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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근우] 그들은 왜 도전하는가(독립야구단의 현실)

--정근우 야구

by econo0706 2022. 9. 18.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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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06. 14

 

야구 예능이 많아졌다. 반가운 일이다. 물론 아직은 작은 파도와 같다. 언젠가 이 파도가 멈추고 또 다른 파도가 밀려올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지금은 이 파도를 타고 운좋게 두 개의 야구 예능을 함께 한다. 모두 소중한 프로그램이지만, '청춘야구'에 참여하면서 느낀점을 적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는 분이 그랬다. 가끔은 예술보다 체육이 더 잔인하게 느껴질때가 있다고. 그 분의 얘기는 이렇다. 예술은 사람들의 취향이라는 것이 존재하기라도 하는데, 체육은 반드시 '결과'가 필요하다고. '저 선수의 스윙이 너무 아름답다', '투구폼이 이상적이다'라고 해봤자,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는, 결과 중심주의 일 수 밖에 없기에, 체육이 더 냉정하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고 했다.

일정부분 동의한다.

세상 어느 것 하나 어렵지 않은 것이 없겠지만, 체육, 특히 야구처럼 매일의 결과물을 대중앞에 내놔야 하는 일은 더 어렵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KBS 야구예능 '청춘야구단 야구 미생들의 이야기를 다룬 '청춘야구단 : 아직은 낫아웃'이 7일 오후 10시 25분에 KBS 1TV에서 첫 방송된다. / ⓒ김현희 기자 MHN스포츠(https://www.mhnse.com)

 

그들은 왜 여기에 왔을까?

구성원은 다양하다. 1군 무대에서 활약하던 선수도 있고, 2군에만 있었던 선수도, 프로에 가보지 못한 선수들도 있다. 그럼 그들은 왜 여기에 있을까?

후회가 남아서다.

우리는 퓨처스에서 실력을 키워 KBO리그 무대를 밟는다고 생각한다. 큰 틀에서 보면 맞는 말이다. 우리가 조금 더 알아야 할 것은, 퓨처스에서 선수들은 모두 공평하게 기회를 받는가를 고민해 봐야한다.

결과부터 말하지면, 절대 공평할 수 없다. 왜? 경쟁체제이기 때문이다. 퓨처스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은 크게 3가지로 나뉘어진다. KBO 붙박이 선수인데 컨디션 난조나 부상으로 잠시 내려와 있는 선수들이 있고, 그 선수들이 빠지면 자리를 채워야 하는 1.5군급 선수들이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팀에서 기대를 거는 유망주 선수들도 있다. 이 세 개의 그룹의 선수들이 뛰기에도 퓨처스리그에는 차고 넘친다.

팀은 당장의 성적을 위해서라도 위에 언급한 세 개 그룹의 선수들에게 먼저 기회를 줄 수 밖에 없다. 저 안에 끼지 못한다면, KBO리그는 고사하고, 퓨처스리그에서 뛰는 것도 쉽지 않다. 결국 시간이 많이 필요한 원석과도 같은 선수들이나, 조금씩 나이를 먹어가서 20대 중 후반이 되는 선수들은 경기에 대한 갈증을 느낄 수 밖에 없다.

그렇게 절대적인 시간과 매년 들어오는 신인에게 떠밀린 선수들은 다시 야구를, 독립야구단을 택할 수 밖에 없다. 제대로 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뛰어보고, 부딪쳐보고, 안된다는 것을 안다면, 새로운 길을 갈 수 있겠지만, 기회도 없었다. 제대로 해보지 못했기에 그들은 다시 야구를 한다.


▲ 이 사진 쓰고 싶지 않았는데... /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독립야구(청춘야구)는 끝을 위한 곳

독립야구단은 그래서 '끝을 위한 곳'이라는 생각을 했다. 선수들은 마지막에 몰려있다. 방송 때문이 아니라, 비슷한 상황의 선수들은 모두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거다. '꿈을 향한 도전'은 아름다운 단어지만, 선수들은 아름다움을 느낄 겨를이 없다.

끝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간 해온 야구의 종착역. 또 누군가는 무덤이라고도 했다. 종착역은 결국 이어진 길의 끝이다. 무덤도 같은 의미다. 지금까지의 자신을 묻고 가겠다는, 선수들의 푸념섞인 슬픈 농담이다. 그러나 끝을 내면 새로운 출발선이 그어진다. 종착역은 이어진 길의 끝이지만, 전혀 다른 새로운 길을 찾는 시작점이고, 지금까지의 자신을 잊으면, 새 삶으로 나아갈 수 있다. 모두가 그런 각오로 야구를 한다.

설혹 프로를 간다고 해도, 그건 끝이 아닌 시작이다. 프로를 들어가는 것이 목표일 수 없기 때문이다. 그건 과정에 불과하다. 프로에 가건, 야구를 그만두건, 독립야구단은 끝이자 시작을 함께 볼 수 있는 곳이다. 그래서 갖고 있는 모든 것을 토해내라고 말한다. 여기가 끝이라면,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러라고 말한다. 야구라는 미련을 털어내라고.

▲ 반드시 이렇게 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이런 연습이 필요할 때도 있다. /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제대로 끝을 내기 위해서는...

1) 과정과 결과 : 우리는 중요성을 가끔 잊게 된다. 마치 '운'의 요소가 어느 특정한 상황에 나오면, 그 어떤 고비만 넘기면 다 잘 될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그건 그렇지 않다. 한 두 번의 결과는 우연으로 얻을 수 있지만, 연속된 결과는 과정 없이는 얻을 수 없다.

2) 달라야 한다 : 남과 똑같이 해서는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 (이)승엽이 형이 그랬다. '매일 남들보다 10개씩만 더 스윙하라'고. 한 달 이면 300개고, 일 년 이면, 3,600번 더 스윙을 하게 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남들보다 나아질 수 없다.

3) 두려움에서 벗어나라 : 너무 뻔한 말이지만, 야구에서 타자는 10번에서 3번만 치면 좋은 타자라고 한다. 독립야구단 선수들을 보면서 느낀 것은 '완벽주의'라는 병에 걸린 선수들이 많다는 것이었다. 실패하면 안된다는 강박때문에, 한 타석만 못쳐도 모든 것이 무너져내린 것 같은 표정이 나온다. 그 마음 안다. 그러나 그렇기에 더 유연해 져야 한다.

4) 큰 변화가 필요하다 : 3)에서 이어지는 내용이다. 두려움은 여러가지로 선수들을 힘들게 한다. 자신이 갖고 있는 것을 못놓게 한다. 아주 작은 수정으로 큰 결과를 얻고 싶어한다. 조금씩 고쳐서 1군에 갈 수 있었으면 여기까지 오지 않았을거다.

5) 슬프지만 모두가 경쟁자 : 독립야구단에 온 이상, 프로에 가는 선수의 확률은 정말 낮다. 그렇기에 모두가 경쟁자일 수 밖에 없다. 그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친하게 지내는 것이 나쁘지 않지만, 자신의 마음을 느슨하게 한다면, 다시 생각해야한다. 이 곳에서 끝을 내기로 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6) 결과를 낸 후에야 열심은 보답받는다 : 정말 열심히 한 사람들은 결과를 낸 후에 '열심히 했습니다'라는 말을 한다. 결과가 나오지 않았는데,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는 의미가 없는 말이다. 사람들은 결과로 설득당한다. 과정으로 설득하려고 해서는 안된다.

7) 불안을 이길 수 있는 것은 연습뿐이다 : 자신감은 연습에서 나온다. 불안을 이길 수 있는 힘도 연습에서 나온다. 본인들은 안다. 말 몇 마디로 불안을 잠재울 수 없다는 것을. 공격적인 플레이는 익숙해질때 나온다.

 

선수들에게는 이 생각이, 이 글이, 서운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끝을 내려면, 그러기 위해 왔다면, 그렇게 해야 한다. 내가 해 줄 수 있는 것은, 쏟아낼 수 있게 해주는 것, 후회를 남기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것일 수 밖에 없다고 느꼈다.

함께 끝을 내고, 그게 어느 방향이건, 새로운 시작을 함께 할 수 있었으면 한다.

정근우 / 전 프로야구 선수, 현 최강야구 멤버

 

자료출처 : 네이버 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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