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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2. 시는 간림(諫林)이다

풀어쓰는 茶山이야기

by econo0706 2007. 7. 10.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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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자 다산은 유배지에서 아들에게 준 교훈적인 글에서, “나의 성품은 시율(詩律)을 좋아하지 않았다(余性不喜詩律)”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그가 죽은 뒤 문집으로 간행된 시만 해도 2500여 수가 넘는 방대한 분량이었습니다. 또 다산은 남긴 글의 곳곳에서 시란 무엇인가, 시는 어떻게 지어야 하는가, 시에는 어떤 내용을 담아야 하는가 등 시론(詩論)에 해당하는 많은 주장을 폈습니다.
 
더구나 육경(六經)의 하나인 『시경(詩經)』에 대한 심도 깊은 연구서로서도 『모시강의(毛詩講義)』12권, 『강의보(講義補)』3권이라는 전문적인 연구서를 저술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무릇 시의 근본은 부자나 군신(君臣), 부부의 떳떳한 도리를 밝히는데 있으며, 더러는 그 즐거운 뜻을 펴기도 하고, 더러는 그 원망하고 사모하는 마음을 펴게 하는데 있다. 다음으로는 세상을 걱정하고 백성들을 긍휼히 여겨서 항상 힘없는 사람을 구원해주고 재산 없는 사람을 구제해주고자 마음이 흔들리고 가슴 아파서 차마 그냥 두지 못하는 그런 간절한 뜻을 항상 지녀야 바야흐로 시가 되는 것이다.”(『유배지에서 보낸 편지』)라고 시론을 전개하기도 했습니다.
 
현대시의 시론이라해도 손색없는 주장입니다. 더구나 『시경』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시도한 결론으로, “시란 간림(諫林)이다.…시의 포폄(칭찬과 비판)은 춘추(春秋)필법보다 엄격하여 임금들이 두려워하기 때문에 ‘시가 없어지고야 『춘추(春秋)』라는 역사책이 제작되었다’라고 말해진다”(詩者 諫林也…詩之褒貶嚴於春秋 人主畏之故 曰詩亡而春秋作也)(自撰墓誌銘)라는 시에 대한 결론을 내렸습니다.
 
여기서의 ‘간림’이라는 간(諫)은 간쟁(諫諍), 사간원(司諫院) 등의 간한다의 뜻으로 임금이나 부모의 잘못에 대하여 신하나 자제(子弟)들이 잘못의 시정을 요구하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잘하면 칭찬하고 잘못하면 준엄하게 비판하는 춘추필법의 원리와 같은 것이 시가 지닌 진정한 뜻이라는 것입니다.
 
그런 시의 원리 아래서 나라를 근심하고 세상을 걱정하는 시가 참다운 시라는 다산 시론이 이룩되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다산의 시는 맛이 깊다고 여겨집니다.
 
박석무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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