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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치히터] 폼 바꾼 강민호 펄펄

--성일만 야구

by econo0706 2022. 9. 18.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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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04. 08.

 

중국 선종의 창시자 달마대사는 9년간의 면벽 수행 끝에 깨달음을 얻었다. 이에 반해 말 한마디로 단숨에 깨달음을 얻는 것을 언하대오(言下大悟)라 한다. 진퇴양난의 수행자가 스승의 말 한마디에 눈앞이 환해지며 깨달음의 세계에 든다는 뜻이다.

강민호(30·사진)는 2010년 이후 매년 하락세를 보였다. 특히 4년 75억원이라는 초대형 FA(자유계약선수) 계약 후 지난해 타격 부진으로 '먹튀'라는 따가운 눈총까지 받았다.

강민호는 2010년 홈런 23개와 3할대 타율(0.305)로 정점을 찍었다. 이후 19개(2011~2012년), 11개(2013년)로 홈런수가 줄었다. 지난해엔 16개로 조금 늘었으나 2할2푼9리의 자조한 타율로 고개를 들지 못했다. 유난스런 타고투저 현상을 감안하면 그의 부진은 이상할 정도였다.

강민호는 7일 대구구장 한 가운데를 가르는 홈런을 터트렸다. 0-1로 뒤진 상황서 삼성의 에이스 장원삼을 상대로 뽑아낸 값진 동점 홈런이었다. 바로 직전 부산 사직구장서는 두산 세 투수로부터 3개의 홈런을 때리는 기염을 토했다.

강민호가 변했다. 스윙 준비 동작은 간결해지고 팔로스로는 커졌다. 장타가 터져 나오는 이유다. 자신감도 충만하다. 홈런을 뽑아낸 네 명의 투수가 모두 내로라하는 에이스급들.

 


"포인트 앞에."

강민호를 대오각성시킨 말 한 마디다. 올해 초 부임한 장종훈 타격코치는 강민호에게 "포인트를 앞에 두라"고 주문했다. 장종훈 코치는 1980~90년대 한국 야구를 대표한 홈런 타자.

포인트를 앞에 두면 장타에 유리하다. 반면 최대한 몸에 붙여서 치면 타율이 올라간다. 장종훈 코치는 두 마리 토끼를 다 넘보는 어정쩡한 자세를 버리고 장타 쪽으로 나가라고 주문했다. 강민호의 특장을 최대한 살려보려는 것. '포인트를 앞에' 두면 직구 공략에 유리하다. 변화구는 최대한 기다렸다가 공이 꺾인 다음 치는 게 효과적이다. 장타보다 톡톡 끊어 치는 타격을 좋아하는 일본 타자들의 일반적 유형이다.

공교롭게도 강민호가 친 4개의 홈런은 모두 직구를 때려서 나온 장타다. 7일엔 장원삼의 바깥쪽 꽉 찬 136㎞ 직구를 밀어서 넘겼다. 자신감과 파워 없이는 나올 수 없는 직선 타구였다. 첫 홈런은 5일 장원준의 직구에서 나왔다. 0-3에서 추격의 발판을 마련해준 영양가 만점의 아치. 두번째는 7회 김강률의 역시 직구를 통타해서 뽑아냈다. 이번엔 150㎞의 강속구였다. 마지막으로 8회 이원재의 144㎞ 직구.

강민호는 지난해 장타를 노리기 위해 왼팔을 최대한 길게 뻗었다. 스윙 아치는 커졌지만 도리어 홈런은 줄었다. 타격 이론에 일가견을 가진 우용득 전 롯데 감독은 "TV로 보니 폼이 많이 바뀌었다. 포인트를 앞에 두니 타구에 힘이 실려 멀리 간다. 바람직한 변화다"라고 분석했다. 강민호가 이제야 몸값을 하나 보다.

 

성일만 기자 texan509@fnnews.com

 

자료출처 : 파이낸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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