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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치히터] 유례없는 타고투저 진짜 원인은?

--성일만 야구

by econo0706 2022. 9. 17.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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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09. 22

 

우연치곤 묘했다. 얼마 전 모처에서 3개 구단 현직 타격, 투수, 수비 코치와 야구기자가 한 자리에 모였다. 프로야구 시즌 중 이런 모임을 갖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동선(動線)이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필드에서 알고 지낸지 오래 된 낯익은 얼굴들. 소주 맛 떨어지는 야구 얘기는 절대 하지말자고 미리 선을 그었다.

하지만 다짐의 유통기간은 짧았다. 늘 그랬다. 야구 빼면 남는 게 없는 인생들이다. 올시즌 유난스러운 '타고투저(打高投低)' 현상이 도마 위에 올랐다. 궁금했다. 전문가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어떤 생각들을 하는지. 이름과 소속 구단은 밝히지 않는다.

▲기자=요즘 자주 보는 야구의 핸드볼 스코어 어떻게들 생각해? 투수들이 마운드에서 형편없이 무너지는 거 당신네(투수 코치)들 책임 아냐?

▲투수=우리도 할 말 많아. 솔직히 한국 야구에 특급 투수들이 몇이나 돼? 그나마 류현진(LA 다저스), 오승환(한신), 윤석민(볼티모어)은 해외로 나갔고.

▲타격=타자들의 배트 컨트롤이 좋아진 이유도 있지.

▲투수=결국 지네(타격코치) 잘났다는 얘기 아냐. 지금 여건이 우리(투수)에게 불리해. 몸쪽 공을 마음 놓고 못 던지잖아. 투수가 던진 공이 타자 머리 쪽으로 날아가면 바로 퇴장을 시켜버리니.

▲기자=자기들이 못해서 그렇지. 홈 플레이트에 꽉 차게 던지면 되잖아?

▲투수=(한심하다는 듯) 이렇다니까. 그게 말처럼 쉬워. 야구 안 해본 사람이 꼭 이런 말 하지. 몸쪽에 던지면 조금만 실투해도 '꽝'. 홈런 맞은 다음 울면 뭐해. 옛날에는 몸쪽 위협구를 던지면 타자들이 겁을 먹었거든. 그리고는 바깥쪽으로 흘러가는 슬라이더 던지면 헛스윙! 삼진이지.

▲타격=솔직히 타자들이 편해지긴 했어. 바깥쪽만 노려서 치니까. 심판들이 몸쪽을 잘 안 잡아 주거든. 이승엽(38·삼성)이 다시 살아나고 홍성흔(38·두산), 이호준(38·NC) 같은 마흔 바라보는 타자들이 잘 치는 이유도 그 때문이야. 나이 들면 몸쪽이 약해지거든. 일반 팬들은 잘 이해 못하겠지만.

▲투수=타자들은 마흔까지 야구 할 수 있어서 좋겠다. 투수들 다 죽여 놓고 지들만 살겠다고. 얘(투수)들이 마운드에 올라가기가 겁난대.

▲수비=헐, 야구 배트도 문제야. 전에 펑고(코치들이 수비 연습을 위해 쳐주는 타구)를 치면 아무리 세게 때려도 외야 펜스를 넘지 않았거든. 이젠 툭 치면 넘어가. 힘이 더 좋아졌을 리는 없고. 배트가 좋아진 거지.

▲기자=회춘한 것 아니고? (웃음)

▲수비=세월은 못 속여. 나이는 속일 수 있어도.

 

▲투수=공의 반발력도 커졌어. 미국이나 일본에서 사용되는 공보다 국내 공인구의 반발력이 훨씬 크거든. 3개국에서 쓰는 공을 나란히 들고 땅에 떨어트려 보면 알 수 있어. 한국 공이 제일 높이 튀어 올라.

▲기자=한화에서 뛰던 외국인 투수 클레이가 미국 돌아가서 "한국 야구의 스트라이크 존이 너무 좁아 힘들었다"고 털어놓았잖아. 스트라이크 존을 조금 넓힐 순 없나?

▲투수=한국이 조금 좁기는 해. 추신수의 타격 부진이 유난히 좁은 '추존' 때문이라고 하잖아. 스트라이크 존이 타자나 투수에겐 그만큼 민감한 문제거든.

▲타격=나도 스트라이크 존을 넓혀야 한다는데 한 표. 스트라이크 존이 넓어야 타자들도 공격적이 되거든. 자꾸 기다리다 보면 아무래도 소극적으로 변하게 돼.

▲수비=추신수도 몸쪽이 약한 편인데 한국에서처럼 몸쪽을 잡아주지 않으면 방망이 거꾸로 쥐고도 3할 칠거야.

지난 1999년은 한국 프로야구사의 기록적인 타고투저의 해였다. 당시 프로야구의 전체 평균자책점은 4.98. 올해는 5점대를 훌쩍 넘긴다. 내년에는 어떻게 될까?

 

성일만 기자 texan509@fnnews.com

 

자료출처 : 파이낸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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