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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근우] 1루 수비, 수비 그 이상의 어려움

--정근우 야구

by econo0706 2022. 9. 18.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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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05. 31

 

지난 글에서는 멀티 포지션에 대한 얘기를 했다. 해당하는 팀도 있을 것이고, 그렇지 않은 팀도 있을 수 있다. 글을 적으면서 생각이 꼬리를 물게 되는데, 그 때 생각했던 것이 1루 수비의 중요성이다.

숫자와 데이터는 정말 잘 하시는 분들이 말씀해 주고 계시다고 생각한다. 선수 출신이 해드릴 수 있는 얘기는 선수들의 감정적인 부분들이 실제로 어떤 형태로 플레이에 뭍어나오게 되는지에 대해서다. 그래서 1루 수비만큼 전체 내야, 그리고 팀에 미치는 영향이 큰 포지션은 없다고 생각하기에 이 주제를 정했다.

▲ 홈런타자 이승엽 전 선수는 홈런도 대단했지만, 1루 수비도 탄탄했다. / 사진=삼성라이온즈 제공

 

전문 1루수의 부재가 일으킨 소용돌이

1루수는 쉽게 생각되어지는 자리다. 주로 타격이 강한데 자리가 애매 할 경우 1루를 본다. 그러나 1루는 그렇게 호락호락한 자리가 아니다. 포수 다음으로 많은 공을 받아야 하고, 판단도 해야한다. 그 판단에 따라 승패가 갈리는 경우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루수의 수비는 크게 부각되기 어렵다. 잡기만 하면 되는 자리라고 생각되어지기 때문이다.

1루수의 수비가 부족 할 경우, 2루와 3루, 그리고 유격수의 불안감은 커진다. 특히나 경험치가 많지 않을경우, 그 불안의 강도는 더욱 세진다. 정확히 던져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잡아야 하는 타구를 잡아주지 못했을때, 수비수들은 더 정확하게 던져야 한다는 강박에 빠지게 된다. 더 정확하게, 더 완벽하게, 그런 생각들은 이 글을 읽으시는 많은 분들이 아시다시피, 수비수의 몸을 굳게 한다. 실책의 확률은 더욱 커지게 되는 것이다.

▲ SK 와이번스 시절, 내야수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줬던 박정권 전 선수 / 사진=SK 와이번스 제공

 

그렇게 수비에 대한 부담이 점점 커진다면?

자연히 공격력도 약해진다. 그래서 수비가 기본일 수 밖에 없는 이유는, 공격을 더 잘하기 위해서라는 예상외의 답이 나오기도 한다. SK 와이번스 시절 박정권 선수가 1루를 볼 때, 안정적이라고 생각했다. 어렵게 잡고, 어떻게던 1루 방향으로 던지면, 걷어내 줄거라는 믿음. 야수들이 그 믿음을 갖게 되면 움직이면 좋아진다. 잡는데만 신경을 쓰면 되기 때문이다.

 

어렵게 잡아내서, 이건 분명히 잡았다 싶은 상황에서 터무니 없이 공을 빠뜨리거나, 1루 베이스를 밟지 않고 있다거나 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내야수들은 포구가 아닌 송구에 신경을 쓸 수 밖에 없다. 위에 언급한 '더 정확하게, 더 완벽하게' 같은 생각으로 빠져든다. 우리는 가끔 중계를 보다가, 어렵게 잡을 뻔 했는데, 송구를 너무 일찍 생각하다가, 공을 흘리거나 하는 장면을 본 적이 있다. 과도한 신경은, 그런 실수들이 많이 생길 수 밖에 없게 한다는거다.

▲ 좋은 수비 능력을 보여주는 김혜성 선수. 공을 잡기전에는 포구에만 신경써야 한다. 1루수의 존재는 그만큼 중요하다. / 사진=키움 히어로즈 제공

 

올 시즌 KBO리그를 보면, 전문 1루수의 부재가 생긴 팀들의 실책이 많다. 그게 포구냐, 송구냐의 구분도 중요하지만, 더욱 고민해 봐야 하는 지점은, 따로 나누어서 생각하기엔 연관성이 깊다는 것이다. 1루수의 수비가 전체 내야를 흔들어버리게 된다.

 

야구라는 직업의 세계

 

선수들은, 특히 내야수들은 언제나 시즌 시작하기 전에 스스로 생각이나 다짐을 한다. 선수 시절 말하지 않는 다짐 중 하나는 '실책은 한 자릿 수 이내'라는 것이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그게 결국 선수 고과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안타를 치는 것도, 홈런을 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수비 실책은 그런 좋은 결과들을 의미없게 만들어 버리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특히 내야수들은 실책에 민감하다.

 

그런데 실책이 나왔다. 기록되어지는 것은 달라도, 잡을 수 있었는지, 잡을 수 없었는지 선수들 끼리는 안다. 굳이 말하거나 티를 내지는 않지만, 그런 일이 반복되면, 던지는 내야수들은 표정이 굳게 되고, 못 받은 1루수는 미안한 마음이 생기게 된다. 서로 사람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한 팀 이기에, 실수는 덮고 격려해준다. 그러나 계속 되면, 팀 분위기가 가라 앉게 된다. 걷잡을 수 없게 되기도 한다.

 

그렇게 되는 이유는 쉽다. 수비 연습은 단 시간에 늘 수 없고, 홈과 원정을 계속 오가는 상황에서 연습을 할 기회도 많이 없기 때문이다. 수비시 선수가 자신감이 없을때 '나한테만 오지마라'라고 생각한다고 이전 글에 적었었다. 그런데 1루의 문제는, 그런 생각속으로 숨을 수도 없다. 내야 땅볼이 나오면, 분명 공은 나한테 올 수 밖에 없어서다.

 

특히 외야에서 내야로, 1루로 오는 경우는 적응하기가 정말 쉽지 않다. 타구 속도 적응도 어렵고, 타구에 따라 서 있어야 하는 각도도 다르다. 지난 시즌 메이저리그에서 최지만 선수의 1루 수비가 화제가 됐다. 좋은 수비를 보였던 최지만 선수가 송구를 막아내는데 그쳤었기 때문이다. 그 플레이에 대한 해석이 더 재미있다. 짧은 타구에 내야수가 전진 수비를 하면서, 오른손 잡이인 최지만 선수가 잡기 어려운 각도가 됐다는거다. 그래서 공을 빠뜨리지 않고, 잡아내는 것이 최선이었다는 것이다.

 

내야는 특히 순간적으로 벌어지는 일이 많다. 그 상황에 맞게 움직여야 한다. 3루로 공이 가건, 유격수로 가건, 또는 2루수로 가건, 1루수는 그 모든 상황에 맞게 각도를 조절하고 공을 잡아내야만 한다. 이 공을 잡을 것인지, 막을 것인지도 생각해야 한다. 더불어 번트 타구에 대한 대비, 견제에 대한 움직이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이만큼 복잡도가 높은 자리를 타격이 강하면 맡긴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 흙범벅이 되도록 연습을 해야만 하는 이유는, 내가 강해져야 팀도, 동료들도 함께 강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이제 방법은 하나다.

 

위에 언급했지만, 시즌 중에는 생각보다 연습을 할 시간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야만 한다. 코치분들에게 양해를 구해서라도 부족한 부분을 채워야 한다. 그러나 그러기 위해서는 포지션 고정이 먼저다. 1루를 잠시 거쳐갈 곳이라고 생각하는데, 그 포지션을 연습할 선수는 없다. 선수가 연습을 해야만 하는 상황을 만들어줘야 한다. 그래서 그 연습이 좋은 결과로 나올 수 있게 기회를 줘야 한다. 지금처럼 '내 포지션은 1루가 아닌데' 같은 생각을 하게 만들고, 좋은 수비를 하라고 하는 것은, 요행을 바라는거다.

 

야구는 요행이 아닌 확률이라고 했다. 이기려면, 그 확률을 높이려면, 수비 강화가 첫 번째가 되어야 한다.

 

정근우 / 전 프로야구 선수, 현 최강야구 멤버

 

자료출처 : 네이버 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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