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117. 기자들은 원래 술을 잘 마신다! 中

엽기 朝鮮王朝實錄

by econo0706 2007. 9. 6. 15:33

본문

출근하자마자 술판을 벌이는 사간원을 두고, 사헌부 관리들은 쓰린 속을 달랠 수밖에 없었는데, 사간원과 사헌부 이 두 개의 감찰기관은 동료이면서도 앙숙지간으로 발전 할 수밖에 없었다.
 
“나으리…이번 달 예산이 바닥이 났는뎁쑈?”
 
“뭐야? 별로 마시지도 않았는데, 벌써 예산이 바닥나?”
 
“그게…신입관원 환영식 비용으로 좀 과다 지출한 게 있어서….”
 
“알았어. 내가 사헌부로 갈 테니까. 좀 기다려 봐.”
 
이 당시 사간원의 예산은 사헌부에서 타다 쓰는 형식이었다.
 
“어이, 사헌부 아저씨들. 우리가 술값이 모자라서 그런데, 이번 달 예산 좀 미리 집행해 주지?”
 
“아니, 한 달 쓰라고 예산을 내려 보냈는데 보름도 안 돼서 예산을 다 탕진해? 그게 말이 되는 소리야?”
 
“마시다 보면, 2차도 가고 3차도 가는 거 아냐? 너네들처럼 넥타이 부대도 아니고, 우린 또 술 빼면 시체잖아? 우리 일이란 게 술 없으면 못하는 일인데, 술이 떨어졌으니 어쩌냐? 사정 좀 봐주라.”
 
“귓구녕에 살이 많이 쪄서 말귀를 못 알아듣는 가 본데, 이번 달 예산은 저번 달 25일 날 전해줬거든? 빨리 Get out해줬으면 좋겠다.”
 
“검사스러운 새끼…. 쪼잔하게 예산 몇 푼 가지고드러워서 너네 돈 안 써!”
 
이리하여 사간원은 ‘술값 마련 비상 대책회의’를 가지게 되는데,
 
“어이 안 되겠어. 사헌부 이 검사스러운 놈들이 돈 못주겠다고 버티는데, 안되면 자력갱생이다! 다들 술값 확보 대책을 내놔봐.”
 
“후원에 있는 배하고 대추를 따서 팝시다!”
 
“오케이! 그런데 그게 몇 푼이나 한다고….”
 
“그걸 시장에 팔면 얼마나 나오겠어? 다른 부서에다가 떠넘겨야지…흐흐.”
 
“하는 김에 우리 방석들도 대여해 줍시다. 딴 부서 놈들 우리 방석 보고 침 질질 흘렸는데, 이참에 빌려주고 대여료나 좀 받읍시다.”
 
“좋았어! 그럼 당장 술값 벌러 가자구!”
 
이리하여 사간원 관리들은 후원에 있는 배나무에서 배를 따고, 대추나무를 싹 훑어 대추를 한 보따리 챙기게 되는데…
 
“아이, 호조참의 아저씨. 좋은 게 좋은거라고 우리 애들 술값 좀 보태줘요. 내가 덤으루다가 우리가 깔고 앉았던 표피(豹皮 : 표범가죽) 방석을 보름간 빌려줄게.”
 
“아니 그래도…. 배 4개에 대추 20알이 100냥은 좀….”
 
“어허 왜 이러시나, 명색이 호조참의 되시는 분이…. 일국의 경제를 총괄하시는 분이 이토록 배포가 작아서 어디에 쓰나, 이거 참 문제일세.”
 
“알겠네, 내 100냥 쳐 줌세.”
 
이렇게 다른 부서 관원들에게 반 강제적으로 배와 대추를 떠넘겨 술값을 번 사간원 관원들은 또다시 술판을 벌이게 되는데,
 
“선배님들, 이건 좀 지나치신 거 아닙니까? 사간원이 뭐하는 곳입니까? 임금을 바른 길로 인도하기 위해 만든 곳이지 않습니까? 간신(諫臣) 다섯만 있으면 나라가 망하지 않는다란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부단히 임금께 간언을 올려 나라를 바로 세워야 하거늘, 허구헌날 술판만 벌이니 나라가 제대로 돌아가겠습니까? 정말 실망입니다!”
 
“어쭈 최원택이…이시키 말하는 거 좀 봐. 제법 사간원 같다 그치?”
 
“야~이시키 사수 누구냐? 가르칠려면 좀 제대로 가르치지, 복무신조만 가르치면 어쩌냐? 복무수칙이랑, 사간원 근무수칙도 같이 가르쳐야지! 그래도 애가 똘똘하네. 좋아좋아, 하겠다는 자세는 좋아 보이는데, 가서 엄마 밀크 좀 더 먹고 와라. 알았지?”
 
“계속 이러시깁니까! 제가 사간원에 들어온 지 벌써 열흘째인데, 지금까지 한 일이라곤 술 마시는 일 밖에 없습니다! 녹봉(월급) 받는 게 다 부끄러울 지경입니다!”
 
“어쭈, 제법 쎄게 나오는데? 좋아. 그럼 내일이 제좌(임금의 잘못을 간하기 위해 모이는 자리)하는 날이니까. 내일 한번 보자고…. 내일도 우리가 맘에 안 들면, 네 마음대로 하세요.”
 
“에구구, 신입 때문에 술판 다 깨졌네…. 안주가 아깝긴 하지만, 내일 마저 마시는 걸로 하고 이쯤 해서 파할까?”
 
“뭐 그러자구…. 그럼 내일들 보자고, 어이 오늘 숙직 누구야? 아침에 해장술 준비시켜 놓을 테니까 알아서 근무 잘 서라고~.”
 
이리하여 사간원 관원들은 뿔뿔히 흩어지게 되었는데, 과연 사간원은 1년 365일 술만 마시는 것이 일이었을까? 밖에서 바라보면 할 일 없이 술판만 벌이는 모양새인 사간원 관리들…. 과연 그들의 진짜 업무는 무엇일까? 초특급 대하 울트라 음주 사극 ‘기자들은 원래 술을 잘 마신다!’는 다음회로 이어지는데…커밍 쑨!
 

자료출처 : 스포츠칸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