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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9. 다산과 서학(西學) 2

풀어쓰는 茶山이야기

by econo0706 2007. 4. 10.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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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자 서양의 사상을 접했던 이유만으로 다산의 사상은 여타의 학자들보다 더 진보적이고 더 근대적일 수 있다는 주장에 반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서양의 사상에 접하면서 그때 벌써 다산은 세계화마인드를 지녔다고도 주장하는데 그점에도 일리가 있습니다. 그러나 다산의 사상에 주체적인 자기사상이나 자기확신이 없었다면, 그는 분명히 천주교의 신앙에 매몰되어 신유교옥에 끝내 목숨을 부지하지 못했을 것이 분명합니다.
 
앞서 언급했던 대로 21세 때이던, 아직 『천주실의』나 『칠극』등의 서양서적을 읽기도 전에 지은 「술지(述志)」라는 시에서 이미 그의 내면에 형성된 큰 논리를 금방 찾을 수 있습니다.
 
… 힘껏 공맹(孔孟)의 학문으로 되돌려
두 번 다시 시속에 맞음 묻지 않았네
예의는 잠시나마 새로워졌으나
탓듣고 후회할 일 여기서부터 나왔네
지닌 뜻 확고하지 않다면
가는 이 길 어찌 순탄하리오
중도에 가는 길 바꿔버려
길이 뭇사람의 비웃음 받을까 걱정이네
戮力返洙泗 不復問時宜
禮義雖暫新 尤悔亦由玆
秉志不堅確 此路寧坦夷
常恐中途改 永爲衆所嗤

세속의 학문에 만족하지 못해 새로운 공자와 맹자의 학문으로 돌이키다보면 반드시 세속의 학자들과 마찰을 빚고 가시밭길의 고통을 당하겠지만 끝까지 버티면서 자신만의 학문의 길을 가자고 다짐하고 있었습니다.

슬프다, 우리나라 사람들
주머니 속에 갇혀서 사는듯
삼면은 바다로 에워싸였고
북방은 높고 큰 산이 굽이쳐 있네
… 성현은 만리 밖에 있는데
누가 이 몽매함 열어줄까 
嗟哉我邦人 辟如處囊中
三方繞圓海 北方縐高崧
… 聖賢在萬里 誰能豁此蒙

이런 대목에 이르면 세계에 눈을 뜨지 못하고 주머니 속에 갇혀 지낸다는 슬픈 조선민족의 신세를 한탄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고경을 깊이 이해하고, 18세기 조선의 실학적 전통을 이어받고, 서양의 새로운 사상까지를 섭취해서 독창적인 다산학을 이룩한 것이지, 서양사상에서만 다산학이 성립되었다는 생각은 수정되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박석무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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