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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술] 허웅·허훈! 올스타전을 부탁해!

--김태술 농구

by econo0706 2022. 9. 18.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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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01. 14

 

올겨울은 유독 더 추운 느낌이다. 아마도 코로나19로 인해 자유롭게 사람을 만나거나, 어디론가 가지 못해 더 춥게 느껴지는 것 같다.

 

하지만 농구 코트만큼은 다르다. 순위 경쟁도 치열해지면서 그 열기는 더 뜨거워지는 것 같다.

 

시즌 초만 해도 하위권에서 힘든 시간을 보내던 창원 LG가 어느새 7위까지 올라와 호시탐탐 중위권 도약을 노리고 있고, 선두 자리를 뺏고자 하는 자와 지키려는 자의 경쟁도 열기를 뜨겁게 하는 요인이라 생각한다.

 

이런 열기에 기름을 부을 이벤트가 곧 열린다. 바로 프로농구 올스타전이다. 올해 올스타전은 16일(일요일), 대구에서 개최된다. 팬들의 기대감이 얼마나 큰지는 입장권 판매소식만 들어도 알 수 있었다. 입장권 판매 시작 3분 여 만에 매진이 되었다는 소식에 놀랐다. KBL 선수 출신 선배 입장에서 정말 뿌듯하고 기뻤다.

 

지난 2020-2021시즌 올스타전이 취소되었던 만큼 올스타에 선발된 선수들도 기대가 크리라 생각된다. 특히 처음 올스타에 출전하는 선수들은 더더욱 그럴 것이다.

 

 올스타전에 대한 기억

 

나 역시 처음 올스타전이 기억에 남는다. 그때 나는 신인으로는 유일하게 올스타에 출전했는데, 정신없이 그 시간들이 지나갔던 것 같다. 긴장도 많이 했다. 티는 안 내려고 했지만, 속으로 긴장도 많이 해서 떨기도 했다. 화려한 기술이나 볼거리를 선사해야 한다는 압박 아닌 압박도 있었다.

 

무엇보다 올스타전은 어릴 때부터 TV로 시청해오며 상상해온 무대였다. 날고기는 선배들 틈에서 올스타전을 즐기는 모습을 상상해왔는데, 막상 현실이 되니 긴장이 됐다.

 

그래도 2번째 올스타전은 나름대로 즐기면서 했던 것 같다. 팬들을 위해 퍼포먼스 하나 정도는 준비하고 싶었는데, 고민 끝에 덩크슛(?)을 하기로 했다.

 

나는 혼자서도 덩크슛을 할 수 있었지만, 재미를 위해 양희종 선수와 마퀸 챈들러 선수의 도움을 ‘약간(!)’ 받아서 덩크슛을 하기도 했다. 어디까지나 재미를 위해 도움을 받은 것이라고 강조하고 싶다. 이 덩크슛은 득점으로 인정되었기에 나의 KBL 첫 덩크슛이라 할 수 있다.

 

사실 좀 머쓱했지만, 그래도 뭐 어떤가. 당시 관중분들도 재밌어해 주셨다. 하하.

 

올스타전은 열심히 응원해주시고, 나를 뽑아준 팬들을 위한 무대다. KBL에서 가장 인기가 많고, 실력이 좋은 선수들만 모여 치르는 경기이고, 그 안에서 선수들의 색다른 모습도 기대할 수 있다. 1년 여 만에 열리는 만큼 선수들도 준비를 많이 하고 있을테니 팬분들도 지난해의 아쉬움을 확 날려버리셨으면 좋겠다.

 

개인적으로 올스타전마다 유독 빛났던 선수가 있다.

 

바로 서울 SK 나이츠의 김선형 선수다. 김선형 선수는 정규리그 경기에서도 화려한 플레이로 분위기를 달아오르게 만드는 선수다. 올스타전에서는 그 쇼맨십이 더 빛났다.

 

개인기를 앞세운 덩크슛과 드리블 등 쇼에 가까운 퍼포먼스로 팬들을 즐겁게 했다. 같이 뛰면서도 정말 신기할 정도로 쇼에 가까운 기술을 보일 때마다 입이 쩍 벌어지곤 했다. 지금도 경기 때 보면 확실히 한국농구에서 나오기 힘든 유형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올스타전에서도 3번(2014, 2015, 2016)이나 MVP가 됐다. 팀도 이기고 플레이도 대단했기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김선형 선수는 큰 부상을 이겨내고 훌륭히 돌아온 선수다. 앞으로도 몸관리를 잘해서 팬들을 신나게 해주는 플레이를 많이 보여주면 좋겠다.

 

나는 올스타전에서 MVP가 된 적은 없다. 하지만 진지하게 MVP를 노린 적은 있었다. 바로 부산에서 열린 2016-2017시즌 올스타전이다. 김종규 선수에게 장풍을 쏘는 등 재미있는 퍼포먼스도 있었고, 개인 기록(19득점 16어시스트)도 좋았으며 팀도 승리(150-126)했기에 나름 기대를 했는데, 나보다 더 멋진 플레이를 보인 오세근 선수(29득점 10리바운드)에게 그 영광은 돌아갔다.

 

아쉽긴 했지만 올스타전을 그것도, 내 고향 부산에서 치르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웠… 아니다! 그래도 지금 생각해보면 아쉽다. 하하.

 

올해 올스타전도 아마 김선형 선수를 비롯해 선수들이 색다른 모습을 많이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이처럼 빨리 매진되지 않았을까 싶다.

 

​◇ 허웅과 허훈 형제에게 거는 기대

 

자세히 들여다보면 올스타전 흥행의 발판은 이 두 선수가 만들어낸 게 아닌가 싶다.

 

바로 허웅, 허훈 형제다. 두 선수는 현재 KBL에서 농구도 제일 잘하고, 인기도 가장 많은 선수들이다. 특히 허웅 선수의 인기는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다.

 

이번 올스타 팬투표에서도 이상민 감독(서울 삼성)의 기록을 갈아치웠다. 무려 19년 만에 최다득표(16만 3,850표) 기록을 새로 쓴 것이다.

 

또 그 뒤를 바짝 따라붙고 있는 허훈 선수도 비록 2위이긴 하지만, 지난 시즌에는 1위였고 이번에도 10만 표 넘게 받으면서 KBL 인기를 주도하는 스타임을 입증했다.

 

때로는 진지한 프로선수들처럼, 때로는 전형적인 형제들처럼 다양한 모습을 보이는 허웅, 허훈 형제간의 대결이 얼마나 화제가 될지 궁금하다.

 

두 선수는 최근 만개한 기량을 펼치고 있다. 먼저 허웅 선수를 살펴보자. 흔히들 농구인들은 ‘농구에 눈을 떴다’는 표현을 많이 쓴다. 허웅 선수가 딱 그 단계 같다. 아직 더 다듬어야 할 부분도 있지만, 지난 시즌보다 시야도 넓어졌고 경기를 풀어가는 능력도 향상됐다. 앞으로도 그 흐름을 잘 이어가길 기대한다.

 

허훈 선수도 자신감있고 당찬 플레이가 돋보인다. 허웅 선수를 긴장시키기에 충분한 선수다. 아마 이번 올스타전에서는 형을 이겨보려는 동생의 도발이 계속되지 않을까.

 

이번 올스타전만 놓고 본다면 누가 더 즐기느냐가 더 중요할 것 같다. ‘소문난 잔칫집’이 된 만큼 먹거리도, 볼거리도 풍성한 올스타전이 되길 바라며 그 선봉에서 형제들이 역할을 잘 해주길 기대한다.

 

허웅, 허훈을 바라보는 어린 선수들은 정말 연예인을 보는 듯한 기분도 들 것 같다.

 

나도 그랬었다.

 

예전에는 이상민 감독님의 인기는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경기 중에 감독님께 파울이라도 하면 야유가 쏟아져 나올 정도였으니 말이다. 이상민 감독은 9년 연속 올스타 팬투표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아마 이 역시 쉽게 깨지지 않을 기록일 것이다.

 

어린 시절 나는 이상민 감독님의 농구를 보고 자랐다. 그리고 늘 닮고 싶었다.

 

처음 같은 코트에 섰을 때는 엄청난 영광이라는 생각부터 들었다.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아마도 대학생때인 것 같다. 첫 연습게임을 하는데 정말 연예인을 보는 느낌이었다. 말이라도 한마디 건네고 싶었지만, 그저 멀리서 플레이 하나하나에 감탄하며 지켜봤던 기억이 있다. 나 뿐 만아니라 내 나이또래 친구들은 모두 나와 같은 경험을 해보지 않을까 생각한다.

 

문득 ‘누군가 나를 보고도 그런 느낌이 드는 선수가 있었을까?’라는 오만한 생각을 잠시 해 본다. 하하.

 

만약 지금의 허웅 선수와 전성기 이상민 선수가 올스타 투표를 하면 누가 이길까?

여러분의 선택은?

 

​◇ 후회없이 즐기는 올스타전이 되길!

 

요즘 올스타전을 보면 우리 후배들이 자신의 매력을 어필하는 것에 굉장히 적극적이다. 사실 우리 때만해도 그렇게 경기장에서 매력을 어필할 기회가 주어져도 낯설어 하고, 부끄러워하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요즘 후배들은 자신을 표현하는데 거리낌이 없고, 그 순간을 즐기며 올스타전에 임한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런 모습들은 내가 배워야 할 부분이 아닌가 싶다. 그 순간을 제대로 즐기지 못하고 나중에 아쉬워하기보다는 이 순간을 즐기고, 작은 것에서도 기쁨을 느끼는 것이 돌이켜 봤을 때 후회하지 않을 일인 것 같다.

 

올스타전은 말 그대로 팬들이 인정하는 스타들이 모여 경기결과에 상관없이 즐길 수 있는 유일한 경기이다.

 

선수들은 많은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지금까지 달려왔다. 내가 너무나 잘 안다.

 

하지만 16일만큼은 모든 것을 잊고 즐기면 좋겠다. 선수들이 진심으로 즐겁게 플레이하면, 팬들도 당연히 함께 즐거워하실 것이다. 부담 없이 끼를 발산해주면 좋겠다.

 

행복한, 그리고 안전한 올스타전이 되길 기대한다.

 

김태술 / 전 프로농구 선수, 현 어쩌다벤저스 멤버

 

자료출처 : 네이버 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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