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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삶 나의 농구] ⑱ 그리스국제올림픽 아카데미를 가다

--유희형 농구

by econo0706 2022. 11. 18.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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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04. 11. 

 

올림픽의 시초, 그리스 아테네


올림픽 발상지는 그리스다. 고대 올림픽은 기원전 776년, 그리스 올림피아에서 처음으로 개최됐다. 육상 한 개 종목이었다. 그 후 달리기, 레슬링, 복싱, 승마 등의 경기가 추가되어 4년 주기 올림픽의 기원이 되었다. 근대 올림픽은 프랑스 교육학자 피에르 데 쿠베르탱이 자국 청년들의 신체단련과 스포츠 경쟁을 통한 교육을 목적으로 시작했다. 프랑스 국민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범위를 전 세계로 확대, 스포츠 제 전을 통한 청소년들의 우정과 화합을 도모하는 의미의 올림픽을 창안한 것이다. 1894년 IOC가 만들어졌고, 1896년 제1회 근대 올림픽이 그리스 아테네에서 개최됐다.

 

매년 6월 올림픽 발상지인 그리스 올림피아에서 IOC가 주최하는 국제올림픽 아카데미가 열린다. 3주 코스의 워크숍이다. 1988년 6월 올림픽 아카데미에 참석했다. 그곳은 올림픽 때마다 성화를 채취하는 곳이다. 국제올림픽 아카데미 교육과정에 세계 각국의 유명한 스포츠인 120명이 참석했다. 올림픽에 출전했던 선수 출신이 많았고, 메달리스트도 있었다. 절반이 여성이었다. 우리나라는 체육부, 대한체육회, 서울올림픽조직위원회에서 각각 2명씩, 6명이 참가했고, 체육부에서는 나와 강성일 사무관이 함께했다. 나는 올림픽에 참가했었고, 1988년 서울올림픽을 목전에 둔 시기여서 남다른 감회가 있었다. 다른 나라 체육인과 많은 교제를 했다.

오전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석학이 강의했다. ‘올림픽 정신’ ‘올림픽 의의‘ ’페어플레이‘ 등의 강좌를 들었고 오후에는 분임 토의, 체육행사 등에 참석했다. 영어로 대화는 가능했지만, 강의를 이해하기는 어려웠다. 짧은 영어지만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올림픽 정신의 뜻은 “스포츠에 의한 인간의 완성과 경기를 통한 국제평화 증진”이라고 했다. 올림픽 의의(意義)는 “승리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참가하는 데 있으며, 인간에게 중요한 것은 성공보다 노력하는 것”이라고 했다. 페어플레이의 의미는 스포츠맨십, 스포츠정신 등과 같은 뜻으로 정해진 규정을 준수하며 정정당당히 플레이하여야 한다고 했다. 스포츠맨십의 중요성은 감정의 억제, 상대방 배려, 겸손한 승리자와 당당한 패배자가 되는 것이라고 했다.


술, 노래로 쌓은 아테네의 추억


그곳에서 좋은 추억을 만들었다. 저녁에 친목 행사가 열렸다. 나라별로 장기자랑을 하는 것이다. 자기 나라의 고유문화를 소개하고 발표하는 시간이다. 철저하게 준비해온 나라가 많았다. 아무런 준비 없이 참가했는데 우리나라 차례가 왔다. 연장자인 내가 나섰다. 서양 팝송을 좋아해서 가끔 원어로 즐겨 부르던 프랭크 시내트라의 ’My way’를 뽑아댔다. 함성이 터져 나오고 앙코르가 나왔다. 두 번째로 존 덴버의 ‘Leaving on a jet plane’ 불렀다. 많은 박수를 받았고 이때부터 바빠졌다.

숙소에서 20분을 걸어가면 올림피아 읍내가 나온다. 그곳에는 술집과 음식점, 호텔 등이 있다. 디스코를 출 수 있는 클럽도 있어서 저녁을 먹은 후 그곳으로 이동한다. 읍내로 가는 길은 아름드리나무가 우거진 숲속 길로 가로등이 없어 칠흑같이 어둡다. 어두운 길을 수십 명이 어울려 걸어간다. 캄캄한 밤에 침묵으로 걸어갈 수가 있겠는가? 당연히 노래가 나와야 한다. ‘미스터 유’를 연호한다. 팝송을 시작하라는 것이다. 영어권 사람들도 노래 가사를 잘 모른다. 내가 시작하면 따라 부른다. 널리 알려진 노래인 ‘you are my sunshine’ ‘let it be’ ‘take me home country road’ 등을 불렀다. 서로 어깨동무를 하고 합창을 하며 읍내까지 행진하는 일이 반복되었다. 첫날부터 국경을 초월한 연인관계가 형성되어 눈꼴 사나운 장면도 많이 연출 된다. 집 떠난 타향이기에 눈치 볼 필요도 없어 금방 뜨거워진다. 동양계는 항상 점잖을 떤다. 돌아오는 길은 더욱 흥이 난다. 알코올이 들어갔으니 목청이 커질 수밖에 없다.

 

캄캄한 길을 오갈 때 우리 일행을 보호해주는 수호신이 있었다. 송아지만 한 개인데 항상 동행한다. 아마도 숲속에 사는 동물로부터 보호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한두 명이 멀리 떨어져 있으면 쏜살같이 그곳을 다녀오기도 한다. 소리 내어 짓지도 않고 사람 곁에 오질 않으며 적당한 거리에서 동행한다. 그 개만 보면 마음이 든든해진다.

나에게 신나는 일도 있었다. 운동 경기였다. 축구, 농구, 배구 중 원하는 종목에 신청하면 참가할 수가 있었다. 우승팀에게는 소정의 상품도 주어졌다. 현역에서 은퇴한 지 10년밖에 되지 않아 몸이 녹슬지 않았다. 나의 활약으로 내가 속한 팀이 손쉽게 우승했다. 내 플레이에 환호하는 여성 응원단도 있었다. 올림픽 대표 선수들이 많이 있었지만, 대부분 개인종목이었다.

마지막 주에 캠프파이어가 있었다. 환상적이었다. 모래사장에 불을 피워놓고 음악에 맞춰 춤도 추고 술도 마셨다. 나는 신나게 노래를 불러댔다. 모잠비크(아프리카)에서 참가한 배구선수 출신이 친근감을 나타내며 접근했지만, 마음이 내키질 않았다. 흑인이며 덩치가 나만큼 컸다. 현직 장관 딸이라고 했다. 서울올림픽 때 선물을 보내오기도 했다.

황당했던 아테네 공항의 횡포


워크숍을 마치고 귀국하는데 황당한 일도 겪었다. 공항에 도착하니 아수라장이었다. 관제탑 직원들의 파업으로 비행기 이착륙이 전면 금지되고 있었다. 벌써 3일이 지났고 대합실에서 침식하는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난감했다. 싱가포르에서 농구친구들을 만나기로 했기 때문에 황당했다. 다행히 이튿날 파업이 종료되어 아테네를 떠날 수가 있었지만,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관제탑 직원 몇 명의 파업으로 그리스 관문 아테네 공항을 마비시키는 행위,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횡포였다.

세계의 부국이었고, 선진국이었던 그리스가 못사는 부채 국가로 전락하기 시작한 것은 1981년 안드레아스 파판드레우 총리 때부터다. 11년간 장기 집권한 그는 과도한 사회복지정책으로 나라가 쇠락의 늪에 빠져들어 갔다. 최저임금 인상, 무상교육, 무상 의료, 공무원 증원, 연금지급 인상 등의 포퓰리즘 정책 때문에 나라가 빈국으로 전락하였다. 재클린과 결혼했던 오나시스가 해운을 지배했던 그리스의 몰락은 좋은 지도자를 만나야 한다는 교훈을 주고 있다.

아테네 한인 식당 운영자의 말을 듣고 그리스는 희망이 없는 국가라고 느꼈다. 종업원 한 명을 무조건 그리스인으로 채용해야 하고, 잘못해도 내보낼 수 없도록 법으로 보장하고 있다고 한다. 툭 하면 나오지 않는 종업원 때문에 식당을 접어야겠다는 그분의 하소연이 마음에 와닿는다. 그리스의 전철을 밟지 않는 국가가 되기를 마음으로 기원해 본다.

 

유희형 / 전 KBL 심판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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