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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술] '500경기 연속 출장' 이정현, 넌 정말 존경스러운 선수야!

--김태술 농구

by econo0706 2022. 9. 17.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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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12. 31

 

아침에 일어나 오랜만에 산책을 하려고 대문을 열었다가 다시 문을 닫았다.

어찌나 추운지….

‘역시 이불 밖은 위험했던 것인가’하는 생각이 들어 다시 방안으로 들어와 살며시 침대에 누웠다. 어린 시절 한 겨울에, 그것도 새벽시간에 추위에 맞서 체력훈련 했던 나는 이제 더 이상 없다. 한겨울의 바닷바람은 마치 칼로 얼굴을 베는 느낌이다.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가서 뛰라고 한다면 정말 못 할 것 같다.

운동선수들은 나이가 들면서 체질도 좀 변하는 것 같다. 특히 신체능력이 확실히 떨어지는 것을 느낀다.

하지만 이 선수는 정말 친한 동생이지만, 존경심마저 들 정도로 대단한 기록을 세웠다.

바로 500경기 연속출장 기록을 세운 전주 KCC 이정현 선수이다.

◇ 500경기 연속출장의 의미

 

500경기 연속출장. 정말 말로는 표현 할 수 없는 엄청난 기록이다.

이정현 선수가 프로에 입단해 첫 경기를 뛸 때부터 옆에서 지켜봤다. 그때는 그 누구도 이정현 선수가 이렇게 대단한 기록을 세울 거라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몸 관리에 있어서 누구보다 많은 시간을 들였을 것이고, 그런 노력들이 지금도 건강하게 정상의 자리를 지키는 비결이 된 것이 아닐까 싶다. 이 기록에서는 ‘연속’이라는 단어를 주목해야 한다. 이정현 선수는 신인이었던 2010-2011시즌부터 기록을 달성한 2021년 12월 25일까지 한 번도 쉬지 않았다. 국가대표 차출, 군복무 등 공식적으로 인정되는 결장을 제외하면 한번도 정규경기에 빠지지 않은 것이다.

선수라면 누구도 부상을 피할 수 없다. 그렇게 되면 치료와 재활이 필요하기 때문에 경기에 출전 할 수가 없게 된다. 하다못해 독감, 몸살, 장염 등 예상치 못한 변수를 마주할 수도 있다.

그런데 벌써 10년 동안 한 번도 경기를 쉬지 않고, 연속으로 출전을 했다는 것은 엄청난 기록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이정현 선수는 아픈 적이 없었나? 라고 물어본다면 그건 또 아니다.

발목을 다쳐서 퉁퉁 부어 있는 상태에서도 출전을 강행했고, 시즌 전 무릎부상을 크게 당했음에도 엄청난 회복력과 관리로 시즌 첫 경기부터 출전을 강행했다. 최근에도 백신을 맞고 컨디션이 저하되었는데도 경기에 나섰다고 들었다.

이런 이정현 선수를 보면서 우리가 함께 했던 안양 시절의 일화가 떠올랐다.

2012-2013 시즌 SK와의 4강 플레이오프 3차전이었다.

당시 2차전이 끝나고 이정현 선수가 심하게 배탈이 난 적이 있었다. 얼마나 아파보였는지 지켜보는 내가 다 눈물이 핑 돌 정도였다. 우리는 이정현 선수가 당연히 쉴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그 몸을 끌고 기어이 코트에 나섰다.

1승 1패 상황이었기에 우리에게는 3차전이 정말 중요한 경기였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그 몸 상태로 나와서 경기를 소화했다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일이었다. 보통 정신력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라 생각했다. 그날 이정현 선수는 15분여를 뛰었다.

다른 한편으로, 그 시즌에 나는 장염을 8개월 여 동안 앓으면서 시즌을 치렀는데 내 투혼(?)이 조금은 전달되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하하.

이런 집중력과 간절함, 열정 등이 있었기에 지금의 ‘금강불괴’ 이정현이 만들어진 게 아닌가 싶다.

본인 스스로는 몸이 예전 같지 않다고 얘기를 한다. 하지만 내가 보기엔 아직도 KBL 현역 중에서 농구를 제일 잘 하는 선수가 아닌가 싶다. 경기를 읽는 눈, 슛, 패스 등에서 리그 최고 수준이라 생각한다.

지금처럼 부상 없이 뛰어 600경기, 700경기 연속출장 기록을 이어가길 바란다!

◇ 영양사를 했어도 잘 했을 김일두 선배

 

사실 나도 몸 관리를 잘 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었다 어렸을 때부터 항상 잔병치레를 많이 했었기 때문에, 특히 가을이 되고 바람이 조금이라도 차가워지면 신경이 예민해지곤 했다. 그래서 항상 다른 선수들보다 옷을 더 껴입고 다녔고, 특히 겨울엔 목도리가 없으면 밖에 잘 나기지도 않았다. 좋은 음식을 챙겨 먹는 건 당연했고, 집 온도는 항상 높게 유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농구에서는 등이 접힌 상태로 움직이는 동작이 거의 없기 때문에 항상 등을 펴고 아랫배에 힘을 주고, 엄지발가락에 힘을 주고 다녔다. 아마 많은 선수들이 운동이 없는 시간에도 좋은 몸 상태와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해서 이런 부분까지 신경을 쓰고 있을 것이다.

이유는 하나다.

잘하고 싶어서이다.

뭔가 내가 지켜왔던 몸 상태가 아니면, 벌써 신경이 예민해 지기 때문에 항상 좋았던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이렇게 작은 것까지 하나하나 신경을 쓰게 된다.

아마 강박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은퇴한 뒤부터는 그런 강박들이 없어졌는데, 그래서인지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좀 편안해 진 것 같다.

사실 몸 관리를 잘 했던 선수들은 많았다. 그중에 한 명 생각이 나는 선배가 있다.

바로 김일두 선배다.

선수시절 같은 팀에 있었기 때문에 얼마나 몸 관리를 잘 했었는지 지켜볼 수 있었다.

운동시간에 항상 일찍 나와서 남들보다 스트레칭을 했었고, 음식도 몸에 좋지 않은 음식은 입에 대지도 않았다. 그리고 챙겨먹는 영양제도 조사를 굉장히 많이 해서 본인에게 맞는 영양제를 골라 최고의 조합으로 늘 같은 시간에 섭취했다. 아마 약사를 했어도 굉장히 잘 하지 않았을까 할 정도로 영양제에 관한 정보와 지식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운동이 끝난 뒤도 마찬가지. 다른 선수들보다 스트레칭을 더 많이 하고 집에 갔다. 이러한 노련은 선수생활을 마무리하실 때까지 한결 같았는데, 이런 부분은 후배들이 배워야 할 것이라 생각한다.

현재 개인사업과 여자프로농구 해설위원으로 활약하고 있는데, 좋은 일들이 더 많이 생기길 응원한다.

◇ 칼렙 그린의 숨은 노력

외국선수 중에는 DB시절 함께 뛰었던 칼렙 그린 선수가 생각난다. 이 선수 역시 대단한 노력파였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식단관리다. 시즌동안 고기는 입에 대지도 않았고, 항상 정해놓은 음식만 섭취했다. 연어구이와 야채들 같다. 시즌 준비 기간부터 시즌이 끝날 때까지 그렇게 먹는다고 했으니, 거의 1년에 9~10개월을 같은 음식만 먹는다고 보면 된다. 매 시즌 그렇게 관리를 하니 정말 대단한 것 같다.

물론 한국에 오는 외국선수들이 다 그런 건 아니다. 너무 많이 먹어서 살이 찌는 선수들도 종종 있다. 하지만 칼렙 그린 선수는 늘 몸 관리에 신경을 썼고, 오랜 기간 자신의 루틴을 지키며 생활했다. 정말 리스펙트(Respect)!

지금도 어디선가 시즌을 치루고 있을 텐데, 아마 오늘도 연어구이와 야채를 먹고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실 종목을 막론하고 현역 선수라면 모두 몸 관리는 엄청나게 열심히 하고 있을 것이다. 몸이 재산이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몸에 해로운 것은 피하고자 애쓰고 있을 것이다.

2021년 12월 31일이면 3라운드가 끝난다고 들었다. 딱 중간을 찍는 셈이다. 더 아픈 선수 없이 잘 관리해서 더 좋은 경기로 팬들 사랑에 보답하고, 본인들의 발전도 이뤄냈으면 좋겠다!

날씨가 정말 너무 추워졌다 정말 감기 조심해야 할 시기이다. 아울러 여전히 우리를 위협하고 있는 코로나19로부터도 안전한 겨울이 되었으면 좋겠다.

다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2022년도 잘 부탁드리고, 소망하시는 모든 일이 다 이뤄지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PS. 몸 관리만큼이나 중요한 마음 관리!

늘 얘기했던 것처럼, 모든 게 계획대로 잘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부상도 있을 수 있고, 여러 변수가 도사리고 있다. 행여나 부상자가 발생하면 팀 분위기가 가라앉게 되고 더 나아가 연패로 이어질 때도 있다. 지고 싶어서 경기에 나오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정말 뜻대로 되지 않는 게 농구이고 인생이 아닌가 싶다.

나도 선수시절에 연승도 많이 해보고, 연패도 많이 해봤다. 특히 연패가 길어질 때 팀 분위기는 마치 ‘겨울왕국’의 엘사가 모든 걸 얼려 놓은 것 같이 춥고 고요하다.

이럴 때 가끔 선수들 사이에 불신이 생기기도 한다. 누군가의 잘못을 꼬집기도 한다. 예민해진 상태라 버럭 화를 낼 때도 있다. 굉장히 좋지 못한 모습이다. 그런 감정 표현은 팀을 와해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선배, 에이스, 후배 …. 위치는 상관없다. 결국 팀 성적이 안 좋으면 모두가 힘들기 때문에 누구 탓을 한다거나, 대놓고 감정 표현을 하는 일은 자제해야 한다.

팀 성적이 안 좋을 때는 외부에서도 좋지 않은 이야기가 많이 들려온다. 팬들이 실망하는 모습을 보며 죄송함도 느끼게 되고, 스트레스도 받게 된다. 그렇지만 본인들이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 팀 부진은 다른 누군가가 해결해줄 수 있는 부분이 아니기 때문이다.

비가 온 뒤 땅이 굳는다 하지 않았던가. 돌이켜보면 지금 힘든 상황이 성장 할 수 있는 좋은 밑거름이 되곤 했다. 당장은 쉽지 않겠지만, 힘을 내 주기를 바란다.

응원하는 팀 성적이 떨어지면 팬들께서도 많이 힘드실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늘 좋을 수만도, 아니면 나쁘기만도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응원하는 팀이나 선수가 힘든 상황이어도 끝까지 믿고 응원해 주셨으면 좋겠다.프

 

김태술 / 전 프로야구 선수, 현 어쩌다벤저스 맴버

 

자료출처 : 네이버 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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