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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근우] 은퇴한 야구 레전드 사용법

--정근우 야구

by econo0706 2022. 9. 20.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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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09. 06.

 

최근 야구예능이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더불어 유튜브와 같은 플랫폼에 출연하는 선수들도 많아졌다. 수요가 있으니 자연스럽게 공급이 따른다. 야구 선수들을 찾는 곳이 많게 되면서 은퇴한 선수들을 영상매체를 통해서 보게 되는 경우가 잦아졌다. 이런 모습을 지켜보는 분들의 시선은 기대와 우려로 나뉜다.

다양한 사람들에게 야구에 대한 관심을 높여줄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는 반면, 은퇴하면 '마음 편한 예능만으로만 간다'고 느끼시는 분들도 있다. 의견이 갈리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다양한 사람이 살아가고, 각자의 생각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은, 그 선택에 대한 의문이라고 생각한다. 스스로 예능에 출연하고 있기에 이 선택에 대한 '정답'은 아닐지라도 근사치에 해당하는 답변을 드릴 수는 있을 것 같다.

 

로또에 당첨된다면?

과장을 조금 보태면, 전국민이 이 생각을 한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당첨된다는 상상만으로도 즐겁다(웃음). 로또를 예를 든 이유는. 과거와 현재의 인식차이에 대해서 말하고 싶어서다. 과거에는 로또에 당첨된다고 하면, 일 하지 않고 이자로만, 혹은 정기적으로 수익을 발생하게 하고 '쉬겠다'는 분들이 많았던 것 같다. 반면 요즘에는 주변 분들과 농담으로 이런 얘기들을 해도 '쉬겠다'는 대답 보다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만의 일은 갖고 있어야 한다는 분들이 많아졌다.

사람은 어느 정도는 목적의식과 인정욕구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저 하루를 보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만족할 수 있는 '일'이 필요하다. '경쟁'도 반드시 필요한 양념이라고 할 수 있다. 골프나, 축구 혹은 그 어떤 스포츠를 취미로 하고 있다고 생각해 보자, 나아지려는 향상심이나 경쟁이 없이 하는 운동은 '재미'가 반감된다. 그래서 많은 생활스포츠들이 다양한 대회를 열고, 노력에 대한 보상을 마련하는 것이다.

은퇴한 야구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평생을 승부의 세상에서 살다보면, 마음 편해지고 싶다. 그러나 그 시간이 길어지면 새로운 도전이 하고 싶어진다. 결국 안해봤던 것, 그러나 조금은 익숙한 것으로 끌릴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 최근 인기 있는 야구 예능 최강야구./ 사진=영상 캡쳐 

 

그게 예능일 수밖에 없을까?

은퇴한 야구선수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을 것 같지만, 많지 않다. 현장이라고 불리우는 코치, 해설, 그리고 TV나 유튜브 같은 영상매체 출연이다. 이런 몇 가지 중 선호도가 높은 것은 해설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낯선 일이지만, 다루는 소재가 익숙한 야구이기 때문이다. 그 다음은 예능이라고 불리우는 영상매체 출연이다. 역시나 처음 접하는 환경이지만, 하는 것은 야구다. 아쉽게도 가장 마지막이 코치의 일인 것 같다. 늘 봐오던 일이고, 화려한 선수를 끝내고 코치를 선택하는 것은 쉬운 선택은 아니다. 늘 해오고 봐 왔던 환경, 늘 봐오던 치열함 속으로 다시 들어가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적당한 긴장감과 해오던 경험을 자산으로 쓸 수 있는 곳을 택한다고 생각한다.

레전드들도 기술과 경험을 알려주고 싶어한다. 그러나 의외로 그럴 기회가 없다. 앞서 언급한 것 처럼, 코치는 우선 선택사항이 아니다. 박봉인 것 보다, 갖고 있는 기술과 경험을 함부로 알려줄 수 없기 때문이다. 코치는 한 조직에 속해있고, 한 명의 코치가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없다. 팀의 방향성과 감독의 생각에 따라 말 할 수 있는 내용들이 달라진다. 그런 상황 속으로 들어가고 싶은 레전드는 없을거다. 더불어 코치의 전문성이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프로는 결국 '돈'이라고 말한다. 어느 조직이나 잘 하는 사람과 못 하는 사람은 있다. 잘 할 경우 충분한 연봉인상은 그 직군의 선호도에 중요한 영향을 준다. 코치는 그렇지 않다. 연봉이 올라가면 불안해진다. 전문성을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얘기일 수 있다. 불안해져서 안가는 것인지, 안가게 되서 불안해진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코치의 전문성을 판단할 근거 자체가 명확하지가 않다.

물론 금전적인 차이도 있겠지만, 그게 모든 것을 선택하는 기준일 수 없다. '레전드'라는 수식어를 앞에 붙일 수 있다면, 종목을 막론하고 '돈'이 선택의 맨 앞에 올 수 없을거다.

 

레전드를 사용하는 방법

극소수의 구단에서 '단장 보좌'라는 직책을 쓰기도 하지만, 아직은 '해야 하는 일'이 명확치 않은 것 같다. 정확해야 한다. 그래야 하는 당사자도, 혹은 팬들도 그 사람의 역할에 대해 이해 할 수 있다. 물론 자리만 중요한 것도 아니다. 메이저리그나 일본프로야구에서는 스프링캠프에 해당 구단의 레전드를 초청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좋은 얘기'를 해달라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서 좋은 얘기라는 것은 '노하우'를 말한다. 오전에는 연습, 오후에는 강의로 구성되어있는 메이저리그에는 상당히 많은 은퇴 선수들이 자신들의 경험을 전달한다. 이런 부분이 국내에는 많지 않다.


▲ 스프링캠프 인스트럭터로 참여한 샌디 쿠펙스 / 사진=게티이미지 제공

 

인스트럭터의 활용도 마찬가지다. 많은 어려움을 넘어 결과를 낸 사람들은 사람마다 다른 경험을 했지만, 유독 한 두가지에 대해서는 확실히 잘 하는 경우가 있다. 어느 누군가는 재활의 경험, 다른 누군가는 입스 증세, 또 다른 누군가는 주루의 방법 등 다양하다. 이럴 경우 구단 코치와의 관계 설정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레전드나 코치나 모두 다 잘 할 수는 없다. 연습 방법 사람의 종류만큼 다양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답이 있기 어렵다. 예를 들어 '입스' 증세로 힘들어 하는 신인이 있다면, 내부에서 문제 해결을 바라는 것 보다는 외부에서 실마리를 찾는 것도 방법이다. 그럴때 해당 구단에 애정을 갖고 있는 은퇴 선수는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아마추어도 마찬가지다.

 

협회나 연맹 차원에서의 대응이 아니라면, 우스운 꼴이 될 수 있다. 하고 싶다고해서 '오늘부터 유소년 혹은 고등학교 팀을 방문해서 노하우 전수 하겠습니다'라고 말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로 생각을 안해 본 것은 아니지만, 상상속의 자신이 조금 우습게 느껴졌다. 마치 먼 과거의 책 외판원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똑똑, 좋은 책 한 권 있는데, 읽어보시죠' 같았다.

 

우리나라는 물적 자원이 부족한 대신에, 인적 자원을 키워야 한다는 얘기를 듣고 자랐다. 그 인적 자원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심각히 고민을 해 봐야 할때인 것 같다. 수 많은 살아있는 경험들이 시간이 지나 빛 바래져가고 있다.

 

정근우 / 전 프로야구 선수, 현 최강야구 멤버

 

자료출처 : 네이버 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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