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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뚜루 마뚜루] 김재박-임창용의 '사인미스', 그 기막힌 운명의 엇갈림

--홍윤표 야구

by econo0706 2022. 9. 25.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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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03. 25.

 

우연은 필연적인 결과를 낳는다. 승부세계에서 흔히 보는 일이다.

3월24일 미국 LA 다저스타디움에서 막을 내린 제 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과 일본의 결승전에서 한국의 마지막 투수 임창용(33)의 실투 하나가 결국 승부를 갈랐다. 딱 공 한개가 운명을 판가름 지은 것이다.

왜 그랬을까. 결과를 떠나, 그 장면에서 임창용이 굳이 정면 승부를 의식한 것은, 김인식 감독이 경기 후 밝힌 것처럼 사인미스에 의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사려 깊지 못한 투구였다. 연장 10회 초 2사 2, 3루 상황에서 임창용이 이치로와 맞상대했고 볼카운트 2-2로 볼 2개의 여유는 있었다. 유인구로 승부를 하다가 안되면 내보낼 수도 있는 퇴로가 있었다. 어차피 한 방이면 승부가 끝장나는 대목이었다.

그런데도 임창용은 정면 승부를 택했다. 임창용은 사인을 보지못했고, 실투였다고 해명하기는 했지만. 두고두고 아쉬움이 남는 장면이었다. 일본 야구에 대해 알만큼 알고 투수로서 완숙기에 접어든 임창용이었기에 더욱 그렇다. 서두를 까닭이 없었다. 조급한쪽은 일본이었다. 임창용이 ‘조금만 더 머리를 쓰는 투구를 했더라면’ 승부의 저울추는 어느쪽으로 기울었을 지 알 수 없다.

임창용의 ‘사인미스’와 연관지어 떠오르는 일이 있다.

김재박(55) LG 트윈스 감독은 번트의 귀재, 또는 ‘번트를 지나치게 선호하는 지도자’라는 평판을 듣고 있다. 1982년 세계야구선수권대회 일본과의 우승 결정전에서 ‘신기(神技)’에 가까운 번트 성공으로 인해 김 감독과 번트를 등식화하는 인식이 더욱 심해진 면도 있을 것이다.

 

▲ 김재박의 번트 장면 / 동아일보


그런데, 1982년 세계야구선수권대회 우승 결정전에서 감행한 김재박의 ‘개구리 번트’는 ‘사인 미스’에 의한 운명의 장난으로 알려져 있고 실제 <한국야구사>에도 그렇게 기술돼 있다. 하지만 2007년 가을 잠실구장에서 만났던 김재박 감독은 이런저런 번트 얘기 끝에 그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당시 김재박이 댄 번트는 사인미스에 의한 것이 아니라 아예 사인이 나오지 않았고 독단적으로 결행했다는 것이다.

김재박 감독은 “1-2로 쫓아가는 상황이었고 1사 주자 3루였기 때문에 어떻게서든 번트를 대서 동점을 만들어놓아야겠다고 생각했다”면서 “초구에 번트를 대려는데 일본 투수가 공을 빼는 바람에 나도 모르게 엉겁결에 풀쩍 뛰어올라 방망이를 맞히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 과정에서 벤치(어우홍 감독)에서 번트사인이 전혀 나오지 않았다는 게 김재박 감독의 회상이었다. 그렇다면, 이 장면은 야구사를 새로 써야 한다.

1982년 9월 14일, 한국은 일본과의 야간 경기를 앞두고 오전까지 호주와 연장전을 치러 진땀을 뺀 끝에 7-6으로 이겼다. 7승1패로 일본과 공동선두를 이뤄 우승 결정전에 나간 한국은 미국과 대만 등 난적들을 물리친 선동렬을 앞세웠으나 2회 2실점한 후 무기력하게 이끌려 갔다. 7회까지 일본 선발 스즈키에게 단 1안타로 맥을 추지 못했던 것이다.

 

홍윤표 기자

 

자료출처 : 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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