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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중] 수술 후 귀국, 눈물 날 뻔했던 인천의 밤

--이현중 농구

by econo0706 2022. 9. 18.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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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08. 18

 

농구 팬 여러분, 안녕하세요! 농구선수 이현중입니다. 

정말 오랜만에 인사를 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소식을 전할 때만 해도 미국 캘리포니아였는데, 지금은 대한민국 서울입니다. 수술 후 7월에 귀국해 서울 양재동에서 재활하고 있어요. 오늘은 수술하면서 느낀 점, 그리고 재활을 비롯한 제 근황을 전할까 합니다. 

생애 첫 수술! 씩씩한 척은 했지만…

지금은 깁스를 풀고 목발 없이 다니고 있지만, 수술을 받고 여기까지 오기까지는 과정이 복잡했어요.

우선 수술 여부를 두고 리처드 퍼켈 선생님도 고민을 많이 하셨죠. 고심 끝에 수술을 받기로 했는데 NBA 드래프트 직후에 그 소식을 들어 많이 힘들었어요. 주변에서는 다들 ‘별거 아닌 수술이다’, ‘2시간이면 끝나는 수술이다’라고 말씀해 주셨고, 저도 덤덤한 척을 했지만 수술복을 갈아입으니 그때부터 심장이 벌렁벌렁 거리더라고요. 다행히 퍼켈 선생님, 간호사님이 침착하게 설명해 주셔서 마음을 가라앉힐 수 있었어요. 수술이 처음이라고 하니까 ‘아무 일도 없을 것이니 안심해라’, ‘100만 번도 더 한 수술이니 책임 있게 해줄 것이다’라고 안심시켜 주셨죠. 

그래도 막상 드라마에서 보던 수술실 풍경을 보니 마음이 복잡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더라고요. 수술대에 누우니 산소마스크를 끼고 숨을 크게 쉬어 보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숨을 쉬고 나서 눈을 떠보니 이미 수술이 끝나 있었어요. 다리에는 제 허벅지보다 큰 붕대가 감긴 채로요. 

마취가 풀리면 엄청나게 아플 거라며 진통제도 강한 걸 놔주셨는데, 겁나기도 하고 우울하기도 했어요. 겉으로는 ‘이거는 흔치 않은 경험이고, 더 강해질 수 있는 기회다’라고 말하면서 아무렇지도 않은 척 영상통화도 하고, 수술했던 친구한테 ‘별로 안 아픈데?’라며 쎈 척도 한 번 해보면서 첫 하루가 순탄하게 지나갔어요.

그런데 슬슬 통증이 몰려오더라고요. 마취가 풀린 뒤에는 진짜 진짜 힘들었죠. 아무것도 못 하고 2~3일 누워만 있었던 거 같아요.

그 와중에 정말 감사했던 게 어머니가 미국까지 와주시고, 누나는 한국에 더 일찍 들어갈 수 있는데 남아서 저를 도와주셨어요. 수술 후에 아침 점심 저녁 계속 챙겨주시고 양치부터 시작해 많은 부분을 돌봐주셔서 감사했죠. 빌 더피 에이전트께서도 우리 가족이 지낼 수 있는 좋은 집을 구해주셨고요. 그런데 집은 정말 좋은데 아무 일도 못 했어요. 진통제를 먹어도 통증이 가라앉지 않았거든요. 

누워있는 동안 많은 분들이 위로와 격려를 해주셨어요. 지금 무릎 부상에서 회복 중인 (양)준석이(연세대)가 계속 전화해 주어서 그 계기로 대화를 많이 나누었어요. 한국에서는 함께 재활 중인데 많이 가까워졌죠.

수술을 받고 나서 몸이 제일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다시 느꼈습니다. 솔직히 긍정적으로 생각하자고 계속 마음은 먹었지만 잠이 안 오더라고요. 정말 안 와요. 미국에 있지만 한국 시차로 살았던 거 같아요. 감정에 지쳐서 잠들고….

정신적 지주가 되어 주신 분들

재활은 한국에서 받기로 결정했어요. 처음에는 퍼켈 선생님과 제 뜻이 달랐어요. 선생님은 수술 받은 병원에서 계속 체크를 하면서 재활하길 원하셨지만, LA에 제 집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고 아는 분도 없어서 한국에 돌아가 강성우 박사님께 받는 것이 최선인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다행히 이 부분도 이승호 형과 한국에서 에이전시를 도와주시는 A2G의 유세영 대표님께서 도와주셔서 잘 풀렸어요. 의사 선생님이 기분 안 나쁘게 조율해 주시고, 추후 방향에 대해서도 BDA 스포츠와 대화를 나눠 풀어주셨죠. 세세한 부분까지도 빠르고 원만하게 해결해 주셨어요. 마치 제가 친동생, 친가족인 거처럼 말이죠. 두 분이 안 계셨다면 소통 자체도 답답했을 거 같아요. 

부상을 당했을 때 ‘이제 에이전트가 날 포기하면 어쩌지?’라는 걱정과 상실삼이 들기도 했어요. 그런데 두 분이 계속 빌 더피와 컨택하면서 힘과 믿음을 주셨죠. 만약 두 분이 없었다면? 과장한다면 우울증까지 걸렸을 지도 모르겠어요. 이 자리를 통해 다시 한번 감사드리고 싶어요.

사실 부상 이후 농구 영상을 잘 안 봤어요. 특히 NBA 서머리그 경기는 한 번도 보지 않았죠. 분하고 억울했거든요. 저 선수와 워크아웃 했을 때 내가 더 잘했는데, 막상 저 선수가 경기를 뛰는 걸 보니 속도 상하고, 만약 내가 안 다쳤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거든요. 이래저래 생각이 많았던 시기 같아요.

수술 후 목표로 향하는 길이 불확실해졌을 때 정신적으로 무너지기 쉽다는 것을 느꼈어요. 

그럴 때마다 멘탈을 잡아주신 분이 이승호 형이었어요. 또 강성우 박사님과 김효범 선생님도 ‘1보 후퇴일 뿐이다’라며 응원해 주셨죠. 재활 프로그램도 정해주셨어요. (최)준용이 형, (이)대성이 형도 마찬가지고요. 

이번에 또 하나 느낀 점이 있다면, 혼자 참는 게 강한 것은 아니라는 거였어요. 힘들 때는 힘들다고 표현하는 것이 좋다는 것 말이죠. 혼자 품지 말고, 풀 때 풀고 속상하다고 털어놓을 수 있는 친구들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됐습니다. DB에서 뛰고 있는 (이)준희나 규현, 규만 등 주변의 친구들이 있어서 참 다행이었어요.

주변에서 정말 잘 해주시다 보니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라도 열심히 하게 되는 것 같아요. 긍정적인 에너지가 된 거죠. 이제는 정말 안 되더라도 후회 없이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다시 독하게 해보겠습니다!

눈물 날 뻔했던 인천의 밤

그러고 보니 귀국하던 날도 생각나네요. 인천국제공항에는 새벽 5시에 도착했어요. 

심규현, 문도빈이라는 친구가 마중을 나와 있더라고요. 집으로 바로 가야 하니 나오지 말라고 했는데도 공항까지 와준 것 보고 울컥했죠. 아, 친구 참 잘 사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죠. 

아버지도 오랜만에 뵈었어요. 아버지는 카리스마 있는 분이세요. 무뚝뚝하지만, 또 전화하면 반가워 해주시고 그러죠. 공항에서는 도착하자마자 웃으며 반기시더라고요. 앞으로 몸 잘 만들면 되니까, 주변에 좋은 사람이 많으니까 걱정하지 말라고요. 다시 열심히 하는 것도 그 분들에게 보답하는 거라고 말씀해 주시니 눈물이 날 뻔했죠.

깁스를 한 상태라 양평 언덕길을 가지 못해서 수원집에서 지냈어요.

이발을 하고 어른들도 뵙고 바쁘게 다녔어요. 좀 일부러 바쁘게 다닌 것도 있어요.

가만있으면 미칠 것 같았거든요. 차도 없고, 친구도 없이 두 달을 지내다 보니, 게다가 농구도 못했다 보니 삶의 낙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한국에 온 김에 바쁘게 살았죠. 마침 왼발을 다친 거라 오른발로 운전도 가능했거든요. 친구들도 만나고, 재활하고 그러면서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을 안 만들려고 했어요.

 

▲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간 이현중 선수 / 출처=본인

 

귀국하자마자 그 주 일요일에 오랜만에 슛을 던져봤어요.

강성우 박사님께서 픽업 게임에 가신다며 구경하러 오라고 하셨죠. 가서 깁스한 상태라 한 발로 슛을 던져봤는데 에어볼이 나오더라고요. 가까이서 던졌는데도 에어볼이 나왔죠. 하하.

그 뒤로는 삼일상고에서 친구들과 연습을 좀 했어요. 이승호 형이 NBA 공인구를 구해주셨고, 이주한 트레이너께서는 앉아서 하는 드리블링 훈련 방법을 알려주셨어요. 그래서 연습을 시작했죠. 규현이 같은 친구들이 리바운드도 잡아주고, 패스도 해 준 덕분에 그 더운 삼일상고 체육관에서도 웃으면서 할 수 있었어요. 앉아서 던지다 보니 비거리도 늘어난 것 같고, 어느 순간 하체를 안 쓰고도 잘 날아가더라고요. 

내가 돼지라고?

요즘 서울 양재동에서 강성우 박사님의 가이드 아래 재활을 하고 있어요. 이제는 걷고 있고, 상체 웨이트도 시작했어요. 거처도 서울로 옮겼어요. 운전하기 힘들까봐 임시로 지낼 집을 구해주셨죠. 

한국에 지내서 정말 좋은 거 같아요. 우울할 때마다 장난칠 친구도 있고, 함께 떠들 수 있어 좋아요. 재활 훈련에서는 준용이 형도 한 번씩 진지하게 이야기해 주시고, 때로는 장난도 치면서 기분을 풀어주세요. 정말이지 더운 것만 빼면 다 좋습니다. 하하.

재밌는 에피소드도 있었어요. 운동을 쉬다 보니 체중이 부쩍 늘었어요.

준용이 형이 저를 “돼지야”라고 부르더라고요. 

그런데 제가 그동안 말랐다는 말만 듣다가 돼지라고 불리니까 기분이 이상했어요. 기분이 나쁘기보다는 ‘아, 나도 살이 찔 수는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죠. 하지만 아마도 다시 뛰기 시작하면 바로 빠질 거 같아요. 잘 안 찌는 체질이라. 그래도 혹시 모르니 방심하지 않으려고 식단도 조절하면서 지내고 있어요.

제가 인스타그램에 체중 사진을 올리니까 고려대 문정현 선수가 ‘형, 나랑 체중이 똑같네’라고 하더라고요. 제가 매일 돼지라고 놀렸던 친구인데, 그때는 슬쩍 위기감이 느껴지더라고요. 하하. 

 

▲ 걱정마세요. 운동하면 다시 빠집니다. / 출처=본인

 

저만의 시간을 가져보고 싶어요

주변의 도움 속에서 지내다 보니 하나 새로운 목표를 갖게 됐어요.

도움을 줄 수 있는 분들께 베풀어야 겠다고요. 해외로 나오는 친구들이 있다면 도와주고 싶어요. 베푸는 것이 얼마나 따뜻한지 깨닫게 됐어요.

농구선수로 잘 되는 것도 꿈이지만, 훗날에는 재단을 설립해서 어려운 환경에 있는 분들도 돕고 싶고, 저처럼 해외에 도전하는 후배들도 돕고 싶어요. 이번에 국가대표팀 형들도 대성이 형 주도로 좋은 시간을 가졌는데,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어요. 덕분에 저도 그런 꿈을 갖게 됐죠.

아마도 많은 분들이 당장의 계획도 궁금해하실 거 같아요.

옵션은 많지만, 지금은 두 가지 플랜이 있어요. 첫 번째는 G리그 도전이에요. G리그와 계약한 뒤 NBA와 10일 계약 등을 노리는 거예요. 두 번째는 호주 리그입니다. 호주 리그 친구들이 연락이 오더라고요. 옆에 있으면 좋을 거 같다고요.

못 마친 학교 수업을 들을까도 생각했지만, 집중이 안될 거 같아요. 지금은 오로지 재활, 웨이트 트레이닝, 슈팅 위주로 생각하고 있어요.

타임라인도 생각하고 있어요. 최근에 세종스포츠정형외과 김진수 원장님 진료를 봤는데, 퍼켈 선생님과 X-레이를 주고받으면서 타임라인을 만들고 있죠. 10월 1일까지는 일단 상체 웨이트 훈련을 하고 핀을 빼려고 해요.

그래서 요즘 월화수목금 매일 같이 오전에 가서 재활을 하고 있죠. 오후에는 슈팅을 하고요. 

상체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면서 느낀 점이 있어요. 제가 상체 프레임이 생각보다 얇더라고요. 또 어떻게 보면 제가 발을 잘못 사용해서 다친 것이기 때문에 강성우 박사님과 걷는 것부터 다시 연습하고 있어요. 무리하면서 재발하는 것이 최악이기 때문에 걷는 것부터 풀 컨택이 가능한 날까지 천천히 해보려고요. 가장 다행인 점은 이 부상이 운동능력 감소를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안심이에요. 100% 회복해서 100% 할 수 있다고 해서, 저도 불안해하지 않고 열심히 하려고 합니다.

동시에 산책도 하면서 저만의 시간도 가져보려고 해요. 엄마와의 시간도 더 갖고요. 사실, 해외에 가기 전에는 엄마랑 부딪쳤던 적도 많았어요. 하지만 이번에 한국에서 지내면서 양평의 브런치 카페에 같이 갔는데 너무 좋아하시는 거예요. 사소한 거에 즐거워하시는 것을 보고 자주 같이 가고 시간을 보내야겠다고 생각이 들었어요. 

▲ 어머님(성정아 전 선수)과의 오붓한 하루 / 출처=본인

다시 몸이 완성되는 날까지 열심히 하고, 또 종종 소식을 전하겠습니다.

드래프트에서 떨어졌다고 해서 실패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걱정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씩씩하게 잘 해내겠습니다! 다들 무더위에 건강 조심하시고, 많이 응원해주세요! 

PS. 맥킬롭 감독님 감사합니다

지난 6월 18일이었죠. 데이빗슨 대학 농구팀 인스타그램을 보다가 맥킬롭 감독님이 은퇴하신다는 소식을 처음 알게 됐어요. 처음에는 제가 잘못 본 건가 싶었어요. “THANK YOU COACH”라는 문구가 있어서 이번 시즌 감사했다는 의미인가도 생각했죠. 그런데 은퇴 발표더라고요. 매니저 친구들과도 연락했는데 본인들도 몰랐다고 하더라고요. 오전까지 훈련도 평상시처럼 했는데 그날 오후 2시에 발표가 됐어요.

바로 감독님께 연락드렸죠. 훌륭한 커리어와 함께 은퇴하신 거 축하드린다고, 농구선수이자 좋은 사람을 만들어줘서 감사드린다고요. 감독님께서 이제는 화내지 말고 즐기셨으면 좋겠다는 말도 전했어요. 하하. 

감독님께서도 ‘너는 내 아들만큼 소중한 사람이었다’고 답변이 왔어요. 필요한 거 있으면 언제든 말하라고요. 많이 찡했죠. 영원히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이현중 / 미 데이빗슨대 농구선수

 

자료출처 : 네이버 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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