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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중] 워크아웃과 또 다른 G리그 엘리트 캠프 이야기

--이현중 농구

by econo0706 2022. 9. 18.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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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05. 30

 

안녕하세요! 농구선수 이현중입니다. 2주여 만에 인사를 드립니다. 

저는 현재 캘리포니아주 어바인에서 지내고 있어요. 산타바바라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이곳 사촌형 집에서 거주하고 있죠. NBA 드래프트가 열리기 전까지는 이곳에서 지낼 계획인데, 날씨가 정말 좋아 잘 지내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보내주시는 모든 분들 응원도 많은 힘이 되고 있습니다. 

다시 오지 않을 좋은 기회들을 열심히 즐기면서 제 꿈을 향해 나아가고 있어요. 오늘은 지난 2주간 있었던 워크아웃과 ‘프로데이’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아차 싶었던 그 패스

한국시간으로 17일에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는 G리그 엘리트 캠프가 있었어요. 그 전에 저는 인디애나 페이서스 워크아웃부터 참가를 했는데요. 바로 직전에 가진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워크아웃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어요.

감독님도 있고 타이리스 할리버튼, T.J 맥코넬, 크리스 두아르테 같은 선수들도 각자 훈련을 하고 있었죠. 저희 순서가 오기 전에 이 선수들이 훈련하는 것도 지켜볼 수 있었어요. 그 선수들도 저희가 워크아웃 하는 걸 지켜봤고요. 저희가 사용한 라커룸도 그들 바로 옆이었기에 신기했죠. 

인디애나는 어질리티 측정 이후 3대3 농구, 슈팅 드릴 등으로 진행했어요. 골든스테이트는 측정은 안 하고 손길이 같은 신체조건만 측정했는데 인디애나는 좀 더 자세했던 거 같아요. 부상 경력도 확인하고요. 

워크아웃 이후 인터뷰도 영광이었죠. 이제는 인터뷰에 익숙해지는 것 같습니다. 제 이야기도 잘 들어주시고요. 

 

G리그 엘리트 캠프에는 44명의 선수가 참가해 4팀으로 나눠 경기를 가졌어요. 그 중에는 저와 데이빗슨 대학에서 함께 했던 캘런 그레이디도 있었죠. 저는 ‘TEAM1’에, 그레이디는 ‘TEAM2’에 배정되었습니다.

 

경기만 이뤄졌던 건 아니었어요. 경기에 앞서 각 팀들과 미팅을 갖는 시간이 있었는데, 팀당 15분씩 짧게 이뤄지는 형식이었죠.

 

저는 15개 팀과 미팅을 했어요. 분위기는 제각각이었습니다. 카메라를 세팅하고 단장, 코칭스태프가 모두 참여한 팀이 있는가 하면, LA 레이커스 같은 팀은 경기 보면서 편하게 이야기나 하자고 했죠.

 

제 이야기를 위주로 풀어가다 보니 분위기가 좋았던 것 같아요. 호주에 있었던 재미난 에피소드를 풀기도 하고요. 미팅을 할 때마다 했던 이야기인데, 저는 이 기회 자체가 굉장히 신기하고 뜻깊은 경험이라 생각해요.

 

1년 전만 해도 코로나19로 어디 다니지도 못하고, 방에서 ‘사랑의 불시착’을 보고 있었는데 지금은 NBA 팀들과 이렇게 이야기를 나누고 저를 어필하고 있잖아요. 다시 오지 않을 소중한 경험이 될 것 같습니다. 대신 하도 이야기를 많이 하다 보니 목이 아프긴 했지만요. 

 

▲ 신인드래프트까지 약 한달, 이현중 선수는 차분하게 준비를 하고 있다 / 출처=BDA

 

엘리트 캠프 경기에서 저는 볼 없는 움직임에 많이 집중을 했습니다. 구단들과의 면접 때 했던 말처럼 플레이를 했죠.

 

경기는 재밌었습니다. 사실, 모든 선수들의 목표가 다 똑같잖아요. NBA에 가기 위해서는 서로 잘 하는 것을 어필해야 했고 그러다 보니 1대1 움직임도 많이 나왔어요.

 

면접에서 팀들이 “우리 팀에 무엇을 해줄 수 있냐”고 물을 때마다 “야니스(아테토쿤보)나 그런 선수들에게 스페이싱을 주는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선수”라고 말해왔어요. 볼이 없어도 잘 할 수 있고, 에너지를 보태줄 수 있다고요.

 

플레이도 그 부분에 주력을 했죠. 개인적으로는 생각보다 패스도 잘 받았다고 생각해요. 워낙 1대1 위주로 농구를 하다 보니 처음에는 정말 안 줄 줄 알았는데 그래도 3점슛 8~9개 던졌으니 많이 받았던 것 같습니다. 만일 제가 더 잘 넣었다면 잘 줬겠죠. 긴장감도 없지 않다 보니 리듬이 깨지긴 했는데 그래도 재밌었던 것 같습니다.

 

다만 ‘아차’ 싶었던 건 있었어요.

 

첫날에 돌파를 한 뒤 패스를 준 플레이가 있었는데 돌이켜보면 그 상황에서는 제가 던져야 했던 것 같아요. 제가 패스를 주는 것을 알았는지 상대도 뒤처져서 플레이하더라고요. 그래서 그 다음 경기에서는 플로터를 던졌죠.

 

그렇게 하나씩 배워가는 것 같아요. 아직 모든 게 끝난 것이 아니니까요.

 

그래도 긍정적인 건 예전에 이런 캠프에서 선수들과 경기하면 ‘넘사벽’이라 생각해서 위축되고 그랬을 텐데, ‘나도 이런 선수들이랑 해볼 만 한데?’라는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캠프에 대한 기사도 보긴 했지만 저는 낙담하지 않았어요.

 

제 득점이 부족해서, 혹은 경쟁력이 떨어져서 낙담을 했다기보다는 제가 슛을 제대로 넣지 못한 것이 아쉬웠을 뿐이죠.

 

연습을 더 해야겠다!

다음에는 더 넣어야겠다!

 

제게는 또 다른 동기부여가 됐던 날이었습니다.

 

아참, 앞서서 그레이디도 함께 캠프에 참가했다고 했는데 실제로 그 친구와 경기에서 마주하니 느낌이 색달랐습니다. 서로 정말 편한 사이거든요. 지내는 동안 함께 식사도 하고 대화도 많이 나눴죠. 경기 중에도 ‘슛을 더 던져’라고 말하는 등 서로 피드백을 해주고요(그런데 저와 매치업 될 때만 유독 수비를 열심히 하더군요). 저희 둘 다 잘 됐으면 좋겠습니다.

 

도전은 계속 됩니다

 

앞에서도 썼지만, 저는 산타바바라에서의 일정이 끝난 뒤로는 어바인의 사촌형 집에서 지내고 있어요.

 

지인들과 연락해서 체육관을 잡고 훈련을 하면서 다음 일정을 대비하고 있죠. 원래 어제(5월 28일)도 김연경 누나가 한국으로 돌아가신다고 하길래 공항에 나가려고 했는데, 갑자기 체육관 일정이 잡히면서 가지 못했어요. 내일은 SK에서 뛰셨던 한상웅 트레이너님과 같이 워크아웃을 해요. LA에서 스킬 트레이너로 활동 중이신데 먼저 연락 드려서 같이 하게 됐죠.

 

지난 주 제게 가장 중요한 일정은 ‘프로데이’였어요. 26일에 열렸죠. 에이전시가 직접 개최하는 워크아웃인데 BDA 스포츠, WME 스포츠 소속 드래프트 유망주들이 나섰습니다.

 

프로데이가 5대5 경기인 줄 알았는데, 드릴 위주로 제 장점을 보여주는 워크아웃이었어요. 3대3 경기도 짧게 갖고, 슈팅도 던졌죠. 덩크슛을 보여주는 시간도 있었지만, 저는 3점슛 스페셜리스트로 부각되기 위해 슛에만 집중했어요. 개인적으로는 보여줄 수 있는 건 다 보여준 것 같아요. 슛도 10개 중 9개가 들어가는 등 정확도도 제법 좋았죠. 개인적으로는 제가 가진 것들은 다 보여준 것 같았습니다.

 

유망주들이 많이 나오다 보니 프로데이 현장에도 많은 분들이 오셨어요. 제리 웨스트(LA 클리퍼스), 탐 티보듀(뉴욕 닉스 감독), 아르투라스 카르니소바스(시카고 불스 농구단 부사장) 등이 있었죠. 프로데이 현장에는 이규섭 코치님도 오셨어요. 김효범 코치님과의 인연으로 알게 되었는데, 평소에도 응원을 많이 해주셨죠. 이번에도 현장까지 와주셔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 이현중 선수와 이규섭 코치 / 출처=이규섭 코치

 

프로데이가 제 일정의 끝이 아니에요.

 

이제 다음 주부터 6월 중순까지 다시 NBA 팀들과의 워크아웃에 돌입해요.

미네소타 팀버울브스, 브루클린 네츠, 샬럿 호네츠, 디트로이트 피스톤스, 피닉스 선즈, 멤피스 그리즐리스, LA 레이커스와의 일정이 잡혀있죠. 

개인적으로는 샬럿 일정을 가장 기대하고 있어요. 데이빗슨 대학이 있는 곳이잖아요. 샬럿 체육관에서 데이빗슨 대학까지 30분 정도 밖에 안 걸려요. 그날 저녁에 도착하면 잠깐이라도 학교에 가서 밥 맥킬롭 감독님을 찾아뵈려고 해요. 아직도 도전 중에 있지만 그래도 학교를 가면 느낌이 남다를 것 같습니다! 

 

▲ 현장 포스터. 우측 하단에 이현중 선수를 확인할 수 있다 / 출처=이규섭 코치

 

앞으로는 농구보다는 농구 외적으로 좀 힘들 것 같다고 생각이 들어요.

 

호주나 데이빗슨 대학은 거주지가 뚜렷하다 보니 괜찮았는데, 이제는 매번 이동하는 떠돌이 생활을 해야 해요. 계속 지내는 곳이 바뀌고 짐을 싸서 이동하는 일정이 쉽지는 않은 것 같아요. 그래도 안 힘들 수는 없는 과정이기에 최대한 즐기면서, 그리고 배우면서 나아가려고 합니다.

 

무엇보다 이 과정에서 저와 함께 해주는 분들이 계셔서 힘이 됩니다. 정말 감사드리고요. LA에 계신 김효범 코치님 지인분들, 그리고 사촌들이 없었다면 대처하는 것이 더 힘들었을 것 같습니다.  

 

아쉬운 국가대표팀

 

미국에서 드래프트에 집중해서 준비하다 보니 아쉽게 놓치는 기회도 있는데 그중 하나가 국가대표인 것 같습니다. 얼마 전 FIBA 아시아컵에 출전할 국가대표팀 명단이 발표되었는데, 그중에는 제 이름도 있었어요.

 

사실 명단 발표 전에 연락이 왔었는데, 여러 일정이 겹치기 때문에 어려울 것 같다고 정중하게 말씀드렸어요. 비행기로 한국과 이곳을 오가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 같다고요.  

 

물론 국가대표팀에 뽑힌 건 크나큰 영광입니다.  

 

다만 조금 건방져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지금은 다시는 안 올 지도 모르는 제 꿈에 집중하고 싶었어요. 지금은 6월 중순까지 잡힌 워크아웃 일정에만 포커스를 맞추고 싶습니다.

 

▲ 지금 이현중 선수의 신경은 6월 24일 그 날에 집중되어있다 / 출처=BDA

 

대표팀 형들과 함께 하지 못하는 것도 아쉽긴 해요. 함께 단톡방에서 연락을 주고받는 (이)대성이형, (최)준용이형은 물론이고, (여)준석이, (하)윤기 형도 그렇죠. 이번에는 부상으로 대표팀에 합류하지 못했지만, 대표팀서부터 알고 지내온 (문)성곤이 형께도 감사드리고 싶어요. 기사가 날 때마다 힘내라고 격려를 해주시거든요.

 

형들 응원처럼, 저는 지금 결과에 의해 낙담하지 않아요.

 

오히려 슛이 들어갈 때까지 계속 연습하며 자신감을 키우고 있어요. 솔직히 캠프나 그런 곳에서 몇 점을 올렸는지가 전부는 아니라 생각해요. 제 농구는 득점이 전부는 아닙니다. 다른 선수들과 어떻게 플레이하는 지가 중요한 것 같아요.

 

‘드래프트가 안 될 것 같다’,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기사도 있는데, 드래프트가 안 되어도 끝은 아니라 생각해요.

 

반대로 제가 NBA 구단에 드래프트 되어도, 그 도전이 끝나는 것이 아니고요.

 

모든 것은 제가 더 좋은 선수가 되는 과정일 뿐이라고 생각해요. 안 되면 안 되는 대로 다른 기회가 올 것이라 믿고, 지금은 제 꿈에 집중하고 싶습니다.

 

저는 매일 더 나아지기 위해 배우고 있습니다. 걱정이나 낙담보다는, 기대와 응원을 부탁드려요! 저도 그에 맞는 성과를 내기 위해 더 열심히 달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현중 / 미 데이빗슨대 농구선수

 

자료출처 : 네이버 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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