험이 부족해 우승까지 기대하기 어렵다고 밝힌 대회였으나 지난 대회 우승팀 베트남을 조별리그에서 2위로 밀어내고 1위로 4강에 올랐다.

4강에서는 개최국 싱가포르에 2차전 4-1 골 폭격으로 결승에 올랐고, 태국과 결승 1차전은 0-4 완패를 당했으나 2차전 2-2 무승부로 저력을 보였다. 태국은 이번 대회 우승 과정에 단 6승 2무의 성적을 냈는데, 2무 중 1무승부를 인도네시아가 끌어냈고, 18득점 3실점 중 3골을 인도네시아가 넣었다. 신 감독이 이끈 인도네시아는 준우승 과정에 무려 20골을 몰아쳐 대회 최다 득점팀이 됐다.

 

▲ 신태용 인도네시아 대표팀 감독. / 인도네시아 축구협회 트위터

 

인도네시아는 최고의 화력을 자랑했으나 역설적으로 최전방 스트라이커의 결정력 부재가 큰 숙제 중 하나였다. 인도네시아는 이번 대회에 11명의 다른 선수가 득점자 명단에 올랐다. 이 역시 대회 최다 기록이다. 특정 선수의 득점에 의존하지 않은 팀인 것이다.

왼쪽 측면 공격수 이르판 자야가 3골로 가장 많은 골을 넣었고 중앙 미드필더 에반 디마스, 라흐마트 이리안토가 각각 2골, 스트라이커 왈리안과 2선 공격수 위탄 술레이만이 2골을 넣었다. 그외 아스나위, 엘칸 바곳, 라마이 루마키에크, 리키 캄부아야 등 미드필더와 수비수들이 골맛을 봤다.

이번 대회에서 득점과 도움 양면에서 가장 돋보이는 활약을 펼친 위탄 술레이만은 2001년생으로 겨우 스무살이다. 2021년 FIFA U-20 월드컵을 준비하던 핵심 유망주다. 대회 영플레이어상을 받은 레프트백 프라타마 아르한(20), 중앙 미드필더 이리안토(22), 결승 2차전에서 득점한 10번 공격수 에기 마울라나(21) 등은 20대 초반의 어린 선수로 인도네시아의 미래를 이끌어갈 자원이다. 신태용 감독이 성인 대표 선수로 발도움 시킨 선숙들이다.

2020년 대회 우승 전망에 '이르다'고 했던 신 감독은 결승 2차전을 마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다음 대회는 우승을 목표로 삼을 수 있을 것 같다"고 자신했다.

"결승 1차전에서 우리는 불운했다. 어린 선수들이 너무나 스트레스를 받았다. 이번 경기는 더 자신 있게 했다. 용감하게 했다. 비록 태국을 극복하지 못했지만 2차전 결과는 만족스럽다. 대회 전 준비 기간에 어려움이 많았다. 일단 돌아가면 쉬어야 한다. 이번 대회로 인도네시아는 2022년 대회에 새로운 목표를 세울 수 있게 됐다. 우리는 다음 대회에 우승을 위해 싸울 것이다.  어린 선수들의 경험 부족이 결승 1,2차전이라는 큰 경기에서 드러났다. 선수들은 계속 경기를 통해 경험을 쌓아야 한다. 다음 대회는 우승을 이룰 수 있는 준비가 더 잘 될 것이다."

포백과 스리백, 파이브백을 오간 능수능란한 전술 변화와 1선과 2선의 쉴새없는 움직임은 신태용 감독의 전술 트레이드 마크다. 신태용 스타일을 이식 받은 인도네시아는 결승전 패배에도 "모든 것을 쏟아내며 감동을 줬다"며 인도네시아 팬들의 뜨거운 지지를 받고 있다. 객관적 전력에서 앞서는 태국과 결승전이 성사됐을 때 "결승 결과와 관계없이 신 감독과 재계약하라"고 외친 인도네시아 팬들의 요구에 인도네시아 축구협회는 "전폭적 지원"을 약속했다.

성공적인 신호탄을 쏜 신태용 감독이 베트남에서 동남아시아 축구사를 새로 쓴 박항서 감독의 뒤를 이어 '감독 한류'를 이어 받았다. 신 감독의 도전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관심이 모아진다.

 

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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