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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 중전은 가슴이 작은 여자로 뽑아라! 下

엽기 朝鮮王朝實錄

by econo0706 2007. 9. 6.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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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간택(初揀擇)을 무사히 마치고, 뒷정리를 하는 내시들에게 대비전 상궁이 황급히 달려오는데…
 
“상선어른, 대비 마마께서 내시들의 평가 보고서를 찾습니다.”
 
“그 양반 성격도 급하네…초간택 끝난 지 1시간이 지났어, 2시간이 지났어? 일단 내시들 의견을 종합해서 보고 할 테니까, 쫌만 기둘려 달라고 전해라.”
 
“저기 급합니다. 상선 어른…”
 
“이 사람이…알았어. 이거 정리 되는 데로 간다고 전해드려라.”
 
“예, 상선 어른…”
 
대비전(殿) 상궁을 보낸 뒤 상선은 내시들을 총집합 시켰으니,
 
“어이 다들 오늘 본 처자들 심사기록표 제출해라.”
 
“11번 처녀는 가슴이 파멜라 앤더슨급입니다!”
 
“25번은 턱이 완전히 이순자 턱입니다.”
 
“13번은 목이 무슨 코끼리 다리 같았습니다.”
 
“15번은 귀가 벌게졌습니다.”
 
“34번은 입술이 자색이었습니다.”
 
“18번은 입술을 자주 빨았습니다.”
 
“8번은 눈썹 양미간이 엄청 좁았습니다.”
 
“39번 처녀는 밥을 물 말아 먹었습니다.”
 
“오케이 거기까지…네들 오늘 처녀들 감별하느라 고생 많았다. 오늘은 야간 당직조 제외하고 다들 퇴근해라. 고생들 했다.”
 
상선 그렇게 내시들이 제출한 보고서를 취합하더니 대비전으로 쪼로로 달려가는데…
 
“상선! 왜 이렇게 늦었어! 기다리다가 목 빠지는 줄 알았잖아!”
 
“아니…뭐 취합하는 과정이 좀 길어져서요…뒷정리도 좀 해야 하고…”
 
“그래, 결론은 좀 났나?”
 
“…필터 없이 생으로 보고 드립니까? 아니면…필터를 넣어서 역삼투압으로 한번 걸른 다음에 보고 드릴깝쇼?”
 
“필터 없이 날로 보고해봐.”
 
“저기…혹시 종친들이나 대비마마께서 염두해 두신 처자가 있으신지?”
 
“어쭈…끼어 맞춰서 보고 할려고? 어이 상선…이거 왜 이래, 궁궐 생활 원투 해? 척하면 착이지…우리 선수끼리 그러지 말자고”
 
“알겠습니다. 대비 마마…일단 34번 처녀…그래설라무네, 형조참의의 여식 되는 처녀는 입술이 자색이었습니다.”
 
“저런… 쯧쯧…”
 
“메이크 업으로 어떻게 커버하려고 했는데, 저희 내시부의 눈에 그냥 걸려버렸습니다. 입술이 자색이란 소리는 건강하지 못하고, 섹스도 약하고…결정적으로 자식을 못낳기에…불합격일듯 싶습니다.”
 
“계속해 보게”
 
“13번은 살이 찐건지, 어쩐건지 모르겠지만 목이 코끼리 다리 같았답니다. 목이 두껍단 소리는 처녀가 아니란 소린데…설마 그렇기야 하겠냐만…좀 껄적지근하니 패스하고, 15번은 대비 마마의 하교에 귀가 벌게 졌습니다. 역시 불합격이고…18번은 입술을 자주 빠는 것으로 봐서 욕구불만이 심한거 같습니다. 8번은 양미간이 좁은 것으로 봐서 선천적인 명기(明器)일 확률이 있습니다. 한마디로 색을 잘 쓸거 같은데…세자 저하가 몸이 약하신데 색을 이렇게 밝혔다간…좀 문제가 있을 듯 합니다.”
 
“그래서 추렴한게 누구누구누구냐?”
 
“일단 이번에 어떤 처자를 세자빈으로 삼으시려고 하시는지요? 좀 똘똘한 처자를 뽑으실 건지요? 아니면 좀 무식한 처자를 뽑으실건지요?”
 
“음…그게 좀 아리까리한데, 너무 똑똑한애가 들어와도 문제고, 그렇다고 무식한 애가 들어오는 것도 좀 그렇고…왜 가슴이 큰 애가 있더냐?”
 
“11번 처녀가…거의 파멜라 앤더슨급의 가슴을 가졌습니다. 목측(目測)을 해본 봐 4자(120센치)는 넘어보였습니다.”
 
“…젖소냐? 4자나 하게? 그렇게 무식한 애를 어찌 궁에 들이겠냐? 패스다.”
 
“에…그러면 남은 것이 25번과 39번입니다. 25번 처녀는 턱이 주걱턱이었고, 39번 처녀는 밥을 물 말아 먹었습니다.”
 
“오…밥을 물말아 먹었다? 참한 애구나…가정교육을 제대로 받았어. 그런데 25번이 주걱턱이었다고?”
 
“예…거의 이순자급이었습니다.”
 
“그 정도면 꽤 착하다는 소린데…알겠다. 그럼 재간택 때 한 번 더 보기로 하지. 수고했다.”
 
이리하여, 대비는 밥을 물 말아 먹은 39번과 턱이 주걱턱이었던 25번 처녀를 포함해 7명의 재간택 처녀 명단을 2주 뒤에 발표하게 된다. 딱 보면 알겠지만, 상당히 비과학적인 면모를 많이 보이는 선정 작업이라 할 수 있겠다. 목이 두꺼우면 처녀가 아니라는 말부터 시작해, 입술을 자주 빨면 욕구불만, 눈썹 양미간이 좁으면 색녀, 주걱턱은 착한심성을 가진 것으로, 결정적으로 가슴이 큰 여자는 ‘무식하다’란 말까지 나왔으니…지금의 시점으로 보면 황당하기 그지없는 기준이었지만, 이 기준들은 조선시대 내내 ‘정설’로 규정되어 왕실의 중전이나 세자빈 간택은 물론, 민간에까지 널리 퍼졌던 여성 감별(?) 기준이었다. 이중 가슴이 큰 여자는 무식하다란 기준은 21세기 대한민국에까지 전해져 아직도 가슴이 큰 여자는 무식하다라는 속설로 자리 잡게 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조선시대 중전 간택 기준이 이런 비과학적인 면모만 보였던 것은 아닌데, 식사하는 모습을 봐서 밥을 물 말아 먹는 모습을 보인 처녀는 일순위로 뽑았다는 것이다. 쌀 한 톨이라도 아껴서 물을 말아 깨끗이 그릇을 비우는 것이 국모의 자질과 부합된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하니, 그나마 정상적인(?) 선택기준이 아니었나 싶다. 예나 지금이나 가슴 큰 여자는 무식하다란 속설…따지고 보면 그 연원은 조선시대 부터라 할 수 있으니, 조선과 대한민국은 떼려야 뗄수 없는 관계란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 하는 대목이다. 

 

자료출처 : 스포츠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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