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김태술] 프로팀들이 대학팀과 연습경기를 하는 이유

--김태술 농구

by econo0706 2022. 9. 24. 16:11

본문

2022. 08. 12

 

이제 시즌이 끝나기 전까지 대부분의 팀들에게 휴가는 없을 것이다. 선수들의 눈도 이제는 다가올 2022-2023시즌으로 향한다.

이 시기에는 휴가를 마치고 돌아온 선수들의 체력을 좀 더 끌어올리기 위한 운동이 이어지지만, 동시에 대학팀과의 연습경기를 통해서 전술 훈련도 함께 진행되곤 한다.

대학과 프로의 실력차이는 꽤 나는 편이다. 힘에서 차이가 많이 나기 때문에 대학 선수들이 프로팀 형님들을 상대하기가 쉽지 않다. 또, 프로 선수들은 대학 선수들보다 경험이 많기 때문에 대학 선수들의 수를 읽고 경기를 한다. 대학에서 아무리 잘 한다고 해도 본인의 실력을 다 보여주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프로팀 입장에서 대학과의 연습경기는 결과보다 내용에 좀 더 중점을 두고 연습경기에 임한다. 공격에서는 패스 게임을 통한 간결한 플레이를 많이 주문한다. 경기 중 패턴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패스를 준 뒤 움직임, 공이 없을 때의 움직임에 대해 주문을 많이 한다.

프로 데뷔 후 첫 비시즌을 맞는 선수들은 연습경기를 하다가 멘탈이 나가는 경우도 있다. 이미 다 해봤던 플레이이지만, 프로에서 주문하는 내용들은 아마추어 시절과 다를 때도 있기 때문이다.

빠르게만 움직여서도 안 되고, 시키는 대로만 해도 안 된다. 타이밍을 잘 맞추고 상황에 맞게 응용해서 움직임을 가져가야 한다. 처음에는 헷갈려서 혼도 많이 나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면 약속된 길이 다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항상 상황을 보면서 내가 어떻게 움직임을 가져가면 더 좋을지 생각하며 플레이한다면 한 단계 더 성장 할 수 있다.

수비에서는 풀 코트 프레스로 대학생들을 압박한다. 프론트 코트부터 압박하며 쉴 새 없이 대학 선수들을 압박한다. 에너지를 굉장히 많이 써야 하는 수비이기 때문에 체력 운동도 같이 하게 되는 효과가 있다.

 

사실, 프로 선수들도 마냥 쉽지는 않다. 대학생들이 정말 잘 달리기 때문이다. 대학생들은 농구 템포도 굉장히 빠르고 저돌적이다. 그리고 정말 쉴 새 없이 움직인다. KBL에 적응되어 있는 선수들은 가끔 적잖게 당황하기도 한다. 그래서 연습경기 중에 “너는 지치지도 않니?”라고 말을 했던 적도 있다.

생각해 보면 나도 대학생 시절에 프로팀과 연습경기를 하면, 선배님들께서 “너는 숨도 안 쉬고 뛰어 다니냐?”라는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 그때는 선배들과의 대결에서 밀리다 보니 더 많이 뛰어 다녔던 것 같다. 지금 대학 선수들도 그런 마음이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선배님들의 경험을 이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공격에서는 내가 무엇을 하려는지 이미 알고 미리미리 대처하기 때문에 플레이가 많이 막혔던 기억이 난다. 수비에서는 아무리 공을 뺏고 싶어도 뺏을 수가 없었다. 확실한 차이가 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연습경기를 하면 처음에는 주눅이 들기도 한다. 그리고 높은 벽을 실감하기도 한다. 하지만 속으로는 이기고 싶은 마음도 컸다.

프로팀이 대학팀들과의 경기에서 지는 경우는 드물다. 가끔 대학팀이 대등한 경기를 하며 프로팀을 괴롭히기도 한다. 그럴 때면 경기 후 팀 분위기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싸늘해 진다. 저녁 시간 공기가 마치 한겨울 같다. 감독, 코치님 회의가 길어지기도 하고, 다음날 훈련 스케줄이 바뀌기도 한다.

한 번은 연습경기 후 전체적으로 체력 훈련이 좀 더 필요하다는 코칭스태프 판단에 따라 전술훈련에서 체력훈련으로 스케줄이 바뀐 적이 있다. 그때 눈물을 머금고(?) 훈련에 임했다.

은퇴한 지금은 이제 체력 훈련의 압박을 느끼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심적으로는 편하다.

하지만 가끔 숨이 턱밑까지 차오르고, 그 상황을 이겨내기 위해 몸을 바쁘게 움직였던 시간이 그리울 때도 있다.

사실 내가 대학에 입학했을 쯤에는 프로팀을 가끔 이기기도 했다고 들었다

그때 당시 김동우, 박광재, 전병석, 방성윤, 이정석, 최승태 등등 쟁쟁한 선수들이 한 팀이었기 때문에 외국 선수가 없는 프로팀과는 붙어볼 만한 멤버 구성이 아니었나 싶다

 

지금 생각해도 그때 선수 구성은 참 대단했다. 내가 입학예정자 신분으로 뛰었던 농구대잔치에서 이 멤버 모두가 한 팀에서 뛰었다. 그 해 많은 대회에서 우승을 했고, 마지막 대회였던 농구대잔치에서는 상무를 꺾고 우승을 했다. 당시 연세대 라인업은 90년대 농구대잔치 이후 가장 좋은 구성이라고 생각한다. 그 팀의 새내기로 뛰었던 그 시절은 아직도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다. 선배님들 덕분에 그 대회에서 내 이름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었고, 사람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으며 대학생활을 시작 할 수 있었다.

프로팀에 연습경기를 가면 “너가 김태술이구나?”라는 선배님들의 말에 괜히 으쓱해지기도 했다.

나 역시도 프로에서 대학팀들과 연습경기를 참 많이 했었고, 많은 선수들을 만나봤다.

대학부터 두각을 나타낸 선수들은 대부분 프로에 와서도 어느 정도 본인의 커리어를 잘 쌓아가는 것 같다. 그리고 이전까지는 몰랐지만, 연습경기를 통해 인상적인 선수를 발견할 때도 있다.

아무래도 같은 포지션에 있는 선수가 눈에 많이 들어온다.

최근 내 뇌리에 남은 선수는 연세대 양준석 선수다.

DB에서 마지막 선수생활을 할 때, 연습경기를 한 적이 있다. 몸도 호리호리 하고 살랑살랑 농구를 하는데 ‘얘는 프로에 와도 잘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바로 들었다. 1학년 임에도 불구하고 프로 선수들 앞에서 주눅 들지 않는 모습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볼을 가지고 움직이는 리듬도 굉장히 좋고, 패스와 슛 그리고 시야도 굉장히 좋았다. 포인트가드로서 좋은 자질을 가지고 있었다. 앞으로 좀 더 힘이 붙고 경험이 쌓이면, 잘 할 수 밖에 없는 농구를 하는 선수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부상이라 재활에 힘쓰고 있는 걸로 안다. 프로는 지금보다 훨씬 더 강한 몸으로 뛰어야 하는 곳 이다. 그러니 이번 기회에 몸을 더 강하게 만드는데 중점을 두고, 재활에 힘쓰기를 바란다.

복귀를 서두르다 다시 다치게 되면 본인에게도 손해이기 때문에 절대 서두르지 않았으면 좋겠다.

꼭 몸으로 하지 않아도 벤치에서 눈으로 공부할 수 있는 부분들이 많다. 다른 선수들의 플레이를 보면서 어디서 찬스가 많이 나는지, 어떤 타이밍에 패턴을 써야하는지 등을 파악하다 보면 공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나에게는 공익근무 시절이 그렇게 몸을 만들고 공부를 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그러니 양준석 선수를 비롯해 부상 때문에 잠시 공을 놓고 있는 후배들은 부상 스트레스로 고민하기보다는 ‘앞으로 돌아가서 멋지게 날아오를 준비 시간을 갖는다’고 생각하고 준비하기를 바란다. 재활을 잘 마치고 더 강해진 모습으로 코트에서 볼 수 있길 기대한다.

한편, 프로팀과의 연습경기는 나를 알릴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적극적으로 경기에 임하고, 선배들을 막아보면서 배울 수 있는 점도 많다. 특히 그 선배의 장점이 무엇인지에 집중해보면서 연습경기에 임하기 바란다.

다시 강조하지만 프로에 몇 번째로 가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살아남는 것이 중요하다

내 개인 기록을 얼마나 올릴지 보다는, 지금 우리 팀 구성에서 나는 어떤 역할을 해야 조금이라도 더 오래 코트에 나설 수 있을지 고민하길 바란다.

또, 여름에는 땀이 많이 나기 때문에 바닥이 미끄러워지기 마련이다. 미끄러져서 부상이 일어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부디 부상 없이 연습경기를 잘 소화하기를 바란다.

 

김태술 / 전 프로농구 선수, 현 어쩌다벤버스 멤버

 

 자료출처 : 네이버 스포츠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