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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력(無力)과 무력(武力)

구시렁 구시렁

by econo0706 2007. 6. 18.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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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자판 두드리기가 싫었었다. 무력(無力)한 나날들이었다.

 

그동안 책을 몇 권 읽었다. 프레드릭 포사이드의 <어벤저>도 그 중의 하나였다. 돈 값(일금 1만2천 원)을 하느라고 그런지는 몰라도 눈에 띄는 단락들이 몇 군데 보였다.

 

다음에 인용하는 단락도 그 중의 하나이다.

 

『“그들은 절대로 미국을 용서하지 않을 걸세, 젊은 친구.”

 

늙은 스파이는 그렇게 말했다.

 

“절대 기대하지 마. 그러면 실망도 안 하지. 미국은 끝없는 비난거리야. 그들은 가난한데 미국은 부자거든. 그들은 약한데 미국은 강하단 말씀이야. 그들은 흐물흐물한데 미국은 왕성하고, 그들은 보수적인데 미국은 진취적이지. 그들은 어리벙벙한데 미국은 또릿또릿하고, 미국은 뭐든 할 수 있는데 그들은 앉아서 기다려야 해. 미국은 예리한데 그들은 무디기 짝이 없단 말이네.”

 

노인은 한숨 돌린 뒤 계속했다.

 

“선동자(煽動者) 하나만 있으면 되는 거지. ‘미국인들이 가진 것은 모두 당신한테서 훔친 것이다!’라고 외쳐줄 자 말이야. 그들은 그 말을 믿을 거라고. 마치 셰익스피어의 템페스트에 나오는 반인반수(半人半獸) 캘리밴처럼. 그 광신자들은 거울을 노려본다. 그 안에서 발견한 것에 분노하여 고함을 지를 걸세. 그 분노는 증오가 되고, 증오는 대상을 필요로 하지. 제3세계의 노동자계급은 미국을 증오하지 않아. 가짜 지식인들이 미국을 증오하지. 그들이 만약 미국을 용서한다면, 그들은 자신들을 비난해야만 해. 지금까진 증오만 할 뿐 행사할 무력(武力)이 없었어. 하지만 어느 날 그들은 무력을 갖게 될 걸세. 그러면 미국은 그들과 맞서 싸우든지 아니면 죽어야 해. 수십 명이 아니라 수만 명이 말이야.”』 

 

프레드릭 포사이드 <어벤저>

 

아래 아 한글은 참으로 좋은 기능을 가지고 있다. 편집 기능->찾아 바꾸기->모두 바꾸기를 하면 이름 그대로 모두 바뀌는 그 기능 말이다.

 

그 기능을 이용해 봤더니 이렇게 되었다.

 

『“그들은 절대로 가진 자를 용서하지 않을 걸세, 젊은 친구.”

 

늙은 연구소장은 그렇게 말했다.

 

“절대 기대하지 마. 그러면 실망도 안 하지. 가진 자는 끝없는 비난거리야. 그들은 가난한데 가진 자는 부자거든. 그들은 약한데 가진 자는 강하단 말씀이야. 그들은 흐물흐물한데 가진 자는 왕성하고, 그들은 이타적(利他的)이라고 주장하는데 가진 자는 이기적(利己的)이라고 생각하는 거지. 그들은 어리벙벙한데 가진 자는 또릿또릿하고, 가진 자는 뭐 든 할 수 있는데 그들은 앉아서 기다려야 해. 가진 자는 예리한데 그들은 무디기 짝이 없단 말이네.”

 

노인은 한숨 돌린 뒤 계속했다.

 

“선동자(煽動者) 하나만 있으면 되는 거지. ‘가진 자들이 가진 것은 모두 당신들한테서 훔친 것이다!’라고 외쳐줄 자 말이야. 그들은 그 말을 믿을 거라고. 마치 셰익스피어의 템페스트에 나오는 반인반수(半人半獸) 캘리밴처럼. 그 광신자들은 거울을 노려본다. 그 안에서 발견한 것에 분노하여 고함을 지를 걸세. 그 분노는 증오가 되고, 증오는 대상을 필요로 하지. 노동자계급은 가진 자를 증오하지 않아. 가짜 지식인들이 가진 자를 증오하지. 그들이 만약 가진 자를 용서한다면, 그들은 자신들을 비난해야만 해. 지금까진 증오만 할 뿐 행사할 무력(武力)이 없었어. 하지만 어느 날 그들은 무력을 갖게 될 걸세. 그러면 가진 자는 그들과 맞서 싸우든지 아니면 죽어야 해. 수십 명이 아니라 수만 명이 말이야.”』 

 

참으로 용하다. 사실 ‘그들은 이타적인데 가진 자들은 이기적’이라고 고칠 필요도 없었다. ‘그들은 보수적인데 비해 가진 자는 진취적’이라고 해도 별로 틀린 말도 아니다. 그들의 말대로 남의 것을 하나라도 더 가지려고 하는 자는 진취적일 수밖에 없다. 남의 집을 털려면 담이라도 넘어야 하고, 남의 지갑을 빼앗으려면 주먹질이라도 해야 하니까…

 

지금도 국회 앞에서는 노래 소리가 들려온다. 함성 소리도 들려온다. 그들은 ‘무력(無力)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함께 모여 노래하고 함성을 지르는 일뿐’이라고 한다. 제발 그러길 빈다. 저 노래와 함성이 무력(武力)이 아니길 바랄 뿐이다. 

 

2007년 6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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