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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술] SK 선두 질주에 대한 단상

--김태술 농구

by econo0706 2022. 9. 18.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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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02. 11

 

날씨가 풀린 걸 보니 ‘곧 봄이 오겠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탓에 많은 분들이 마음이 무거우실 것 같다. 주변에 확진자가 없으면 친구가 없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들릴 만큼, 그 확산세가 무서운 것 같다. (다행히 내 주변에는 확진자가 없다. 그렇다면 나는…?) 농구계도 요즘 난리다. 선수들 중에 확진자가 많이 발생해 안타깝다.

하루하루 늘어나는 확진자와 어딜 가든 써야하는 마스크, 지인들도 쉽게 만나지 못하는 상황들이 우울하시겠지만, 적어도 이 팀의 팬들만큼은 경기를 보면서 위로를 받지 않을까 생각된다.

바로 서울 SK 나이츠다. SK는 지난 6일 KT를 꺾으면서 역대 팀 최다연승 기록인 12연승을 달성했다. SK를 보면 승리 뿐 아니라 경기 자체가 팬들의 스트레스를 날려버리기에 충분한 모습을 보이는 것 같다.

 

SK는 틈만 보이면 뚫고 가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특히 김선형과 최준용 그리고 자밀 워니 선수의 조합이 경기를 거듭 할수록 견고해지고 있다. 여기에 다른 선수들도 자기 역할을 확실하게 해주면서 KBL에서 가장 안정된 경기력을 갖춘 팀으로 거듭났다.

12연승은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준 것 같다. 지지 않을 것 같다는 그런 마음가짐 말이다. KT전도 그랬다. SK는 10점 이상을 끌려 다녔지만, 코트 위 선수들은 물론이고 벤치멤버들의 표정에서도 조급함이 보이지 않고, 오히려 여유가 느껴졌다.

 

SK는 이제 매직넘버를 카운트하기 시작했다. 정규경기 1위가 눈에 보이는 시기다. 이제부터는 다른 팀들을 견제하기보다는 스스로 무너지지 않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자만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선수 시절, 나는 긴 연승도 경험해보고, 긴 연패도 당해보았다. 분위기는 극과 극이었지만, 핵심은 다른 팀과의 싸움이 아니었다. 소속팀 동료들과 코칭스태프가 하나가 되어 풀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연승이든 연패든 부담은 매한가지. 그렇기에 다같이 그 분위기를 어떻게 다뤄가느냐가 중요하다.

◇ 전희철 감독의 리더십

 

앞서 말했지만 SK는 경기를 풀어가는 능력이나 선수들 간의 믿음, 분위기 등은 상위권 팀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발견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또한 전희철 감독님의 지분도 빼놓을 수 없는데 전술을 비롯해 여러 면에서 팀을 멋지게 잘 이끌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첫 시즌이지만 큰일을 낼 수 도 있

겠다는 느낌도 든다.

감독님은 내가 SK에 갓 입단했을 때 문경은 전 감독님과 팀내 최고참이셨다. 약간 무뚝뚝해 보이시는 겉모습과는 달리 어린 선수들에게도 장난도 많이 치시고, 농담도 많이 던져주셔서 좋은 분위기를 잘 만들어 주신 걸로 기억을 한다.

 

휴가를 마친 뒤 체력테스트를 했을 때가 생각난다. 몸이 만들어진 상태도 아닌데 스쿼트 200kg를 들어 올리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난다. 무릎도 안 좋았던 걸로 기억하는데 휴가기간에도 몸관리를 틈틈이 열심히 해왔기에 그 무게를 바로 들어 올린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전희철 감독님은 재활과 치료도 꾸준하셨다. 그 와중에 신인이었던 내가 알 수 없는 자세한 부분까지도 정확히 짚어주시기도 했다. 그렇게 후배 입장에서 좋은 영향을 많이 받았는데, 그런 좋은 선배를 만난 것도 내 복이 아닌가 싶다. 또, 그렇게 꾸준히 성실하게 선수생활을 하셨기 때문에 지도자 준비도 선수 때처럼 열심히 하시지 않으셨을까 감히 예상해 본다.

감독 첫 시즌이시지만 지금처럼 좋은 흐름을 가져간다면 선수, 코치, 감독으로서 챔피언 반지를 끼는 영광을 누리시지 않으실까 기대한다.

좋은 결과로 시즌 마무리하시길 응원합니다!

◇ 코트 위의 리더 김선형

사실, 전술이 좋고 멤버 구성이 좋다고 다 좋은 성적을 내는 건 아니다. 결국 누군가는 코트 위에서 중심이 되어줘야 하는데, 지금 SK는 김선형 선수는 그 역할을 아주 잘 해낸다고 생각이 든다. 김선형 선수는 늘 잘해왔던 선수다. 하지만 올 시즌은 플레이 하나하나에 무게감이 느껴진다.

 

때로는 빠르게, 때로는 정확히 세워서 세트 플레이를 가져가고, 흐름에 맞게 패턴을 불러서 경기가 자연스럽게 흘러가도록 중심을 잘 잡아주는 것이다. 김선형 선수를 보면 저런 유형의 선수가 우리나라에 또 나올까 싶은 생각이 많이 든다. 정말 화려한 선수다. 우리나라에서 쉽게 나오기 힘든 화려함을 갖추고 있다. 또, 예전에는 조금 부족했던 경기운영 능력도 이제는 정점에 올라온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김선형 선수는 체격이 그리 크지 않은데 그 부분을 엄청난 스피드로 커버해왔다. 정말 폭발적이다. 김선형 선수처럼 원맨 속공을 마무리해내는 선수가 또 있을까. 게다가 그 스피드에 유로스텝까지 밟으며 레이업을 올려놓는다. 쉽지 않은 기술이다. 같은 선수 입장에서 입이 쫙 벌어진다. 지난 KT전 4쿼터 4분여를 남기고 보인 유로스텝과 레이업은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유로스텝은 보기에는 쉬워보여도 굉장히 구사하기 어려운 기술이다. 김선형 선수가 얼마나 노력을 해왔는지는 이 기술만 봐도 알 수 있을 것 같다.

 

국가대표팀에서 같이 생활할 때도 김선형 선수는 NBA 선수들의 플레이를 찾아보곤 했다. 그렇게 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피나는 노력 끝에 자기 기술 중 하나로 만들었다는 건 대단한 일이다.

 

여기서 잠깐! 유로스텝 얘기가 나온 만큼 하나만 짚고 가고 싶다.

소위 말하는 ‘엘리트 농구’를 배우는 어린 친구들이 프로선수들의 멋진 기술을 따라하려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그런데 너무 따라하려고 애를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 멋지고 화려한 기술에 신경을 쓰다보면 정작 농구를 보는 시야가 좁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은 기본기를 잘 갖춰야 한다. 제일 하기 싫고 따분한 기본기 훈련 말이다. 김선형 선수의 유로스텝은 탄탄한 기본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김선형 선수의 기술뿐 아니라 모든 프로농구 선수들에게 ‘기본의 중요성’에 대해 말해달라고 하면 저마다 기본기부터 갖추라고 강조할 것이다. 그 정도로 입이 아프게 강조를 해도 부족함이 없다.

나도 그랬다. 손바닥에 물집이 잡혀서 피가 날 정도로 기본기에 집중했던 시절이 있었다. 코치님이 시켜서 한 운동이긴 하지만, 중학생 때 그렇게 기본기를 갖춘 덕분에 고교시절에는 힘이 붙은 뒤에 실력이 더 폭발적으로 늘었던 것 같다.

모든 성공한 선수들에게는 기본기를 갖추고 다듬어가는 힘든 과정이 있었다. 그 과정을 잘 이겨내서 언젠가는 김선형 선수만큼, 아니 그보다 더 멋진 플레이를 하는 선수가 되길 바란다.

김선형 선수도 지금처럼 팀을 잘 이끌며 부상 없이 좋은 성적으로 이번 시즌을 마치기를 응원한다. 화이팅!

◇  세리머니도 잘 보고 있습니다

아참, 이 이야기도 하고 싶다. 요즘 중계를 보다보면 낯선 장면이 눈에 들어온다.

승리 후 인터뷰 중에 물세례를 하는 세리머니다. 처음에는 그 모습을 보고 ‘왜 저러지?’라는 생각을 했다. 아마 ‘저 뒤처리는 누가 하지?’라는 걱정도 했던 것 같다. 예전에 프로야구나 축구 쪽에서 수훈선수에게 물을 붓는 장면을 보곤 했는데 농구에서 본 건 처음이라 조금 놀랐다.

새로운 문화가 생긴 것이 아닌가 싶다. 개인적으로는 전희철 감독님이 우산을 미리 준비해서 인터뷰하는 모습도 굉장히 신선하고 재밌었다. 지금 생각해도 피식 웃음이 난다. 팬들 입장에서는 두 배로 즐겁지 않을까 싶다. 그런 장면이 나온다는 것은 팀도 이겼다는 의미일 테니 말이다.

 

앞으로 어떤 아이템이 등장 할 지도 기대된다. 우비도 등장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

치열한 승부는 SK에게만 해당되는 내용은 아니다. 2위 경쟁도 치열하고 6위 자리도 안심할 수가 없다. 이런 치열함이 팬들에게는 큰 볼거리가 아닐까 싶다. 코로나19로 인해 전국민이 힘든 시기이지만 농구를 통해 그런 스트레스를 날려버리시길 바란다. 선수들도 팬들을 위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주면 좋겠다.

항상 건강유의 하시고! 다음 칼럼에서 인사드리겠습니다! 마스크 잘 쓰시고요!

 

김태술 / 전 프로농구 선수, 현 어쩌다벤저스 멤버

 

자료출처 : 네이버 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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