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이현중] 드래프트 본격 준비! 현기증 났던 GSW·SAC 워크아웃 이야기

--이현중 농구

by econo0706 2022. 9. 18. 07:42

본문

2022. 05. 12

 

안녕하세요. 농구선수 이현중입니다. 2주 동안 잘 지내셨나요? 모든 분께 답장을 드리진 못하지만 한국에서 많은 응원 보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많은 힘을 주신 덕분에 저도 잘 이겨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정신없는 한 주를 보내고 있어요. 이번 주는 여러 도시를 오고 가는 일정을 소화하고 있죠. 지금은 미국 산타바바라에 있습니다. 최근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새크라멘토 킹스와의 워크아웃을 마치고 다시 이곳에 돌아왔어요. 인터뷰 일정도 겹쳐 조금은 피곤하지만 프로가 되어가는 과정이고 아무도 경험할 수 없는 값진 프로세스라 생각하고 즐기려 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BDA(Bill Duffy Associates) 에이전시와의 계약 발표가 있었는데요. 오늘은 빌 더피와의 만남, 그리고 워크아웃에 대해 이야기해 볼까 합니다.

​◇ 6시간의 릴레이 미팅

빌 더피는 부모님을 통해 연락이 온 분이셨어요.

기사를 통해서도 소개가 되었듯이 야오밍, 스티브 내쉬, 루카 돈치치 등의 에이전트를 맡아온 분이죠. 빌 더피와 계약하기에 앞서 저는 6개 회사와 연달아 미팅을 가졌어요. 더 많은 회사가 제게 관심을 보이셨지만 최종적으로 추린 곳이 6곳이었어요. 장장 6시간에 걸쳐 미팅을 했죠. 갈수록 텐션이 떨어지긴 했지만…. 그래도 저에게 관심을 보였다는 점에서 자신감을 갖게 된 것 같습니다!

스테픈 커리의 에이전시, 러셀 웨스트브룩이 몸담고 있는 에이전시 등 좋은 선수들을 고객으로 두고 있는 회사들도 있었죠.

하지만 저는 빌 더피에게 더 마음에 갔는데요. 가장 큰 이유는 빌 더피가 BDA의 오너인데도 제게 직접 관심을 보이셨다는 점이었습니다.

그 부분이 제일 차이가 있었어요. 저를 상품성으로 생각하는 곳도 있었고, 직원이 맡는 곳도 있었지만, 빌 더피는 저를 가족으로 생각하고 인간적으로 대해 주셨죠. 저에 대해서 “너는 이번 드래프트 클래스에서 가장 뛰어난 슈터이고, 과소평가 받는 패서(passer) 같다. 워크애틱(work ethic)도 좋다”고 평가해 주셨습니다.

그동안 에이전시에 대해 궁금해 하신 분들이 정말 많았는데 빨리 공개하지 못해 죄송한 마음도 있었어요. 부모님께 여쭤보는 분들도 많았고요. 하지만 이렇게 발표하고 나니 속이 후련하다고 해야 할까요? 시원한 면도 있는 것 같습니다.

​◇ ​패키 터너와의 훈련

저는 P3 트레이닝에서 드래프트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같은 에이전시인 쳇 홈그렌(곤자가), 켄달 브라운(베일러 대학), 이제이 리델(오하이오 주립대) 등과 함께 훈련하고 있죠. 다들 착하고, 순수하고 재밌어요. 훈련을 하거나 픽업 게임을 함께 해보면 농구적으로는 확실히 남다르다는 것도 느끼곤 하죠.

얼마 전에는 머리 쪽에서 잡아서 바로 던지는 슛 연습을 했는데, 제가 30~40개를 연속으로 넣으니까, 그 친구들도 “쟤 미쳤다”라며 놀라워했어요. 그러면서 제 슈팅에 대해서 인정해 주었죠. 픽업 게임에서 느낄 수 있었어요. 슛이 좋다 보니 패스를 해주더라고요.

한 번은 제가 왼손 슛도 던질 줄 알아서 장난으로 던지고 있는데 쳇(홈그렌)이 와서 내기를 하자고 하더군요. 저는 왼손으로도 10개 중 7개 정도는 넣거든요. 쳇에게 내기에서 이기니까 씩씩댔던 것도 기억에 남아요.

 

▲ 이현중 선수와 함께 훈련 중인 쳇 홈그렌, 이 선수는 이번 신인 드래프트 1순위 후보로 꼽힌다 / 출처=게티이미지

 

저희의 훈련은 패키 터너(Packie Turner) 트레이너가 봐주시고 있어요. 스테픈 커리 선수의 트레이닝도 맡았던 분이라고 하죠. 정말 점잖고 친절하신 분이세요.

 

터너 트레이너님은 선수들이 리그에서 오래 살아남을 수 있도록 선수에게 맞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주세요. 저는 포인트가드가 아니기에 크로스오버 드리블보다는 간결한 드리블로 수비를 제치고 슈팅을 던지는 훈련, 지쳐있을 때 슈팅을 던지는 훈련 등 강점을 살리는 훈련을 하고 있어요.

 

대학교에 있을 때에 비해 훈련을 할 시간이 많이 주어져 프로의 삶을 사는 기분이에요. 아무래도 학교 과제가 없으니까요.

 

많은 분들이 수비에 대해 지적하는 것을 알아요. 많이 부족하죠. 그래서 보완하려고 하죠. 하지만 약점을 보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강점을 최대한 살리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강점을 가능한 많이 보여주고, 약점은 최대한 안 보이게 하는 거죠.

 

P3 트레이닝은 NBA 선수뿐 아니라 여러 프로 종목의 선수들이 찾는 곳이라고 해요. 밥도 정 말 잘 나오고 있죠.

 

▲ 트레이너 패키 터너와 훈련 중인 이현중 선수. 패키 터너는 스테픈 커리 트레이너로 유명하다. / 출처=패키 터너 인스타그램

 

정말 감사한 게 김연경 누나가 잘 챙겨주세요. 밤에 심심할까봐 놀아주시기도 하고, 밥도 사주시죠. 제가 ‘그 부담감을 어떻게 떨쳐내고 뛰셨냐’고 여쭤본 적이 있어요. 그때 “어떤 분야의 스타가 되는 데는 부담은 숙명이다. 그 부담이 너의 게임에 영향을 끼치게끔 두지 말고, 달고 다녀라”라고 말씀 주신 것이 기억에 남아요. 역시 스타는 다르다고 느꼈죠. 다시 한번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 현기증 났던 워크아웃

 

이 글을 쓰기 전날까지 저는 골든스테이트와 새크라멘토에서 이틀 연속 워크아웃을 가졌어요. 어찌나 힘들었는지 아침에 몸이 안 움직여지더군요. 그래도 보여줄 수 있는 건 다 보여줘서 후회는 없어요!

 

워크아웃은 듣던 대로 정말 힘들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어우, 이게 뭐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골든스테이트에서는 노 드리블 3대3, 풀코트 3대3, 전속력으로 하는 슈팅 드릴 등 여러 코스를 가졌어요. 저를 포함 6명이었는데, 그래도 3대3에서는 제가 속한 팀이 계속 이겼어요.

 

그곳에서 게리 페이튼 2세, 안드레 이궈달라, 제임스 와이즈먼, 모지스 무디 등을 만났는데요. 페이튼과는 10분 정도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저를 알고 있더라고요. 저를 보더니 ‘Let’s go! Davidson’을 외쳐주었죠. 되게 성격이 좋았어요. 목소리도 되게 친근했고요. NBA 2K에서 만나던 선수를 직접 보니 정말 신기했습니다.

 

페이튼도 제 워크아웃을 지켜봤는데요. 제가 빨리 팔꿈치 나아서 좋은 모습을 보여 달라고 하니 ‘나도 네 농구가 마음에 든다. 행운을 빈다’라고 덕담을 해주었습니다.

 

▲ 슈팅 훈련에 매진하고 있는 이현중 선수 / 출처=선수 에이전트

 

바로 다음날 새크라멘토 워크아웃은 더 힘들었던 거 같아요. 아무래도 백투백이라서 더 그랬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힘들 때마다 이런 생각을 했어요. ‘내가 언제 이런 걸 해보겠나, 프로세스 자체가 값진 경험이다’라고요. 농구 훈련 외에 면접도 가졌는데, 다른 선수들은 10~15분 정도 했는데 저의 경우는 혼자 30분을 했어요. 재밌었습니다.

 

현장에는 엘빈 젠트리 감독님이 계셨어요. 젠트리 감독님이 제게 본인도 몇 년 전에 서울 SK 구단 초청으로 한국에 온 적이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또 G리그에서 코치로 활동 중인 지미 알라팍이 리바운드를 잡아주셨어요. 아시다시피 지미 알라팍은 필리핀 농구의 전설적인 스타였잖아요. 알라팍에게 아시안게임 이야기를 꺼내봤어요. ‘그때 정말 잘 했다. 우리를 거의 이길 뻔했다’라고 하니까 “시간 너무 빠르지? 세월 정말 잘 간다”라고 답하셨죠.

 

내일은 인디애나로 이동합니다. 아직 인디애나는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도시라 기대도 됩니다. 참고로 워크아웃 비용은 구단에서 다 대줘요. 이곳에서 골든스테이트에 갈 때는 퍼스트 클래스 항공권을 끊어줬죠. 물론 국내선이라 큰 차이는 없지만 되게 편하게 갔습니다. 골든스테이트에서 새크라멘토에 갈 때는 리무진을 보내줬어요. 호텔도 말할 것도 없이 좋았죠. 잊지 못할 경험이 될 것 같습니다.

 

최대한 많이 보여주고 오겠습니다!

 

인디애나 페이서스와의 워크아웃 이후 저는 시카고에서 열리는 G리그 엘리트 캠프에 참가하게 되어요. 처음에 저는 오히려 다행이라 생각했어요. NBA 드래프트 컴바인이 전부는 아니더라고요. 컴바인에 초청을 못 받더라도 엘리트 캠프 혹은 구단과의 워크아웃을 통해 뽑힌 선수도 있거든요. 게다가 G리그 엘리트 캠프에서 눈에 띄는 선수 5~10명 정도는 컴바인으로 이동하는 경우도 있다고 해요.

 

그게 아니더라도 기회가 더 있다 보니 편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G리그 엘리트 캠프 이후에는 다시 산타바바라로 돌아와요. 에이전시내 선수들끼리 하는 쇼케이스 형식의 경기도 예정되어 있고, 드래프트 이전까지 팀 워크아웃도 더 가질 계획입니다. 

가장 중요한 건 제 자신을 최대한 많이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해요. 부모님이나 가족들은 부담갖지 말고 재밌게 하라고 말씀해 주세요. 도전만으로도 충분히 존중받을 수 있는 것이니까요.

 

앞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어떤 방식으로든 저를 응원해 주시는 분들이 있어 저도 힘을 내고 있습니다. 부정적으로 보시는 분들도 있지만, 힘을 주시는 분들이 더 많기에 더 열심히, 잘 해보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얼마 전에 서울 SK가 우승했는데 (최)준용이 형에게 축하한다고 전하고 싶어요. 십자인대를 다쳤는데도 잘 극복하고 우승하는 장면을 보니 감격스럽더라고요. 농구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순한 형’이거든요. 득점뿐 아니라 궂은일에서도 많이 헌신하면서 정상에 오른 것 같아 대단해 보였습니다.

 

제 이야기를 읽어주시는 농구팬 여러분도 늘 건강하시고 즐거운 5월 보내시길 바랍니다!

 

이현중 / 미 데이빗슨대 농구선수

 

자료출처 : 네이버 스포츠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