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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치히터] 양키스타디움에 걸릴 두 개의 영구결번 42

--성일만 야구

by econo0706 2022. 9. 17.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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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07. 22

 

미국의 대도시 어디를 가도 두 가지는 공통적으로 있다. 하나는 마틴 루터 킹 길이다. 도시의 중심부에서 약간 남쪽으로 향하면 어김없이 이 길(Martin Luther King Blvd.)을 만난다. 미국의 도시들은 대개 북쪽의 백인 거주 지역과 남쪽의 흑인 지역으로 나누어져 있다. 마틴 루터 킹 길은 그 경계 쯤 된다.

또 다른 하나는 야구장에 있다. 등번호 42번이다. 메이저리그 각 구단은 홈구장에 영구결번 번호를 걸어둔다. 물론 그 번호는 구단마다 다르다. 유일한 예외가 42번이다. 최초의 흑인 메이저리그 선수 재키 로빈슨을 기념하기 위한 번호로 모든 구장에 걸려 있다.

로빈슨은 1947년 4월 14일 흑인만을 위한 니그로 리그서 백인의 전유물이던 메이저리그로 뛰어든다. 이제는 전 세계인의 인종 전시장처럼 되어 버린 메이저리그지만 당시엔 그렇지 않았다. 로빈슨은 팀 내 백인 선수들로부터 철저히 왕따를 당했다. 심지어 그들이 모두 샤워를 마친 후에야 비로소 혼자 화장실을 쓸 수 있었다.

로빈슨은 그런 차별의 벽을 뛰어 넘어 신인왕을 차지했고 MVP에까지 올랐다. 그의 등번호 42는 1997년 전 구단의 영구결번으로 지정됐다. 그 전까지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번호였지만 이후론 누구도 사용할 수 없는 번호가 됐다. 다만 그해 이미 사용하고 있던 7명의 선수들은 본인의 희망에 따라 은퇴할 때까지 계속 쓸 수 있게 했다.

 

▲ 재키 로빈슨(위)과 마리아노 리베라


마리아노 리베라(44·뉴욕 양키스)는 등번호 42번을 단 마지막 현역 선수다. 그리고 올해를 끝으로 은퇴한다. 리베라는 지난 17일(한국시간) 열린 메이저리그 올스타전서 MVP에 선정됐다. 투수가 올스타전 MVP에 뽑힌 것은 14년만의 일. 당시 페드로 마르티네스는 2이닝 동안 5개의 삼진을 얻어내는 완벽한 투구를 보였다.

리베라는 1이닝을 삼자 범퇴로 막았을 뿐이다. 그러고도 MVP를 수상한 이유는 위대한 선수에 대한 기자들의 존경심 때문으로 보인다. 리베라는 19년간 통산 639세이브(22일 현재)를 기록했다. 이는 누구도 넘보기 힘든 신기록이다. MVP는 리베라를 위한 일종의 헌정물인 셈이다.

2002년 메이저리그 선수와 단장들은 '당대 최고의 구종'을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리베라의 주무기 커터는 11표로 랜디 존슨의 직구를 누르고 당당히 1위를 차지했다. 커터는 직구와 슬라이더의 중간 구종. 리베라는 최고 구속 150㎞의 커터를 구사한다. 올스타전서도 3명의 타자에게 오로지 커터만 던져 모두 범타 처리했다. 폴 매카트니가 마지막 은퇴 공연의 파이널 곡으로 '예스터데이'를 부른 거나 마찬가지다.

리베라는 올 시즌 31세이브를 기록 중이다. 블로운 세이브는 두 차례뿐. 1점대 방어율(1.78)을 과시하고 있는 40대 중반의 이 투수를 팬들은 떠나보내기 싫다. 하지만 그는 가족을 위해 미련 없이 글러브를 벗는다. 뉴욕의 양키스타디움에는 올 가을부터 두 개의 42가 걸릴 것이다.

 

성일만 기자 texan509@fnnews.com

 

자료출처 : 파이낸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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