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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치히터] 야구감독을 유독 '매니저'라고 부르는 이유

--성일만 야구

by econo0706 2022. 9. 17.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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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04. 29

 

2010년 일본 서점가에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보다 더 많이 팔린 소설이 있었다. '만약 고교야구 여자 매니저가 피터 드러커를 읽는다면'이라는 긴 제목의 책이다. 줄여서 '모시도라'라고도 부른다. 이와사키 나쓰미가 쓴 이 소설은 영화와 만화로도 제작됐다.

고교야구팀의 새 매니저가 된 여학생이 3류 팀을 일류 팀으로 바꿔 놓는 스토리다. 일본에는 4300여개의 고교야구팀이 있다. 200개 정도를 제외한 나머지 팀은 동아리 수준이다. 때문에 여학생들도 운영에 참여한다. 규모는 작지만 프로야구 운영팀과 하는 일은 흡사하다.

주인공 미나미가 속한 호도고는 90년 동안 단 한 번도 고시엔대회(봄과 여름으로 나누어 두 차례 열리는 일본의 고교야구대회) 본선에 나간 적이 없다. 미나미는 팀의 운영을 맡자마자 고시엔대회 본선 진출이라는 목표를 정한다. 학교는 물론 선수들 스스로도 이를 불가능하다고 여긴다.

하지만 미나미는 달랐다. 그녀는 매니저라는 자신의 역할을 최대한 잘 해내기 위해 서점에서 피터 드러커의 '매니지먼트'라는 책을 샀다. 드러커는 현대 경영학의 창시자로 불린다. 미나미는 이 책을 읽고 야구부를 매니지먼트하기로 결심한다.

미나미는 야구부원이 야구부의 종업원이자 가장 중요한 고객이라는 사실에서 출발했다. 선수들 하나하나를 면담해 그들의 마음 속 고민을 알게 된다. 선수와 감독 사이의 벽을 허무는 데 일조한다. 결국 호도고는 팀 창단 후 처음으로 고시엔 대회 본선에 진출한다.

 

/ 일러스트레이션 : 경향신문


스포츠에서 지도자를 코치(Coach)라고 부른다. 코치가 여럿 있으면 수장을 헤드코치(Head Coach)라고 한다. 우리말로 하면 감독이다. 하지만 야구감독은 헤드코치라고 하지 않는다. 야구감독은 영어로 매니저(Manager)다. 경영자 혹은 관리자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즉 야구감독의 임무는 기술전수가 아니라 팀을 관리하는 데 있다.

그 차이는 상당하다. 코치에겐 '기술'의 비중이 높지만 매니저는 '인간'에 무게 중심이 쏠린다. 그런 점에서 야구 감독의 운신 폭은 무한대다. 넥센은 29일 현재 공동 3위를 달리고 있다. 예상을 뛰어넘는 좋은 성적이다. 더구나 염경엽 감독은 올해 처음 지휘봉을 잡았다.

넥센 염경엽 감독의 초반 돌풍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염 감독의 경력에서 해답을 찾고 싶다. 염 감독은 현대와 LG에서 운영팀장과 스카우트를 거쳤다. 야구만 아는 것이 아니라 매니지먼트도 이해한다. 비슷한 예로 전창진 KT 농구 감독이 있다. 전창진 감독은 삼성 농구단의 홍보 업무를 맡다가 코치를 거쳐 감독이 됐다. 두 감독 모두에게 프런트 경력은 선수를 이해하고 조직을 이끌어가는 데 도움을 주었다.

"사람을 매니지먼트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장점을 살리는 일이다. (중략) 조직의 목적은 사람의 장점을 생산으로 연결하고, 그 사람의 약점을 중화시키는 일이다."(피터 드러커)

 

성일만 기자 texan509@fnnews.com

 

자료출처 : 파이낸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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