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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근우] 수비는 진짜 왜 중요할까? 그 수비를 잘하려면?

--정근우 야구

by econo0706 2022. 9. 20.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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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08. 23

 

"수비가 중요하다'는 말은 흔하다. 그만큼 널리 알려져 있고, 전문가분들의 분석에도 수비에 대한 얘기는 언제나 나온다. 그러나 의외로 아마추어때는 정작 수비가 왜 중요한지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한다. 마치 모두 다 알고 있는 것 같은 '소설'이나 '영화'처럼, 읽거나 보지 않았는데도, 본 것 처럼 느껴지는 것과 같을 것 같다.

 

▲ 삼성 라이온즈 박진만 감독대행 / 삼성라이온즈 제공

 

얼마전 박진만 감독대행(삼성 라이온즈)은 인터뷰에서 "아마추어 선수들이 타격 위주로 연습하는 것 같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학교에서도, 사설 레슨에서도 타격 연습 위주이기 때문에 수비에 대한 기본기가 많이 떨어진다는 얘기였다.

 

중요한 얘기라고 생각한다.

적당히 알고 있는 것을 넘어 스스로에게 '왜 수비가 중요한가?'라는 질문을 던져 볼 필요가 있다. 위에 언급했던 것 처럼, 종목을 막론하고 수비에 대한 얘기는 차고 넘친다. 그러나 정작 가장 중요한 얘기들은 빠져 있다. 선수가 수비를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이유는, 수비는 선수의 '기회'를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조금 더 적나라하게 얘기한다면, '생존'과도 직결되어 있다.

의문이 생길 수도 있다.

'타격을 더 잘 하면 되지 않나?'같은 생각말이다. 가능하다. 그러나 확률이 매우 떨어진다. 프로에 와서 타격만으로 주전 자리를 차지한다는 것은 '0'에 가까운 확률이다. 우리는 이정후(키움 히어로즈)와 강백호(KT 위즈)를 떠올리지만, 그 둘을 성공모델로 삼고 쫓아간다는 것은 위험한 선택일 수 있다.

 

▲ 이정후(위)와 강백호(아래) / 키움 히어로즈·KT 위즈 제공

 

마치 과거 레전드급 투수들을 보고 "공을 많이 던져도 괜찮았다'고 말하는 것과도 같다. 제대로된 '관리'가 도입되기전의 일부 '생존자'들을 기준으로 삼고 일반화 시킬 수는 없기 때문이다.

더불어 '운'의 요소도 생각해야 한다. 자신이 소속된 팀의 사정이라는게 존재한다. 자리 싸움을 해야 할 경쟁자가 많다거나, 혹은 붙박이 주전이 있을수도 있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있을 수 있기에 '운'이라는 표현을 썼다. 그럴경우 천천히 기회를 기다려야 한다.

기다리면 보면 알게 된다. 그 대부분의 기회는, 수비를 어느정도 하는 선수들에게 돌아간다는 것을. 주전이 빠지게 되는 날, 혹은 부상으로 장기간 결장을 하게 될 때, 팀은 수비가 되는 선수에게 빈자리를 채우게 한다. 타격의 기회도, 수비가 일정수준 이상이 되어야만 더 많이 주어진다. 그러면 부족한 것을 알고 채우면 된다고 말할 수 있다. 물론 프로에 와서도 수비 연습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은, '프로'는 매일 경기가 있고, 이동이 잦다. '보완해야지...'라고 생각하지만, 연습 할 시간을 내기 어렵게 된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하기 위해서 노력해야 하지만, '기본기'는 의외로 쉽게 채워지지 않는다. 말 그대로 '기본기'라는 것은 충분한 시간을 들여야 해서다. 그렇기에 아마추어에서 '기본기'를 만들어와야 한다.

타격 능력이 좋다? 중요한 부분이다. 아마추어에서 타격으로 유명했고, 퓨처스에서도 좋은 활약을 펼칠 수 있다. 문제는 이 다음부터다. KBO리그에서 뛰고 있는 붙박이 주전들과 싸워 이겨야 한다. 수비가 안되는데 타격만 좋으면, 계속된 출장 기회를 잡기 어려워진다. 중간중간 대타롤을 맡을 뿐이다. 아이러니한 말로 들리겠지만, 안정적인 타격 기회를 얻기 위해서는 기본기가 갖춰진 수비 능력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아마추어에서 수비를 잘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기술적인 부분도 필요하다. 그런 기본기들이 쌓여서 몸에 익어야 한다. 수비를 잘 하는 선수들은 타구가 배트에 맞고 그라운드에 튀는 첫 바운드를 유심히 본다. 그 바운드에 따라 전진과 후진이 결정된다. 그러나 이것 보다 더 중요한 것이 많다. 그건 기술이 아닌 준비다.

야구는 순간순간 마다 플레이가 끊어진다. 생각 할 시간이 많다는 얘기다.

수비수는 그 끊어진 순간에 무엇을 해야 할까? 수비를 잘 하려는 생각? 당연하다. 그러나 수비수들은 더 디테일 해져야 한다. 수비는 투수가 공을 던지기 전 부터 이미 자신의 역할을 머리속에 그리고 있어야 한다.

지금의 주자 상황, 타자의 성향이나 오늘의 컨디션 같은 것은 기본이고, 좌우로 두 발 이상 움직이면 2루나 홈을 포기한다던지 같은 상황에 대한 생각을 미리 하고 있어야 한다. 공이 배트에 맞고 나서는 늦다. 미리 대비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기술도 중요하지만, 생각하는 기본기가 없으면, 평범한 타구가 와도 실수를 할 확률이 높아지게 된다.

이렇게 얘기를 하면, '무조건 펑고 많이 받으라는 얘기"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다. 물론 많이 받아야 할 시기들이 있다. 그러나 여기에서 하고 싶은 얘기는, '생각하는 힘'이다. 선수들이 무조건적인 기술연습이 아닌 생각하는 힘을 기르려면, 지도자분들과 많은 얘기를 해야한다. 궁금한 것은 물어보고, 약한 부분에 대해서 보강하는 방법을 알려달라고 해야한다.

에디터분들은 이 부분의 대화를 할때, '책을 많이 읽어야 하는 이유'와도 비슷하다고 했다. 사람이 혼자 할 수 있는 경험은 한계가 있으니, 책을 통해서 많은 사람들의 경험을 할 수 있는 것과 같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상황에 맞는 생각을 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펑고만 많이 받는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많은 대화가 필요하다.

또한 몸을 만드는 것에 더 많은 시간을 썼으면 한다. 체력연습이나 런닝 등 트레이닝에 더 힘써야 한다. 근육의 부피를 키우는 것 보다는, 순간 반응속도를 올리는 트레이닝이 수비에는 정말 중요하다.

아마추어 선수들이 수비보다는 타격을 좋아하는 이유도 안다. 일단 타격은 재미있다. 프로에서도 개인연습을 하라고 하면, 배트부터 드는 선수들도 많다. 더군다나 수비는 오래 걸린다. 힘들다. 그렇게 힘들게 해도 그 열심히 한 성과를 보여주기 어렵다. 한 경기에서 공이 많이 와봐야 몇 개고, 상황에 따라서는 공 한 번 못잡을 수도 있다.

더불어 10번의 상황에서 3번만 쳐도 잘 한다고 하는 타격과 9번을 성공시키고, 한 번만 못해도 좋은소리 못듣는 것이 수비다. 그러나 재미있는 것만 하고 살 수는 없다.

그래서 선수시절, 수비 나가는 것을 직장에 간다고 생각했다. 타석은 행복한 집이다. 워라벨이라는 얘기가 한때 유행했었다. 그때도 수비와 타격의 관계와 같다고 느꼈다. 직장과 집의 균형이 맞지않으면 삶은 무너진다. 직장이 사라지면, 행복한 집도 없어진다고 그래서 직장생활을 잘 해야 한다고 스스로 마음을 다잡았다.

이 글에 대한 결론은 간단하다. 직장생활(수비)을 잘하면 집(타격)에서의 행복을 느낄 수 있다.

정근우 / 전 프로야구 선수, 현 최강야구 멤버

 

자룣ㄹ처 : 네이버 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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