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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 숙청 대상자에서 경제 관료는 제외하라 中

엽기 朝鮮王朝實錄

by econo0706 2007. 9. 6.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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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前) 호조판서 김신국의 처리를 놓고 갑론을박하는 인조반정, 아니 인조쿠데타의 혁명동지들! 결국 그들은 ‘일단보류’로 가닥을 잡아가는데,
 
“일단 쿠데타…아니, 혁명 일으킨 지 얼마 안 돼서 정통성 문제도 있고 하니까…김신국이는 일단 귀양 보내버리자고, 귀양 보낸다고 그놈이 죽는 것도 아니고 대충 여론이 수습되기를 기다렸다가 이놈을 어떻게 써먹을지 생각해 보자.”
 
이리하여 김신국은 다른 소북파 숙청자들과 함께 귀양지로 떠나가는데, 그렇게 몇 달이 흐른 어느날,
 
“이 정도면 대충 여론이 잠잠해 졌겠지?”
 
“뭐 이정도면…괜찮을 듯 싶은데요?”
 
“지금 당장 김신국이를 쓰고는 싶은데…이거 참, 여론도 있고 말야. 덜컥 김신국이 썼다간 현 정부의 인재풀이 이거밖에 안 되냐, 야합이다 등등 말 많을 텐데….”
 
“일단 평안도관찰사로 보내는 게 어떨까요?”
 
“평안도로?”
 
“예, 일단 후금, 이 오랑캐 놈들이 찝적거리는 것도 신경 쓰이는데, 평안도 쪽으로 보내서 평양성 방비도 살피라 그러고, 수비대책을 세우라고 하죠? 김신국이 그놈이 또 멀티플레이라서 군사도 좀 알고, 공조판서 해도 될 만큼 공돌이 머리도 있슴다.”
 
“오호!”
 
“거기다가 평안도가 어떤 동네입니까? 관찰사 자리 중에서 먹어주는 자리 아닙니까? 김신국이 한테도 우리가 널 믿고 있다…뭐, 그런 메시지를 줄 수 있고, 다른 애들한테도 김신국이가 우리 정권에 꼭 필요한 놈이란 걸 과시할 수도 있고…어떻슴까? 정치적으론 왔다 아닙니까?”
 
이리하여 김신국은 귀양길 떠난 지 몇 달 만에 평안도 관찰사로 컴백하게 되는데, 김신국은 컴백과 동시에 평양성을 증축하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군량을 확보하기 시작한다. 혁명주체들의 생각대로 김신국의 능력이 발휘되는 순간이었는데,
 
“이 정도 했으면 슬슬 김신국이를 호조판서로 끌어올려도 될 거 같은데…다들 어때?”
 
“신국이야 원래 능력하나는 타고 났으니까, 호조가 정치적인 자리도 아니고…일단 경제는 능력우선이니까. 난 찬성.”
 
“나도 찬성!”
 
“그럼 이번 개각 때 신국이를 끌어올리는 것으로….”
 
“대…대감 큰일 났사옵니다! 이…이괄이…이괄이 반란을 일으켰습니다!”
 
“뭐라고? 이 반란군노무시키…쿠데타 일으킨지 얼마나 됐다고….”
 
전(前) 함경도 병마절도사 이괄이 쿠데타를 일으켰던 것이다. 문제는 이괄의 난이 단순히 국경 근처에서 일어난 군사반란이 아니라, 서울을 접수하고 인조를 몽진길에 오르게 할 정도로 제법 괜찮게 돌아갔던 쿠데타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초반 기세도 서울 점령 이후 관군과의 회전에서 패배하게 되고 이후 완전히 기세가 꺽이게 된다. 서울회전에서 패한 이괄은 이천으로 도망갔다가 부하인 기익헌의 배신으로 목이 잘리면서 이괄의 난은 끝나게 된다. 문제는 이때 또다시 걸린 것이 김신국이라는 것이다.
 
“평안도 관찰사 김신국이 이괄과 내통해 반란을 사전에 모의했답니다!”
 
“그놈자식, 소북파 총재 할 때부터 알아봤다니까! 이 자식 아예 목을 따버리죠?”
 
평소 김신국에 대해서 껄끄러운 감정을 가졌던 이들이 들고 일어났지만, 사건은 곧 무혐의로 밝혀지게 된다. 그러나 한번 품은 의심은 좀처럼 가시지 않았으니,
 
“아니, 왜 글케 김신국이 한테 연연하는 것임까? 능력 있는 경제통들이 얼마나 많은데…. 이 참에 외부영입을 해도 되고, 정 안되면 참판급에서 승진시켜도 되잖슴까?”
 
“그래요. 괜히 찝찝하게 소북파 애 끌어와 쓰느니, 능력 있는 우리 쪽 애들 데려다 씁시다!”
 
이런 와중에도 혁명주체들은 좀처럼 김신국 카드를 버릴 수가 없었으니,
 
“야, 경제관료 하나 키우는 게 그렇게 쉬운지 아냐? 그리고 모든 정책이 다 그렇지만 특히 경제정책의 생명은 연속성이라는 거 몰라? 괜히 엄한 놈 세웠다가, 1년은 업무 파악한다고 날리고, 1년은 개념 탑재한다고 날리고…그러면 나라 경제가 어떻게 되겠냐? 경제는 정치와는 무관하게 시장의 원리대로 돌아가야 하는 거야 인마! 지금 상황에서 필승카드는 김신국이 하나 밖에 없어!”
 
당시 혁명주체들의 이런 개념 가득 찬 생각 덕분에 김신국은 인조반정으로 호조판서 자리에서 쫓겨난 지 2년 만에 인조 정부의 호조판서도 다시 컴백하게 된다. 다른 소북파였다면, 꿈도 꾸지 못할 일이었다. 더구나 한때 소북파의 영수로 활동하였던 김신국으로서는 더더욱 어려웠던 일이었지만, 그가 경제통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이 모든 허물(?)이 덮혔던 것이었다.
 
“어이 신국이, 아니 호조판서…우리가 왜 널 호조판서 자리에 앉혔는지 알지? 정치 원투 해본 것도 아닐 테고…선수끼리 툭 까놓고 말해봅시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경제를 제일 잘 아는 건 당신이라는 거 우리도 다 알거든? 그러니까 알아서 잘 해보슈. 우리는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을 테니까.”
 
2년만에 다시 호조판서로 컴백한 김신국…과연 혁명주체들의 판단은 옳았을까? 초특급 대하 울트라 정치사극 ‘숙청 대상자에서 경제 관료는 제외하라!’은 다음회로 이어지는데…커밍 쑤운! 
 

자료출처 : 스포츠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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