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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근우] 태극마크! 의미 말고 효과는 무엇일까?

--정근우 야구

by econo0706 2022. 9. 19.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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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07. 12

 

프로야구는 국가대항전의 긍정적인 영향을 많이 받았던 종목이다. 지난 번에도 얘기했던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이후, '베이징 세대'라는 말이 붙을 정도였다. 그 이후 야구의 인기는 수직상승했다. 그 모든 것이 금메달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기폭제 역할은 충분히 했을 것으로 생각한다.

한국야구가 '국제 경쟁력'을 보이자, 팬들의 시선도 달라졌다. 메이저리그와 같이 두 말 할 나위 없는 '최고'는 아니더라도, KBO리그 경기의 수준이 높은 쪽에 속해있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고 본다. 그 이후로도 야구는 국제 대회에서 한 동안 좋은 성적을 보여왔다. WBC에 총 4번 출전했다. 그 중 최고 성적은 2009년 2위. 그러나 과거의 영광을 뒤로하고 지난 해 열렸던 도쿄올림픽은 실망한 분들이 많았다. 아쉬움이 많이 남았던 대회였다. 베이징 올림픽이 한국야구 인기의 기폭제가 됐듯이, 올림픽 금메달을 딴 일본은 분위기가 좋게 갈거다. 그래서 이번에는 우리가 그 흐름을 뺏어올 수 있으면 좋겠다.

▲ 펫코파크의 태극기는 모두 기억하시지 않을까? / 사진=게티이미지

 

지난 주 WBC가 6년 만에 열린다는 기사가 나왔다. 2023년 3월8일 시작하는 WBC는 14년 만에 1라운드부터 한국과 일본이 맞대결을 펼치게 됐다. 국제대회가 늘 그렇지만, 지금은 다들 '그런가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관심이 높아지게 되는데,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어제는 감독과 코칭스태프를 정할 기술위원회가 구성됐다는 소식도 들려왔다. 아직 정규시즌 중 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꾸 내년을 기다리게 만드는 것은, '국가대항전'이 주는 흥미로움이다.

 

에디터 분들과 얘기를 나누다가 재미있는 얘기를 하나 들었다.

 

드래프트를 앞두고 있는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 지명도 지명이지만, 청소년야구국가대표에 뽑히고 싶다는 열정을 보인다는 얘기였다. 나의 고3 시절은 너무 한 참 전이라, 지금과 직접 비교는 어려울 수 있겠지만, 바람직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고교야구의 마지막,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다는 생각은 좋은 일이다. 더불어 앞선 글에도 썼지만, 그 나이대 최고들이 모인 팀이다. 단순히 추억 때문이 아니라, 얻는 것이 더 많을 수 있다.

 

최근 들어 국가대표 보다 개인의 선택이 더 존중받을때도 있는 모양이지만, 부상이 아니라면, 거부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솔직한 생각이다. 그리고 조금 더 솔직하게 말하면, 부상을 당해도 가고 싶다. 지금도 그렇게 생각한다. 국가대표팀에, 그리고 동료들에게 폐를 끼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다른 선수가 가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는거지, 이기적인 마음이라면, 덕아웃에 앉아만 있어도 가고 싶었다.

 ▲ 시드니올림픽 동메달의 기쁨. 지금 돌아보면, 모두가 레전드급 선수들! / 사진=게티이미지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는 보통 태극마크 의미에 대해서만 얘기한다. 국가를 대표하고, 영광스럽고, 그런 것만을 말한다. 그러다보니 희생이라고 생각하게 되고, 그 희생이 더 보호받아야 할 것이라는 생각도 하게 되는 것 같다.

그러나 국가대표의 효과는 희생에만 있지 않다. 태극마크를 가슴에 달 수 있다는 것은, 영광을 떠나 야구선수로서 큰 기회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야구를 잘 한다는 선수들로 한 팀을 만들고,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린다. 그 안에서 수 많은 대화가 오고간다. 순간순간 오가는 말 한 마디가 깨달음을 가져다 줄 수도 있다. 소속팀에서도 그렇게 할 수 있다. 그러나 최고의 선수들로 한 팀을 만들고, 하나의 목표에 모두가 올인하게 만들기는 어렵다. 국가대항전은 그 모든 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최적의 환경이다.

야구는 '멘탈 스포츠'다.

머리도 많이 써야하지만, 결국 스포츠다. 몸을 써야하고, 그렇게 쓴 몸의 결과에 대해서 보답을 받는다. 백마디 말도 중요하지만, '최고'라고 말 할 수 있는 선수들의 동작 하나하나가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값진 교보재다.

과거 드래곤볼이라는 만화가 있었다. 드래곤볼에서는 수련을 하기 위한 장소인 '정신과 시간의 방'이라는 곳이 나온다. 그 곳은 중력이 지구의 10배, 공기도 4분의1, 일교차도 거의 100도 가까이 난다. 게다가 바깥에서의 1분이 이 방에서는 6시간이다. 수련을 하기에는 최적의 장소라는 설정이다.

▲ 이 많은 사람들이 모두 한 가지 생각으로 팀안에 있다 / 사진=게티이미지

 

대표팀도 그렇다고 생각한다.

국가를 대표한다는 부담, 최고의 선수들 사이에서 내 몫을 해야한다는 부담, 짧은 대회기간, 한 경기에 패하면, 만일 그것이 일본전이라면? 이라는 상상을 초월하는 부담속에서 경기를 치른다. 그렇게 하루, 또 이틀, 한 경기, 두 경기 하다보면, 어느 순간 능력치가 크게 상승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선수? 명예? 그런 것들은 능력치 성장에 비하면 작은 선물이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큰 사람, 큰 선수가 될 수 있다.

위에도 말했지만, 야구선수는 행위의 결과로 돈을 받는다. 내 능력치가 올라갔다면, 나머지는 다 따라오는거다. 자신을 성장시킬 수 있는, 그런 엄청난 기회는, 무조건 잡아야 하는거다. 명예에 대한 얘기도 중요하지만, 언젠가 한 번은 국가대표가 선수에게도 정말 유익한 곳이라는 얘기를 하고 싶었다. 단순한 희생 그 이상의 것이 있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그 어떤 종목이건 내 능력치를 올리는 가장 좋은 곳이 대표팀이다.

 

정근우 / 전 프로야구 선수, 현 최강야구 멤버

 

자료출처 : 네이버 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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