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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뚜루 마뚜루] 이승엽의 머리염색에 얽힌 이야기

--홍윤표 야구

by econo0706 2022. 9. 17.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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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01. 23

 

이승엽(30)이 머리 모양과 색깔을 바꾸었다. 그의 변신은 일본 프로야구 최고 명문 요미우리 자이언츠 구단의 방침에 따르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머리 염색은 ‘존재의 색깔’을 드러내는 일. 자신의 색깔을 포기한 이승엽이 요미우리 입단을 계기로 퍼머넌트 머리를 풀고, 갈색머리를 검은색으로 물들인 것은 심기일전해 새 구단에 적응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풀이된다.

 

▲ 지바 롯데 마린스 시절의 이승엽


요미우리 구단은 일본 야구단 가운데 전통과 규율을 가장 중시하는 구단이다. 1군은 다소 규제가 느슨하지만 2군 선수들은 절대로 머리카락을 염색할 수 없다.

1996년 1월 11일 당시 요미우리 구단에 갓 입단한 조성민(한화 이글스)이 도쿄 요미우리랜드 안에 있는 자이언츠 구장에서 자율 트레이닝을 시작하러 나타났을 때 요미우리 관계자들은 물론 일본의 온 매스컴이 눈이 휘둥그래진 일이 있었다.

조성민이 머리를 갈색으로 물들인 채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한국 아마선수 출신으론 사상 처음으로 일본 최고 구단에 입단한 조성민의 일거수 일투족은 당연히 일본 매스컴의 주시의 대상이었고 일부 신문은 조성민의 머리 모습을 사진으로 곁들여 대서특필했다.

그의 행동이 너무 ‘파격’이었던 것이다. 조성민은 주위의 따가운 눈총에 처음에는 영문을 몰라하다가 곧바로 요미우리 구단의 방침을 전해 듣고는 당황했다. 그 때 조성민은 “그런 규칙이 있는 줄 몰랐다. 한국에서 유행하고 있기 때문에 별 의식없이 했다”고 토로했다.

 

▲ 요미우리 자이언츠 시절의 조성민 / 스포츠조선


당시 요미우리의 나가시마 시게오 감독은 “1군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는 선수는 머리색깔이 어떻든 괜찮다 ”고 짐짓 관대한 태도를 취했으나 요미우리 구단의 분위기는 ‘천만의 말씀’이었다.

이승엽은 그 동안 상대적으로 미국인 보비 밸런타인 감독이 이끌고 있는 비교적 자유로운 분위기의 지바 롯데 마린스에서 행동에 큰 구애를 받지 않았다. 이 참에 이승엽이 머리를 손질한 것은 새 구단의 흐름에 맞출 수밖에 없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인 것이다.

 

▲ 방송 인터뷰 중인 최향남 / SBS


머리색깔을 둘러싸고 한국에서도 큰 파동이 한 번 인 적이 있다. 파동의 주인공은 최향남(35)이었다. ‘풍운아’ 소리를 들으며 작년 말 미국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와 마이너리그 계약한 최향남은 LG 트윈스 시절에 ‘강렬한 인상을 주고 싶다’며 머리를 노랗게 물들이고 구장에 나타나 당시 천보성 감독 등 코칭스태프를 기겁하게 만들었다.

1998년 7월11일 한화전에 선발로 등판할 예정이었던 최향남의 돌출행동에 LG 구단은 코칭스태프에 대한 항명으로 간주, 당일 라인업에서 빼는 한편 한 발 더 나아가 100만 원 벌금과 출장정지의 자체 중징계까지 내렸다. 최향남은 구단측에 트레이드를 요구하며 맞서다가 결국 이틀만에 항서를 쓰고 머리 염색을 뺀 채 7월13일에 선수단에 합류했다.

선수들의 개성 추구와 구단의 규율 사이의 간극이 당시만 해도 건널 수 없는 강처럼 거리가 멀었던 것이다. ‘갈기머리’ 이상훈이 끝내 자신의 고집을 꺾지 않고 선수생활을 마친 것과는 대비되는 소동이었다.

 

홍윤표 기자 chuam@osen.co.kr

 

자료출처 : 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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