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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술] 상대 전적 열세? 길고 짧은 건 대봐야 안다!

--김태술 농구

by econo0706 2022. 9. 19.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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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03. 25

 

이제 2021-2022시즌도 정규리그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먼저 긴 시즌을 치른 선수들에게 고생했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특히나 이번 시즌은 코로나 이슈로 인해 유독 더 힘들었을 것 같다.

시즌을 치르면 경쟁, 그 자체만으로도 몸과 마음이 힘들어진다. 시즌 말미에 선수들 얼굴에 유독 피부 트러블이 많이 일어나는 이유다. 나도 시즌마다 피부에 트러블이 많이 일어났는데, 확실히 은퇴하고 스트레스에서 벗어나서 그런지 괜찮아진 것 같다. 그렇다고 은퇴하란 이야기는 아니다. 하하.

특히 중위권에서 순위 경쟁을 하는 팀들은 그 스트레스가 극심할 것이다.

반면 물고 물리는 경쟁은 팬들을 흥미롭게 해준다. 아무리 성적이 좋은 팀이라도 유독 특정팀에 고전하는 경우도 있고, 성적이 안 좋아도 특정팀만 만나면 신바람을 내는 경우도 있으니 말이다.

KGC는 리그 선두 SK에게 4승 1패로 강한 모습을 보이지만, 자신들보다 순위가 낮은 LG에게는 1승 4패를 기록 중이다. DB는 한국가스공사에게 6전 전패를 당했지만 반대로 상위권의 KT에게는 5승 1패로 앞섰다.

이처럼 상대 전적에서 일방적으로 밀리는 현상이 나타나면 그 팀은 플레이오프에서는 만나고 싶지 않을 것이다.

◇ 원주만 가면 머리가 지끈지끈

 

나도 현역 때 그런 경험이 있다. 2011-2012시즌이 대표적이다.

그 시즌, 나는 KGC 소속으로 우승을 차지했지만, 유독 한 팀만 만나면 머리가 지끈거리곤 했다.

 

바로 챔피언결정전에서 마주했던 동부(현 DB)다.

정규리그 전적 1승 5패!

1번 이기긴 했지만(66-64), 그것도 김성철(현 DB 코치) 코치님의 극적인 결승골로 간신히 이긴 것이었다. 동부는 늘 ‘산성’이라 불릴 정도로 높이가 굉장했다. 그런데 그 높이를 무너뜨릴 틈조차 보이지 않았다. 정규리그 중 우리는 역대 한 경기 최소득점을 기록하기도 했다. 2012년 1월 11일, 치악체육관에서 가진 경기였는데 단 41점에 묶인 것이다.

동부를 만났을 때 우리는 마지막 3번의 맞대결에서 모두 50점대 득점에 머물렀다. 그 시즌 우리 팀 평균 득점이 76.6점이었으니 엄청나게 고전한 셈이다.

그래서인지 플레이오프가 시작할 무렵, 많은 이들이 동부의 통합우승을 전망했다. 동부는 44승 10패로 정규리그 1위를 차지했고, 홈과 원정 모두 탄탄한 전력을 자랑하고 있었다. 나 역시도 챔피언결정전에 오르기 전까지는 동부가 우승할 확률이 가장 높다고 생각했다.

 

가장 큰 이유는 동부의 3-2 지역방어 때문이었다. 아마 나뿐 아니라 많은 팀 감독님, 선수들도 동부의 지역방어를 생각하면 골치가 아팠을 것이다. 상대에 단 67.2점만을 내줬다.

 

로드 벤슨-김주성-윤호영 선수로 이어지는 높이와 조직력이 대단했다. 다들 수비를 잘 하는 선수들이었고, 앞선 선수들도 신장이 좋아 내 시야에 우리 선수들이 잘 들어오지 않았다. 패스길도 안 보였고, 한 명을 뚫으면 금세 더 큰 선수가 나타나 앞을 가로 막았다.

지금 기억을 떠올려보면 라운드에 한 번씩 동부와 경기를 했기 때문에 그 수비에 적응할 시간이 없던 것 같기도 하다.

◇ 정규리그와 플레이오프의 차이

그러나 정규리그와 플레이오프는 완전히 다르다. 정규리그에서는 11월에 만난 팀과 다시 맞붙으려면 길게는 한 달 이상 기다릴 때도 있다. 그때쯤 되면 선수 구성이 달라져있거나, 흐름이 바뀌어있을 때도 있다.

플레이오프는 5전 3선승제, 7전 4선승제처럼 한 팀과 이틀에 한번꼴로 계속 경기를 한다. 선수 구성이나 경기력에 차이가 있어도 그 차이에 비교적 빨리 적응하게 된다. 서로를 계속 탐구하고 연구하기 때문에 적응도 빠르다.

아무리 좋은 수비라도 적응하면 계속 자신감이 생긴다. 정규리그에 약한 모습을 보이다가도 플레이오프에서 다른 결과를 냈던 팀들의 비결이다.

따라서 정규리그에서 아무리 상대전적이 좋다고 해도 자만해서는 안 된다. 마찬가지로 두려워해서도 안 된다. 길고 짧은 건 해봐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글을 쓰다보니 그때 챔피언결정전 진출 당시의 기억이 밀려온다. 우리는 KT를 4강에서 꺾고 챔피언결정전에 올랐다. 첫 결승 무대였기에 그때 그 기분은 이루 말할 수도 없다.

반대쪽에서는 동부가 당연하다는 듯, 결승에 진출했다.

시리즈 시작할 때만 해도 다들 동부 우승을 점쳤다. 너무 압도적으로 동부 우승 전망이 많다 보니 선수단 내부에서는 오기가 생긴 분위기였다. 자존심이 상한 나머지 ‘그래, 어디 한번 해보자!’라는 마음이 생긴 것이다.

챔피언결정전 1차전은 75-80으로 졌다. 하지만 선수단 내부에는 더 자신감이 감돌았다. ‘될까?’에서 ‘된다!’로 바뀐 것이다.

비록 경기를 지긴 했지만 선수들은 해볼만 하다는 마음을 갖게 되었다. 나 역시 정규리그와는 다른 느낌이 들었다. 크게 밀릴 것이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래서일까, 우리는 2차전(74-71)을 잡으면서 1승 1패를 만들었다. 그 뒤부터는 밀고 밀리는 접전의 연속이었다. 3차전은 동부가, 4차전은 우리가 가져갔는데 2경기 모두 1점차, 3점차로 결정될 정도로 짜릿했다.

원주에서 가진 6차전은 예전 칼럼에서도 썼듯 막판 추격전이 먹혀들면서 극적인 우승에 성공했다. 지금 생각해도 소름이 돋는, 그리고 참으로 행복했던 시즌이었다.

 

우리 팀 입장에서 쓴 기억이지만, 팬분들이 기억하는 비슷한 사례도 많을 것이다. 이번 플레이오프에서는 또 어떤 역사가 쓰여질지 궁금하다.

◇ 지긋지긋했던 신명호의 수비

시즌을 치르다보면 이렇게 행복할 때도 있지만, 시달림을 받을 때도 있다. 포인트가드의 공격 전개를 방해하고자 하는 압박 수비가 그런 경우인데, 수비 잘 하는 선수들과의 대결은 늘 힘들었다. 특정팀에게 받는 스트레스 이상이었던 것 같다.

가장 기억에 남는 선수는 2007년 드래프트 동기이기도 한 KCC의 신명호 코치다.

 

누구나 다 인정하는 수비능력과 스틸 능력으로 나를 많이 괴롭혔다. ‘끈질겼다’는 표현이 잘 맞을 것 같다. 어찌나 타이트하고, 손이 빠른지 순간을 안 놓쳤다. 눈 깜짝할 사이에 볼을 훔쳐갔다. 그래서 신명호 코치와 만날 때면 볼 간수를 더 집중해서 했고, 드리블도 평소보다 적게 하기도 했다.

몇 번 마주하면서 나도 나름대로의 대처법(?)을 갖게 됐다. 신명호 코치는 활동량도 많은 선수였다. 도움 수비를 비롯한 여기저기 관여를 많이 했다. 이 때문에 파울도 잦았다. 파울트러블에 빨리 걸릴 때도 있었다. 그래서 초반에는 패턴 공격을 지시해 다른 선수들 공격을 더 많이 시켰다. 신명호 코치가 도움을 들어가다 파울이 빨리 누적되길 기다렸던 것이다. 늘 생각한대로 경기가 풀린 것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좋은(?) 대처가 아니었나 생각한다. 하하.

 

아마도 프로농구를 쭉 지켜본 팬들이라면 이런 물고 물리는 매치업도 관심이 많으실 것이다. 정규리그에서부터 이어진 관계가 플레이오프라는 큰 무대에서도 이어질지 지켜보시면 좋을 것 같다.

곧 정규리그가 마무리 된다. 아쉽게 플레이오프에 오르지 못하는 팀도 있을 것이고, 플레이오프에서의 더 큰 꿈을 기다리고 있는 팀도 있을 것이다. 가을부터 지금까지, 앞만 보고 최선을 다해 달려와준 모든 선수들에게 고생많았다고 말해주고 싶다. 끝나는 날까지 부상 없이 좋은 경기를 전해주면 좋겠다. 파이팅!

 

김태술 / 전 프로농구 선수, 현 어쩌다벤버스 맴버

 

자료출처 : 네이버 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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