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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근우] 주장과 베테랑이 가져야 할 자세

--정근우 야구

by econo0706 2022. 9. 19.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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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06. 28

 

어느 팀이건 한 시즌을 치루다 보면 별의별 일을 다 겪는다. 그럴 때마다 성적은 요동치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도 함께 흔들린다. 특히 팀이 어려울때는 리더나 주장의 역할에 대해서 더 많은 요구를 하게 되기도 하는 것 같다. 인터넷을 검색해서 '리더'나 '주장' 혹은 '베테랑'이라는 단어를 찾아보면 다양한 의견들이 존재한다. 이미 쓰여진 책도 많다. 그것만 봐도 다들 원하고 있지만, 제대로 하고 있는 사람은 드물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우연치 않게 선수 생활을 하면서 '주장'의 역할을 여러차례 하게 됐었다. 지금도 스스로 정말 잘 했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의견이 많다는 것은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 보고 있다는 것이고, 그렇다는 것은 사람에 따라 평가하는 기준은 다를 것이기 때문이다. 회사에서 '나는 팀장 역할을 잘 하고 있어'라고 생각할 수는 있지만, 팀원들의 생각은 다 다를테니 말이다.

​주장은 '문'의 역할이다

은퇴 후에서야 느끼게 됐지만, 주장이나 베테랑은 '문'의 역할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 문은 창문이라고 느껴도 좋을 것 같다. 우리는 흔히 '사람사는 곳은 다 똑같다'라는 말을 한다. 전혀 다른 것 같지만, 다를 것 같지만, 함께 얘기하다 보면 비슷한 점을 쉽게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네이버스토리텔러를 함께 얘기하는 에디터분들과도 지금 쓰고 있는 주제인 '리더와 베테랑'에 대한 의견을 나누면서, 서로 '비슷하네요'라는 말을 몇 번이나 했는지 모른다. 살아온 궤적은 달라도 결국 사람들과 부대끼면서 살아가다보면 비슷한 문제를 겪고 비슷한 해결 방법을 찾아내기 때문일거다.

어떤 조직이건 사람이 많아지다보면 서로 친한 사람이 생기기 마련이다. 잘 맞는 사람이라는 표현이 더 적당할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되면, 서로 잘 맞는 사람들끼리 그룹을 이루게 되고 그 그룹끼리 사이가 좋을때도 있겠지만, 나빠질때도 생기게 된다. 주로 팀의 성적이 안좋을때 이런 일이 더 많아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일거다.

그런 일이 생기게 되면, 개인이나, 그룹이나 문을 닫아건다. 서로 얘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럴때 문을 열어 이름을 불러주고, 함께 밥을 먹자고 하는 것이 주장이나 베테랑이 해야 할 역할이다.

코칭스태프와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선수 생활을 했던 선배님들이라고 해도 시간이 흐르면 선수에 대한 이해 보다는 코치나 감독 등 맡은 자리에 더 충실 할 수 밖에 없다. 다 해왔던 일이라고, 서로 다 안다고 느꼈을때 문제는 항상 생긴다. 반면 선수들은 '우리 일을 다 알면서...'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서로를 알거나, 혹은 모르거나, 오해는 늘 그렇게 생긴다. 그래서 사람 사이의 관계는 비슷하다고 느끼게 되는 것 같다.

그럴때도 그 분위기가 그 상황이 '오해'라는 것을 서로에게 알려줄 필요가 있다. 그 역할을 하는 것도, 해야만 하는 것도 주장이 할 일이다.

​성적이 나빠도 주장의 역할은 같다

우리는 흔히 '주장은 성적이 좋아야 해'라는 말을 한다. 틀리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맞다고도 할 수 없다. 야구팬들은 너무 잘 아시지만, 성적은 좋을때도 나쁠때도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성적이 좋을때는 주장의 역할을 하고, 그렇지 않으면 태만히 한다? 그런 일은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된다.

성적이 안좋은데 주장이나 베테랑의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은 괴롭다. 동료들 보기에도 민망하다. 더군다나 '직업야구선수'가 성적이 안좋으면, 내년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주장이나 베테랑은 그 역할을 해야 한다. 성적과 관계없이, 주장은 닫혀있는 문을 열고, 환기를 시켜주고, 함께 하자고 불러낼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 주장과 베테랑은 팀을 냉정과 열정 사이에서 잘 조율해야만 한다. 사진은 벤치클리어링을 묵묵히 참아낸 후. /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가끔 '나는 그런 성격이 아니어서...' 라는 생각을 하는 분들도 있을 수 있다. 그렇지만, 성격을 바꾸라는 것이 아니다. 그 역할을 해달라는거다. 각자의 성격에 맞는 형태로 자신의 역할을 해내는거다. 누군가는 농담도 자주하면서 살갑게 다가선다면, 또 누군가는 말을 별로 없지만, 행동으로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리더는 기성복에 몸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맞춤 옷 처럼 스스로 원하는 방식으로 헤쳐나가야 한다.

 

게다가 팀이 좋은 성적을 내면, 시즌을 망친 것이 아닌 '절반의 성공'으로 생각하는 것이 정신건강에 이롭다. 자신의 성적이 나빴음에도, 제 역할을 충실히 한 주장이나 베테랑에게 동료들은 신뢰라는 큰 선물을 준다. 세상 그 어떤일도 마찬가지지만, 오늘 하루, 혹은 올해만 하고 그만둘게 아니라면 지금 최선을 다해야 한다.

 

질책은 안 보이는 곳에서

야구는 확률의 스포츠라고 한다. 잘 되는 일 보다, 안 되는 일이 더 많다. 그 안에서 많은 실수도 나온다. 그럴때 선배가 후배를 불러 얘기를 한다. 그런 모습이 TV에 잡힌다. 팬분들은 '역시 좋은 리더야'라고 생각하실 수 있다. 그러나 가급적 질책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해야한다. 베테랑들은 보통 '얘기'한 것 뿐, 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어린 선수들은 가뜩이나 주눅들어 있는 상황에서 대선배의 말은 그런 의도가 없더라도 '질책'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그런 일들은 결국 어린 선수들의 몸을 더 굳게 만든다.

야구는 잘 잊어야 하는 스포츠다. 안좋은 것은 더 그렇다. 그런데 실수도 잊기 어려운데, 그 실수를 한 후 TV에까지 나온 자신의 혼나는 모습을 보게 된다면, 그 모습을 본 지인들과 연락을 하게 된다면, 앞으로 좋은 결과를 내기가 어려워 질 수 있다.

그래서 수 많은 선배님들이 그러셨다. 칭찬은 사람 많은 곳에서, 질책은 따로 불러서 얘기하라고.

상상의 시간! 눈을 감고 떠올려 보자

주장이나 베테랑의 존재를 전력적인 측면에서 볼 수도 있다. 이 글을 봐주시는 팬 분들은 지금 한 번 곰곰히 생각해 봐주시면 좋을 것 같다. 1위 팀 부터 10위까지 주장이나 클럽하우스의 리더가 누구인지 떠올려 봤을때 떠오르는 팀과 그렇지 않은 팀으로 나눠진다. 그리고 그 팀들의 성적을 올 해 만이 아니라 몇 년 간을 대입시켜 본다면, 누군지 명확히 떠오르는 팀들이 오히려 성적이 나쁘거나, 좋았다가도 부침이 심하다는 것을 느끼실 수 있을 것 같다. 그렇게 되는 이유는 그런 팀들은 그 리더의 기분에 따라 분위기가 휩쓸릴 수 있기 때문이다.

 

▲ 올 시즌 정말 어려운 시즌을 보낸 김헌곤 선수. 주장은 이런 상황에서 몇 배는 더 어렵다. 그 마음 오죽했을까. /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그래서 동료의 존재가 중요해진다. 사람인 이상, 늘 기분이 좋을 수 없다. 실수도 한다. 그런 때 얘기해 줄 수 있는 동료의 존재는 상상이상으로 중요하다. 위에서 주장을 닫힌 문을 열고 다가서야만 하는 존재라고 얘기했다. 반대로 주장이나 베테랑은 누구나 다가 설 수 있게 곁을 내주기도 해야 한다. 팀의 일에 의견을 내고, 적극성을 끌어내는 것 또한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카리스마'라는 단어로 대표되는 주장이나 베테랑에게는 쉽게 다가서지 못한다. 잘 될 때는 상징성으로 팀이 돌아간다고 느껴지지만, 잘 안될때는 방법이 없다. 그래서 경기를 할 때도, 명확하게 '리더'가 드러나는 팀은 상대에게 약점을 드러내놓고 경기를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 선수만 공략하면, 그 선수만 안풀리게 하면 분위기를 유리하게 끌고 올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명의 특출난 사람의 존재보다, 여럿이 함께 힘을 모은 팀이, 어려움을 헤쳐나가기 수월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지금 이 칼럼을 쓰는 이유에 대해서 많은 분들이 아실 것 같다. 지난 해 부터 지금까지 주장이나 베테랑의 역할이 중요한 순간들이 있었다. 아쉽게도 그 순간을 잘 보내지 못했고, 그런 순간에 잘못된 대응을 한 일들도 많았다. 선수 시절, 운좋게 '주장'을 여러차례 해왔다. 글 초입에도 썼지만, 잘 해왔는지는 모르겠다. 보는 입장에 따라 평가는 달라질테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이 글을 쓰고 싶었던 이유는, '함께'라는 단어를 모두가 잊고 있는 것 같아서다.

내 팀이 아닌 우리팀이고, 내가 리드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리드하는 거다. 내 성적도 중요하지만, 우리 성적이 더 중요하다는 걸 주장과 베테랑은 잊어서는 안된다. 시대가 바뀌고 역할은 달라져도, 함께 해나가야 한다는 것은 변함이 없을테니 말이다.

정근우 / 전 프로야구 선수, 현 최강야구 멤버

 

자료출처 " 네이버 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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