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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술] 몸 관리와 슈팅의 모범답안 : 라건아 & 조성민

--김태술 농구

by econo0706 2022. 9. 18.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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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02. 25

 

이게 도대체 머선129….

코로나19 확진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프로농구 시즌은 더 빨리 브레이크에 접어들었고, 우리 국가대표 선수들도 필리핀으로 출국하지 못하는 일이 벌어졌다. FIBA 농구월드컵 아시아 예선에 나서지 못해 농구인 입장에서 굉장히 안타깝게 생각한다. 다들 나와 같은 생각이시겠지만 건강과 안전이 우선인 만큼, 지금은 방역수칙을 잘 지키며 생활하는 것이 중요하다. 리그 일정이 재개될 때까지 모두 건강을 잘 회복하길 바라는 마음뿐이다.

이렇게 경기 일정이 없을 때도 몸 관리는 가장 중요한 과제다. 체력을 많이 쓴 선수들은 휴식에 중점을 두고 몸 관리를 하는 선수들도 있을 것이고, 슛 밸런스를 다시 잡기 위해 슈팅 훈련에 매진하는 선수들도 있을 것이다. 나 역시 선수 시절에는 휴식기가 주어질 때면 그때마다 필요한 운동을 찾아 더 집중적으로 했던 것 같다.

 

◇ KBL의 ‘철인’ 라건아

 

‘몸 관리’란 키워드를 언급할 때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선수가 있다. 도대체 몸이 지치지도 않고 다치지도 않고, 아프지도 않는 것 같다. 말 그대로 ‘철인’이다.

바로 전주 KCC의 라건아 선수이다.

라건아도 어느덧 한국에서 10번째 시즌이다. 2012년에 데뷔한 이래 꾸준히 성장해왔고, 수차례 우승에도 기여했다. 그 사이 그는 국내, 외국선수 통틀어 KBL 역사상 가장 많은 리바운드(5,365개)를 잡아내고, 가장 많은 더블더블(299회)을 기록하고 있다. 정규리그에서는 9,368점을 기록 중인데 이 역시도 KBL 역대 5위라고 한다. 라건아는 아직도 건재하기에 앞으로 그가 뛰는 1분, 1초가 늘 기록이 될 가능성이 높다.

라건아의 존재감은 KBL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귀화 이후 아시안게임, FIBA 월드컵, 아시아컵 등 국가대표팀이 필요로 하는 매 순간마다 든든하게 골밑을 지켜주었다.

 

나는 삼성 시절에 라건아와 함께 뛸 기회가 있었다. 슛, 리바운드, 속공 가담, 여기에 수비까지. 자신의 몫을 항상 다하는 선수였다.

한번은 너무 궁금해서 물어본 적도 있다. 피곤하지 않냐고.

그의 대답은 ‘NO’였다.

심지어 타임아웃 때도 의자에 앉지 않았다. 내 기억이 맞다면 힘들지 않아서 앉지 않는다고 했던 것 같다.

라건아 선수의 피지컬과 체력은 감히 누구도 따라오지 못할 수준이라 생각한다. 따로 챙겨먹는 영양제가 있는지 묻고 싶다.

국가대표팀에서도 활약이 엄청나다. FIBA 월드컵에서도 자신보다 큰 선수들과 만났을 때 전혀 밀리지 않았다. KBL에서처럼 묵묵히 리바운드를 걷어내고 정확한 중거리슛으로 상대를 힘들게 했다.

무엇보다 지치지 않는 체력을 바탕으로 속공에 가담하기 때문에 늘 라건아를 수비하는 선수들은 평소보다 더 많은 체력을 썼어야 했을 것이다.

라건아 선수를 오래 봐왔던 분들은 아실 것이다. 노력과 열정이 얼마나 대단한지 말이다. 지금의 라건아를 만든 비결이 아닐까 싶다.

매 시즌 KBL에 쟁쟁한 경력의 외국선수들이 올 때마다 라건아가 비교되곤 한다. 많은 선수들이 라건아와 자웅을 겨루어왔지만, 누구도 쉽게 라건아를 제압하지 못했다. 게다가 지금은 한국문화에 완전히 적응해 동료들도 잘 활용한다. 개인적으론 상대 선수가 넘어져도 먼저 가서 일으켜주는 모습도 굉장히 보기 좋다.

종종 외국선수 중에는 상대 선수가 넘어졌을 때 일으켜 세워주는 걸 싫어하는 선수도 있다. 아마도 다른 문화, 다른 분위기에서 농구를 배워왔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런 면에서 라건아는 KBL에서 오래 생활해오면서 한국의 문화, 예절 등도 잘 배워 큰 구설수 없이 선수 생활을 이어가는 것 같다. 이 역시 쉽지 않는 일이기에 대단하다고 생각된다.

라건아의 플레이에서 가장 눈에 띄게 좋아진 점 중 하나는 바로 슈팅이다. 처음에 KBL에 왔을 때만 해도 슛이 이 정도로 정확하거나, 슛거리가 긴 편은 아니었다. 그러나 꾸준히, 정확한 방식으로 노력을 기울인 덕분에 이제는 3점슛까지 시도할 정도가 됐다.

그런 의미에서 화제를 슈팅으로 전환해볼까 한다. 어느 종목이든 연습은 양도 중요하지만,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정확히 알고 하는 것도 중요하다.

특히 슛이 그렇다. 슛의 경우, 좋은 슈팅 능력을 바탕으로 경기를 풀어갔던 선수들에게 노하우를 배운다면 더 효율적이고, 정확하게 배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 조성민 코치가 최고의 슈터가 될 수 있었던 비결

그래서일까. 지난 시즌 은퇴를 하고, 지도자를 준비하고 있는 전 프로농구 선수 조성민 코치가 슈팅 캠프를 개최한 것이 눈에 띈다. (이제는 코치님이라 불러야 할 것 같다.)

조성민 코치는 선수 시절에도 슛과 2대2 능력은 누구와 비교가 안 될 정도였다. 후배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캠프를 열었던 만큼, 그 역시 충실히 후배들에게 알기 쉽게 자신의 노하우를 공유하지 않았을까 싶다.

 

조성민 코치와는 국가대표팀에서 많이 호흡을 맞췄다. 우리가 12년 만에 금메달을 거머쥔 인천 아시안게임에서도 우리는 같은 기쁨을 누렸다. 아직도 기억나는 장면이 하나 있다. 아시안게임 당시 필리핀과의 경기였다.

1쿼터 후반인지, 2쿼터인지 기억이 정확하게 나지 않는데 내가 왼쪽 45도에서 공을 잡고 있었고, 조성민 코치는 반대쪽 코너에서 움직이고 있었다.

사실 패스를 넘겨주기엔 좀 복잡해 보일수도 있고, 공을 받는 선수 입장에서도 밸런스를 잡기 좀 어려운 위치였다.

하지만 조성민 코치는 정확히 나를 파악하고 있었고, 본인 수비가 스크린에 걸려 빠져나오지 못하게 움직이며 내가 패스를 할 수 있게 타이밍을 잡았다.

패스도 쉬운 패스는 아니었지만 그 움직임을 가지고 난 후 슛을 쏠 수 있는 선수가 많지 않다. 늘 느끼지만, 그때 그 모습을 보며 조성민 코치가 얼마나 능력있는 선수인지를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포인트가드 입장에서는 슈터들이 좋은 움직임을 가져가준다면 패스 주기가 훨씬 수월해진다. 사실, 슛이 좋은 선수일수록 수비에 대한 압박은 굉장히 심해진다. 그렇게 되면 포인트가드 입장에서는 패스를 주기가 참 애매할 때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패스를 입에 맞게 주는 (김태술 선수처럼!하하) 능력을 가드들이 키워야 하겠지만, 슈터들도 그런 수비들을 떨쳐내고 슛을 쏠 공간을 만들어 내는 능력을 키우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조성민 선수의 슈팅 능력도 굉장히 뛰어났지만, 공간을 만드는 능력 또한 굉장했기 때문에 어린 선수들이 예전 영상을 찾아보면서 공부를 했으면 한다.

슈터 중에는 조성민 코치 외에 문경은 선배와 전성현 선수(안양 KGC)도 추천한다. 운 좋게도 나는 문경은 선배, 전성현 선수와 뛸 기회가 있었다.

현역시절 문경은 선배는 놀라움 그 자체였다. 모두가 인정하는 슈터였다. 오랫동안 상대의 강한 압박에 시달리면서 뛰어온 만큼, 어디로 가면 패스가 오고 어떻게 움직여야 그런 찬스가 나는지 알고 있었다.

무엇보다 공을 뿌려주는 가드들과 눈빛으로 많은 것을 이야기하셨는데, 그렇게 오픈찬스를 맞으면 여지없이 정확한 적중률의 3점슛을 꽂았다.

아마 문경은 선배와 뛰었던 가드들은 다 그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전성현 선수는 그의 신인 시절에 잠시 함께 했는데 정말이지 슛은 그때나 지금이나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잘 들어갔다.

슛 타이밍도 굉장히 빠르고, 몸놀림도 가벼웠다. 속공 상황에서도 빠른 스텝으로 3점슛을 꽂는데, 굉장히 인상적이다.

 

문경은 선배는 요즘 방송에서 자주 뵙고 있는데, 워낙 입담이 좋으셔서 많은 분들께 사랑을 많이 받을실 것 같다. 앞으로의 인생도 많이 응원한다! 전성현 선수는 지금도 잘 하고 있지만, 앞으로 견제가 더 심해질 것이기에 공 없이 움직이는 방법을 좀 더 연구하면, 한 단계 더 장 할 수 있는 선수가 될 거라 생각한다.

앞으로도 부상 없이 시원시원하게 3점슛을 넣는 장면을 오랫동안 보여주길 바란다.

어린 선수들도 이렇게 훌륭한 선수들의 좋은 점을 꼭 배워서 나중에 이 두 선수보다 더 놀라운 선수가 되기를 바란다.

PS. 경이로운 커리

3점슛 이야기를 하다 보니 스테픈 커리 선수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커리는 ‘굉장하다’, ‘대단하다’보다는 ‘경이롭다’는 표현이 어울릴 것 같다. 특히 이번 올스타전에서 보여준 16개의 3점슛은 설명이 어려울 정도이다.

같이 뛴 동료들조차 커리에게 “네가 농구를 바꿔놨어”라고 했을 정도니 말 다했다.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슈팅 폼을 가르쳐주시는 선배, 코치님들께서는 이마에서 슛 동작이 시작되도록 가르쳐주셨다. 하지만 커리가 등장한 이후 후배들 중에서도 커리와 비슷한 폼으로 슛을 쏘는 선수들이 많아졌다. 슛에 대한 패러다임을 바꾼 선수가 아닌가 싶다.

사실 나는 NBA를 즐겨보는 선수는 아니었다. 내 생각으로는 도저히 말도 안 되는 플레이를 하는 선수들이 모여 있는 리그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 ‘끝판왕’이 지금의 커리라고 생각한다. 마치 게임에서나 볼법한 플레이를 실제로 해내기 때문에 가끔 게임인지 실제 플레이인지 헷갈릴 정도이다.

커리의 플레이를 보는 사람들은 굉장히 놀라고 즐거울 것 같다. 나는 우리나라에서도 커리같은 선수가 언젠가 나오리라 생각한다.

많은 것을 배우고 습득하고 노력해서 우리 후배들도 놀라울 플레이를 해주기를 기대해 본다.

*

 

다음 주가 되면 다시 시즌이 재개된다. 선수들 모두 건강한 모습으로 코트에 돌아와 다시 팬들에게 즐거움을 전해주길 기대한다.

 

김태술 / 전 프로농구 선수, 현 어쩌다벤저스 멤버

 

자료출처 : 네이버 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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