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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치히터] 류현진의 최대강점은 유연성이다

--성일만 야구

by econo0706 2022. 9. 17.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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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05. 13.

 

선동렬 KIA 감독은 가끔씩 기자들을 놀라게 했다. 그 중 하나는 말술. 더 놀란 것은 술 마신 다음 날이다. 엄청나게 술을 마신 바로 다음 날 경기서 거뜬하게 완투를 했다.

선 감독과 고려대 동기인 정삼흠(당시 LG 투수)에게는 특별한 임무가 있었다. 해태(현 KIA)와 잠실 경기가 있기 전 날 몰래 친구(선동렬)를 불러내 술자리를 마련하는 것. 소문난 대주가인 정삼흠은 작심하고 친구를 KO시킨다. 다음 날 등판이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그리곤 의기양양하게 집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웬걸. 마운드에 오른 선동렬의 구위에는 전혀 간밤의 취기가 없었다. 오히려 더 쌩쌩했다. 술 먹은 티를 내지 않기 위해 더 열심히 던진 탓이다. 김응룡 감독은 음주 투구를 알면서도 모른척했다. 경기 전날 음주는 바람직하지 않다. 하지만 더 잘 던지는 데야 할 말이 없었다.

선 감독과 골프를 쳐보면 또 한 번 놀란다. 300야드를 훌쩍 넘기는 드라이브 거리 때문이다. 프로골퍼로도 장타에 속한다. 일반 아마추어와는 어림잡아 100야드 가량 차이 날 때도 있다. 선 감독의 장타는 유연성에서 나온다. 선 감독은 현역시절 땅바닥에 주저앉은 채 한쪽 다리를 머리 뒤로 감아올릴 정도로 유연했다.

위 사진은 13일자(한국시간) LA타임스에 실린 류현진의 투구 모습이다. 한 눈에 봐도 유연한 투구 폼이다. 골프에서 장타를 치려면 클럽헤드를 가능한 뒤에 남긴 채 끌고 내려와야 한다. 투수의 투구도 마찬가지다. 사진은 공을 던지기 일보 직전의 모습이다. 그런데도 공을 쥔 손(클럽)은 아직 그의 몸 뒤편에 머물러 있다.

야구에선 이른바 '회초리 이론'이라는 게 있다. 공에 회전을 잘 주려면 몸이 회초리처럼 돼야 한다는 것. 그래야 공 끝이 살아난다. 반대는 막대기다. 몸과 팔이 막대기처럼 하나가 되어 던지면 공 끝에 힘이 전달되지 않는다. 온 몸이 회초리처럼 휘어지는 유연성을 가져야 좋은 투수다.

LA타임스는 이날 기사에서 "다저스 클럽하우스에 모처럼 흥겨운 음악 소리가 들렸고, 선수들은 미소를 되찾았다"고 적었다. 모두가 류현진의 호투 덕이다. 하긴 다저스가 5월 들어 처음 거둔 승리였으니. 돈 매팅리 감독은 "마치 샴페인을 터트린 기분이다. 하지만 여기서 만족해선 안 된다. 선수들이 오늘처럼 뭉치면 앞으로 더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매팅리 감독은 류현진을 '장인(master craftsman)'으로 불렀다. 최고의 격찬이다.

 

성일만 기자 texan509@fnnews.com

 

자료출처 : 파이낸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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