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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 기자들은 원래 술을 잘 마신다! 上

엽기 朝鮮王朝實錄

by econo0706 2007. 9. 6.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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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매체의 난립(?)으로 인해 그 위상이 많이 꺽였지만, 언론사 기자들을 한때 문사(文士)라 부르던 때가 있었다. 국민의 알권리를 지켜내기 위해 절대권력과 늘 긴장관계를 유지하였던 이들…. 그러나 이들의 생활을 보면, 거창한(!) 그들의 임무와는 조금 거리가 있는 생활을 하였으니, 자유분방한 근무여건에 두주불사(斗酒不辭)의 엄청난 주량 등등 주류이면서도 주류 같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었던 기자들. 과연 그 기자정신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 이번회의 주제는 바로 이 기자정신의 뿌리라 할 수 있는 조선시대 간신(諫臣)들에 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전체 차렷! 집의(종3품)님께 대하여 받들어 총!”
 
“충성!”
 
“바로….”
 
사헌부(司憲府 : 조선시대 관리들을 감찰하던 감찰기관. 오늘날의 검찰과 감사원의 역할)의 출근 시간이었다. 오늘날의 검찰과 비슷한 일을 하였던 사헌부의 군기는 여타 다른 관청들의 군기와는 그 격이 달랐으니, 상관이 출근하기 전에 하급 관리들은 먼저 나와 도열, 일일이 문안인사를 올렸던 것이었다. 상명하복의 체계가 지금의 검찰과 아주아주 비슷하다 할 수 있겠는데,
 
“어이 이번에 야다시(夜茶時 : 밤에 차를 마시다. 사간원들은 차 마시는 시간에 때려잡을 관원들을 논의하는 것에 유례. 사간원들이 밤에 차를 마신다는 의미는 곧 누구를 때려잡겠단 소리이다)나 한번 할까?”
 
“알겠사옵니다. 대사헌(大司憲) 대감. 분위기 쇄신 차원으로다가 이번엔 병조 쪽으로 한명 족쳐보겠사옵니다.”
 
사헌부의 근무 분위기는 검찰청의 그것과 다름이 없었는데, 하는 일이란 게 사람 때려잡는 일인지라 근무 기강이 엄청 빡센데다가 근무시간도 칼이었다. 자, 문제는 대간(臺諫)이란 직책은 관리들을 규찰하는 사헌부(司憲府)와 사간원(司諫院)을 합쳐서 부르는 말이라는 것이다.
 
“야, 사헌부 저시키들 군바리 모임이냐? 경례만 붙이면 완전 하나회겠다?”
 
“낸들 아냐. 저것들 사람 때려잡는 재미로 사는 주제에 따질건 다 따져요.”
 
“그러게, 저렇게 빡세게 살면 뭔 재미로 사냐?”
 
대간(臺諫)의 또다른 한 축이었던 사간원(司諫院) 관원들은 사헌부의 이런 빡센 분위기에 대해 이해를 못했으니,
 
“그냥 대충 살라고 그래라…그놈들이나 우리나 사람 때려잡는 걸로 사는데, 뭘 그렇게 빡빡하게 구냐? 대충 살라고 그래~.”
 
사헌부가 군기가 바짝 선 모습으로 조정 관료들의 비행을 감찰하던 그 순간 사헌부는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바로 술판이었다.
 
“어이 신입! 야야, 유니폼은 왜 입고 지랄이야? 너 이시키, 사간원 분위기 파악 아직 다 못했지? 이시키 대(大) 사간원을 1, 3, 5, 7, 9로 알고 있네? 공무원처럼 살고 싶어? 그럴려면 당장 사헌부로 꺼져버려! 우리는 자유로운 영혼! 이 시대의 보헤미안이라니까! 어쭈 그래도 옷 안 벗네? 하나, 둘….”
 
“야야, 신입 쫄겠다. 야야 각 풀어…여기가 무슨 사헌부냐? 여기는 사간원이거든? 그니까 편하게…릴렉스 하게 있어.”
 
“저…저기 제가 할 일은 뭔가요?”
 
“하는 일? 그래, 일 해야지. 어이 아전! 업무 볼 준비 좀 해줘!”
 
“예 알겠사옵니다!”
 
잠시 후 아전은 푸짐한 술상을 차려 내오는데,
 
“자 이제부터 일을 시작해 보자고, 신입도 왔으니까 FM대로 하는 거야. 다들 알았지? 어이 아란배(鵝卵杯 : 거위 알 모양의 술잔, 조선시대는 각 관청별로 상징화된 술잔을 가지고 있었는데, 예문관은 앵무배鸚鵡杯, 승정원은 도마뱀의 일종인 갈호를 본 뜬 갈호배蝎虎杯를 가지고 있었다. 이 술잔들은 관청별 회식 때 잔을 돌려 술을 마실 때 주로 쓰였다) 가져와라!”
 
“저…저 기거주(起居注 : 사간원의 정5품 벼슬)어른, 대낮부터 술판을 벌인다는 것이….”
 
“그딴거 없어. 우리가 할 일은 출근해서 술 마시는 거라니까~. 걱정 말라니까~. 사간원은 원래 술 마시라고 만든 곳이니까. 자자…원샷이다. 중간에 꺽었다간 당장 사헌부로 쫓아낼 거야!”
 
이리하여 사간원에 첫발을 들인 신참 최원택은 첫 날부터 술독에 빠져드는데, 이 모습을 지켜보던 사헌부(司憲府) 관리들은 못내 쓰린 속을 달래야 했다.
 
“저시키들은 술 처마시는 게 일인 줄 알고 있어.”
 
“일이잖아. 억울하면 너도 사간원 가지 그래?”
 
“저런 개념 탑재 안 된 놈들이랑 같이 일하라고? 노땡큐다 자식아. 두고 보자고, 저놈들 한번 제대로 사고 칠 날이 올거야…. 그때 확 엎어버려야지.”
 
사헌부 관리들의 절치부심을 아는지 모르는지 사간원의 자유로운 영혼(?)들은 출근하자마자 술타령을 벌이는 것으로 하루일과를 채워 나가는데, 과연 사간원은 술판은 어디까지 이어질까? 초특급 대하 울트라 음주사극 ‘기자들은 원래 술을 잘 마신다!’는 다음회로 이어지는데, 커밍 쑨! 
 

자료출처 : 스포츠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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