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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 조선시대에도 파산이 있었을까? 上

엽기 朝鮮王朝實錄

by econo0706 2007. 9. 6.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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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위기가 장기화 되면서 신용불량, 부도, 파산과 같은 듣기에도 살 떨리는 단어들이 아무렇지 않게 일상생활에서 쓰이고 있다. 되도록 이런 단어 쓰지 않고 인생을 살려고 하지만, 2005년의 대한민국을 살다보면 마음처럼 그렇게 쉽게 피해 갈수 없는 것이 경제문제가 아니던가? 신용불량자를 인생 포기자로 몰아가고, 파산신청이 곧 ‘나는 인생 낙오자’입니다 라는 선언으로 받아들여지는 세상….

 

그러나 개인파산은 그렇게 나쁜 것만은 아니었으니, 빚의 굴레에서 허덕이고 사느니, 그냥 파산신청을 내는 것이 오히려 낫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자 이 정도 이야기 나왔으면 그 동안 ‘엽기 조선왕조실록’을 읽으신 독자라면, ‘아 작가놈이 조선시대의 파산에 관해 말하려고 폼 잡는구나’라고 생각하실 것이다. 그렇다. 이번회의 주제! 바로 조선시대의 파산에 관한 것이다.
 
“해…행수 어른! 큰일 났습니다. 송상(松商 : 개성상단)에서 이번에 5만 냥짜리 어음을 보냈습니다.”
 
“이런 젠장찌게 같으니라고….”
 
“어…어쩌죠? 지금 만상(灣商 : 의주상단)이랑 경상(京商 : 서울상단)쪽도 10일날이랑 14일날 4만냥이랑, 7만냥짜리 어음이 날아오는데….”
 
“일단 주거래 은행에다가 대출을 좀 얻고….”
 
“저기…. 주거래 은행에서 더는 대출 못해주겠다는데요? 담보를 더 내놓던가, 아님 배째던가 하라던데요?”
 
“이것들이…. 돈 가져다 쓰라고 알랑방귀 뀔때는 언제고…. 이것들 카드 수수료 올릴때부터 알아봤다니까, 얍실한 놈들….”
 
“행수 어른 어쩌죠?”
 
“어쩌긴 뭘 어째! 제2금융권에라도 가서 달러이자라도 끌어와야지!”
 
“아니… 거시기 이런 말씀은 행수 어른의 프라이드에 살짝 금이 갈 것 같아서 말씀 안드렸는데… 사채쪽도 더 이상 돈을 줄 수 없다고 하는데요?”
 
“그럼 일단 어음이라도 끊어서”
 
“납품 하는 애들도 우리 어음은 안 봤겠다고 버팅기는 통에… 우리 어음 가져 가봤자 거의 50%를 깡을 하는 통에 조금만 더 지나면 올록볼록 엠보싱 휴지로 사용할 거라는 말이 나돌고 있습니다.”
 
“음 요즘은 비데가 대세를 이루지 않냐?”
 
“아니 뭐 조선은 UN이 정한 물 부족 국가니까 아무래도 비데보다는 엠보싱 휴지가 낫지 않을까 하는…해…행수 어른! 지금 이런 말할 때가 아니지 않습니까! 당장 송상의 어음을 막아야 하는데!”
 
“워~워~ 진정해…Come down 해라…이 상황에서 무슨 방법이 있겠냐? 일단 우리쪽 빚이 모두 얼마나 되냐?”
 
“대충…그래설라무네…송상에, 만상, 경상거…구찌 큰 것만 대충 16만냥에…하청 주는 애들거 까지 다 합하면 대충 24만냥 정도 되겠는데요?”
 
“그럼 우리쪽 자본이 얼마 정도 되냐?”
 
“다 털어봤자 6만냥도 안되죠? 그나마 은행 담보 들어간 거 까지 합하고 하면….”
 
“뭐 이렇게 된 이상 방법이 있겠냐? 일단 판셈을 전제로 해서….”
 
“해…행수 어른! 판셈을 하시려고 말입니까? 아니 그래도 자구노력이라도 한번 해보고 하시는 것이….”
 
“자구노력이 뭔데? 너 돈 나올 구멍이라도 있어?”
 
“아니 뭐…. 이번 주에 로또가 터질지…. 그게 그래보여도 813만대 1의 확률이라서…잘 하면…”
 
“너…나한테 813만대 맞아 볼래?”
 
“그냥 판셈 하죠?”
 
“이제야 좀 알아들었냐? 일단 거시기 유동자산은 다 처분 하던가 딴데 짱박아 두고, 부동산은 뭐 다 드러난 거지만, 일단 담보로 잡히지 않은 짜투리 땅이라도 다 팔아서 짱박아 놔! 애들 시켜서 가게에 나와 있는 상품들이랑 돈 될 만한 것들은 헐값으로 땡처리를 해서라도 다 처분해.”
 
“저기…찾은 돈은 다 어쩌죠?”
 
“이게 판셈 원투해? 일단 다 땅에 파묻던지, 절에다가 짱박아 놓던지 해!”
 
이리하여 이 이름 모를 무명상단은 ‘판셈에 대처하는 상단의 자세’를 몸소 실천하기에 이르는데,
 
“야야! 일단 가게에 진열되어 있는 건 창고 대방출로 무조건 땡처리로 넘겨!”
 
“금고에 있는 유가증권이랑, 무기명 채권은 전부 모아서 판셈 처리반에 넘겨!”
 
“행수 어르신! 구덩이는 얼마나 팔까요?”
 
“이 자식이 개념을 아예 가출시켜버렸구만! 야 너 판셈 원투 해봐? 이 자식아 그렇게 되놓고 떠들면 어쩌자고 그래! 그런건 마 몰래 조용히…그래, 기도비닉을 유지한체 은폐엄폐 한 후에 조용히 파야지…이 자식…너 낙하산이지?”
 
“아…아닙니다. 공채 22기 인데…”
 
“이걸 그냥 확! 사람들 눈치 못 채게 조용히 애들 데려다가 묻어 알았지? 지도 표시 잘해두고…”
 
“행수 어른! 땡처리는 다 끝냈구요. 무기명 채권이랑 유가증권은 일단 절에다가 짱박아 뒀습니다.”
 
“오케이…현금은 전부 땅에 파 묻어버려.”
 
무명상단의 ‘판셈에 대처하는 상단의 자세!’ 과연 이 판셈이란 것은 무엇이며, 상단 사람들은 어째서 돈을 땅에 파묻고, 자금을 은닉하는 것일까? 초특급 대하 울트라 경제 사극 ‘조선시대에도 파산이 있었을까?’는 다음회로 이어지는데…. 커밍 쑨! 
 

자료출처 : 스포츠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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