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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치히터] 장기계약은 '독배'인가

--성일만 야구

by econo0706 2022. 9. 18.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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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07. 21

 

잭 그레인키(32.LA 다저스)는 올 시즌 메이저리그 투수를 통틀어 유일하게 1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 중이다. 20일(이하 한국시간) 워싱턴전에 선발 등판해 8이닝 무실점으로 시즌 9승째를 따냈다. 지난달 19일 텍사스전 이후 43⅔이닝 무실점. 올시즌 19경기에 나와 단 한차례를 제외하곤 모두 퀄리티 스타트(6이닝 3자책 이내)를 기록했다.

 

그 한번이 지난달 3일 콜로라도 원정경기다. 타구의 반발이 유난히 큰 고지대로 '투수의 무덤'이라 불리는 야구장임을 감안하면 사실상 전 경기 퀄리티 스타트다. 평균자책점 1.30이면 가히 언터처블(Untouchable) 수준이다.

 

그레인키는 2013년 6년 1억4700만 달러(약 1600억원)에 다저스와 장기 계약을 맺었다. 계약 첫해 15승, 지난해는 17승을 거뒀다. 올해는 타선의 뒷받침을 받지 못해 9승에 머물고 있지만 생애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장기 계약 투수에게서 좀처럼 보기 드문 헌신이다.

 

▲ LA 다저스 투수 잭 그레인키 / 사진=연합뉴스

 

메이저리그 계약사에는 이른바 '먹튀'로 불리는 장기 계약 투수들이 수두룩하다. 최초의 1억달러 선수 케빈 브라운도 그 중 하나. 브라운은 1999년 7년 1억500만달러라는 대형 계약을 성사시켰다. 1998년 브라운은 18승7패 평균자책점 2.38을 기록했다. 무시무시한 투수였다.

 

1999년 18승으로 체면을 유지했으나 이후 13승, 10승, 3승으로 내리막길을 걸었다. 마지막 3년 동안 28승을 거둔 후 은퇴했다. 그 뒤를 이은 '먹튀'는 마이크 햄튼. 2001년 8년간 1억2100만 달러 계약서에 사인했다. 그런데 그 8년 동안 고작 56승에 그쳤다. 1승당 216만달러의 거액을 벌어들인 셈이다. 참고로 류현진(LA 다저스)은 지난해 400만달러를 받아 14승을 기록했다. 1승당 28만 5000달러의 저렴한 금액이다.

 

햄튼의 뒤를 이은 투수는 배리 지토. 오클랜드 시절 5년간 68승을 올린 좌완이다. 샌프란시스코는 만(灣) 하나를 사이에 둔 지역 라이벌 투수에게 7년 1억2600만 달러의 거액을 안겨주었다. 하지만 이후 7년간 지토는 58승에 그쳤다. 1승당 비용은 무려 217만 달러.

 

이밖에도 다년 계약 먹튀 선수는 넘쳐난다. 그런데도 구단은 선수에게 끌려 다닌다. 우승을 위해선 투자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메이저리그는 구단별로 TV중계권 협상을 벌인다. 스타가 있고 성적이 좋아야 비싼 중계권료를 받을 수 있다.

 

그레인키의 올 시즌 분전은 그런 배경에 옵트 아웃(Opt Out)이라는 독특한 계약 방식을 보태야 이해될 수 있다. 그레인키는 2018년 말이라야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회복한다. 그때 나이는 34세. 대형 장기 계약을 성사시키기엔 늦은 나이다.

 

▲ 워싱턴 내셔널스 투수 맥스 슈어저. / 사진=연합뉴스

 

그런데 계약상 올 시즌을 마친 후 옵트 아웃을 행사할 수 있다. 계약 기간 중 남은 연봉을 포기하면 FA 신분이 되는 것. 동갑내기 라이벌 맥스 슈어즈는 지난해 말 워싱턴과 7년 2억1000만달러라는 천문학적 계약에 성공했다. 그레인키의 심정이 어땠을까. 그 분심이 그레인키의 맹활약을 이끌어냈다.

 

추신수(33.텍사스)의 전반기 부진을 두고 말들이 많다. 2할2푼1리의 타율이면 낙제점이다. 더구나 7년간 1억3000만달러를 받는 스타 선수의 성적이면 '먹튀'로 불려도 할 말이 없다. 장기 계약이 선수에게 좋지만은 않다. 편해지면 느슨해진다.

 

성일만 기자 texan509@fnnews.com

 

자료출처 : 파이낸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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