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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중] 어떻게든 버텨내 좀비처럼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이현중 농구

by econo0706 2022. 9. 18.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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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07. 04

 

안녕하세요. 농구선수 이현중입니다.

정말로 오랜만에 인사를 드리는 것 같아요. 

저는 현재 미국 LA에서 지내고 있어요. 지난 1일에 이곳에서 수술을 받고, 에이전시가 구해준 집에서 가족들과 휴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어제 마취가 풀려서 고생했다가 지금은 많이 괜찮아졌습니다. 

많은 일이 있었던 한 달이었습니다. 워크아웃 중 부상을 당했고, 수술을 받기까지 한참 잠을 설치기도 했지만 그래도 지금은 다시 마음을 다잡고 본격적인 재활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많은 분들이 걱정해주신 덕분에 ‘지금이 기회’라고 더 강하게 마음을 먹게 된 것 같아요. 

먼저 부상 이후 저의 근황에 대해 말씀드리고 싶어요. 

한국시간으로 9일이었어요. 샬럿 호네츠와의 워크아웃에서 발을 다쳤죠. 

참 아쉬운 게… 샬럿 워크아웃에서 저는 제법 잘 하고 있었어요. 샬럿에서 워크아웃을 했던 친구 중 4명이 NBA 드래프트에서 지명이 됐거든요. (※ 앤드류 넴하드(31순위) / 할리파 지옵(39순위) / 야닉 조사(54순위) / 휴고 베슨(58순위))

그 친구들과 1대1, 2대2를 할 때도 곧잘 했던 것 같아요. 터프샷도 넣고요. 

다만 분위기가 어수선했어요. 한 명은 코로나 양성이 떠서 나가고, 한 명은 레이업을 하다가 다치고… 그러다 보니 남은 선수가 4명이었는데 그때 일이 일어났죠.

2대2 수비 상황이었는데, 발이 순간적으로 꺾였던 거예요. 꺾이는 순간 잘못됐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무게가 실린 상태로 방향전환을 하다가 일어난 거였는데, ‘뭔가 잘못됐다’라는 게 확 느껴졌죠. 최소 어디가 부러진 것은 아닐까 생각했어요. 나중에는 신발이 이상했나, 플로어도 이상했나 별 생각이 다 들었죠. 

부상 직후 샬럿 호네츠 구단에서 스폰서십을 맺은 병원으로 이동했어요. 10분 거리에 있는 병원이었는데, MRI와 CT, X-RAY 다 찍고 결과를 기다리는 상황이었죠. 다친 당시에는 가만히 있어도 욱신거리고 아팠어요. 그래도 다행이라 생각한 게, 샬럿이다 보니 데이빗슨 대학 시절에 저를 챙겨주신 호스트 패밀리 집에서 지낼 수 있었어요. 바로 데리러 와 주시고, 덕분에 돌봐주셨죠. 만약 다른 도시에서 다쳤다면 꼼짝도 못 하고 호텔에서 지냈을 텐데 말이죠.

 

에이전트인 빌 더피는 LA로 돌아와서 발 전문의에게 진료를 받자고 권유하셨어요. 스테픈 커리, 마누 지노빌리, 자이언 윌리엄슨, 클레이 탐슨, 레이 알렌 등 NBA 선수들의 발을 봐주신 리처드 퍼켈이라는 선생님이셨죠.

다만 바로 움직이질 못했어요. 애초 다치고 나서 3일 뒤 진료를 받으려고 했는데 아파서 비행기를 타지 못할 거 같았죠. 결국 1주일 뒤에야 LA로 갈 수 있었습니다.

실망에서 긍정으로 

사실 처음에는 좌절을 많이 했어요. 한참 워크아웃도 남아있고, 해볼 만 하다는 생각을 갖던 시점이었거든요. 예전 같았으면 드래프트 되는 친구들을 보면서 ‘와~ 진짜 다르다’라며 감탄만 했을 텐데, 워크아웃을 가지면서 ‘해볼 만한데?’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그런데 부상이라니…. 처음에는 실망스러웠죠. 타이밍이 참 아쉬웠거든요. 잠이 안 왔어요. 주변에서는 괜찮다, 괜찮다 하는데 정말 안 괜찮았어요. 처음 일주일은 잠을 하루에 2시간도 못 잤어요. 화가 나고, 슬프고, 그러다 지쳐서 잠이 들었는데 다시 아파서 깨고…. 그런데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직 준비가 덜 된 거다. 

그러니 몸을 더 만들라고 하늘에서 내린 계시가 아닐까.? 더 큰 부상을 당하기 전에 몸을 더 만들라는 계시가 아닐까? 생각했어요. 

저는 샬럿 이후에도 디트로이트 피스톤스, 보스턴 셀틱스, 피닉스 선즈, 댈러스 매버릭스 등 6개 팀과 워크아웃 일정이 더 있었어요. 다 가보고 싶었죠. 그런데 생각해보니 샬럿에서 다치지 않았더라도 남은 일정을 치르면서 다쳤을 수도 있었을 거예요. 2021년 여름부터 쉬지 않고 달려왔으니까요. 

그래서 이번 부상과 회복, 재활 기간은 몸을 더 강하게 만들 기회라고 긍정적으로 여기기로 했습니다.

수술? 터닝포인트로 삼겠습니다

사실 드래프트가 열리는 당일까지도 저는 수술 여부가 결정이 안 된 상황이었어요.

NBA 드래프트를 봤을지 궁금해하시는 분들도 있을 거 같은데, 저도 궁금해서 드래프트를 보긴 봤어요. 제 친구 중에 누가 뽑히는지 보고 싶기도 했고, 약간의 기대도 있었죠. 아쉽게도 결과는 여러분들도 아시는 대로 지명은 안 됐지만요.

그때만 해도 수술 여부가 결정이 안 되어서 앞을 모르는 막막한 상태였어요.

수술을 해야 하면 미국에 남아서 하라고 추천을 받았고, 재활만 해야 한다면 한국에서 할 생각이었죠. 그런데 드래프트에서 떨어지고 나서 수술 소식을 들었어요. 주먹으로 두 번 연달아 맞은 기분이었죠.

 

▲ 농구 인생 처음으로 겪는 부상, 하지만 다시 일어날 겁니다. / 사진출처=이현중 선수 본인

 

병원에서 내린 진단은 리스프랑 파열이에요.

 

엄지와 검지 발가락 사이가 벌어져서 뼈를 이을 못을 박을지 여부도 결정해야 했죠. 박아야 하면 여기서 수술을 해야 했죠. 또 3~4번째 발가락도 골절이 됐더라고요. 그나마 발목은 괜찮았어요. 게다가 의사선생님께서 “회복했을 때 100% 기량을 되찾을 수 있다. 걱정 안 해도 된다. 실력이나 운동능력 감소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라고 말씀해주셔서 안심할 수 있었어요.

당분간은 재활에 모든 힘을 쏟으려고 해요. 애매한 타이밍에 다치긴 해서 아직 정확한 스케줄을 못 잡고 있죠.

재활은 사람마다 다르다고 하시더라고요. 3~4개월이 걸리기도 하고, 길게는 4~5개월을 볼 때도 있대요. 이곳에서 선생님 소견을 더 듣고 7월 중에 귀국을 할 예정이에요. 재활을 도와주실 강성우 박사님께 센터에서 살 거라고, 각오하시라고 말씀드렸죠. 

에이전시에서도 든든한 버팀목이 있으니 재활에만 포커스를 맞추라고 하셨어요.

빌 더피는 드래프트 때문에 바쁘기도 할 텐데 매일 연락해 줘서 “긍정적인 피드백이 있었다”, “관심 있는 팀들이 있다”라며 힘을 북돋워주셨죠. 실제로 NBA 구단 중에서 재활을 도와주겠다는 팀도 있었어요. 

빌 더피의 말처럼 이번 기간을 터닝 포인트로 삼고자 해요. 제가 가진 단점들, 수비나 순발력, 운동능력 등 그런 것들을 더 강화할 기회라고 생각하기로 했어요.

‘당연히 안 되겠네’라는 분들도 있겠지만 쉬는 시간에 여태껏 해온 것보다 더 열심히 만들 것입니다.

힘들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지만 다친 것도, 수술도 처음이니 더 단단해지는 과정이라 생각하고 있어요.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최악의 상황도 올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준비해왔기에 드래프트만이 제 운명의 날이라고 생각하진 않았어요. 

의심은 자극으로, 위기는 기회로

부상으로 쉬어가다 보니 이번 기회에 저를 돌아보는 시간도 가질 수 있었던 거 같아요. 책도 읽고, 고마운 분들 리스트도 정리하고, 한국에 가면 재활도 받겠지만 친구들과 여행도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해봤어요.

 

▲ 다시 마음을 다잡은 이현중 선수.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 사진 출처=이현중 선수 본인

 

다시 의지를 다 잡으면서 인스타그램에 ‘의심은 자극으로, 위기는 기회로’라는 문구를 적었어요. 생각나서 써본 거랍니다. 하하. 많은 분들이 그 글귀를 보고 안심했다고 하더라고요. 

 

지금도 그렇지만 부상을 당했다는 소식이 나간 뒤에 제게 많은 분들이 힘을 주셨어요. 가족들은 물론이고요. 누구보다 누나가 정말 저를 많이 도와줬어요. 샬럿까지 와서 케어해주었죠.

친구인 (이)준희, 규현, 규만이도 제가 심심할까 봐 계속 영상통화도 해주었어요. 후배 중에서는 연세대 양준석 선수와 자주 통화를 나누었어요. 대학리그 경기 중에 십자인대를 다쳤거든요. 생중계로 부상 장면을 봤는데 정말 안 좋아 보이더라고요. 그날 바로 전화를 했는데 준석이가 제 말이 위로가 됐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울고 싶으면 울어”라고 말해줬어요. ‘잘 되면 좋겠다’, ‘이겨내라’라고 하기보다는 감정에 솔직해지라고요. 정말 열심히 하는 친구인 만큼 같이 잘 이겨냈으면 좋겠어요.

김효범 선생님, 강성우 선생님, (이)대성이 형, (최)준용이 형 등의 격려도 큰 힘이 됐죠. 라건아 형도 연락을 주셔서 “인생은 스프린트가 아니라 마라톤이다. 아직 젊고 충분히 할 수 있다”라고 말해주셨죠.

마지막으로 저를 응원해주시고 격려해주시는 팬 분들께도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안 됐다고 좌절할 거라 생각하는 분도 있을 텐데, 저는 바퀴벌레처럼 어떻게든 버티고, 좀비처럼 다시 살아 돌아올 거예요. ‘아, 끝났나’ 싶을 때도 돌아올 테니 걱정 마시고 지금처럼 같은 마음으로 서포트해 주시면 좋겠어요. 

부정적인 비난, 우려 섞인 평가도 많지만 저는 NBA라는 큰 무대에서 뛰는 것이 목표이고 그 시기가 조금 늦춰졌을 뿐이라 생각해요. 드래프트에 되더라도 성공한 게 아니잖아요. 오히려 드래프트 된 선수 중에서도 오래 못 버티는 선수도 있고 반면에 드래프트가 안 되었어도 큰 계약을 따내는 선수들이 있으니까요. 

재활 잘 이겨내고, 저만의 도전을 이어가겠습니다!

 

이현중 / 미 데이빗슨대 농구선수

 

자료출처 : 네이버 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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