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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술] DB와 LG, 그리고 KT의 엇갈린 희비, 그 이유는?

--김태술 농구

by econo0706 2023. 1. 19.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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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12. 31

 

이제 곧 2022년이 끝난다. 2022년을 시작할 때 어떤 목표를 세웠는지 기억이 안 나지만, 시간이 총알처럼 빠르게 지나간 건 분명한 것 같다. 하하. 2022-2023시즌도 벌써 반 정도 지났다.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순위 싸움은 나뿐만 아니라 많은 팬분들을 기대하게 만드는 것 같다. 매 라운드, 아니 매주 요동치는 각 팀의 순위 변동은 2023년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시즌 초반 부진을 털고 6연승을 달리던 한국가스공사는 다시 6연패로 DB, 삼성과 함께 최하위로 내려앉았다. 삼성은 부상 선수들이 속출하면서 시즌 초반의 기세를 잃었다.

DB도 부상에 신음 중이다. 두경민 선수마저 부상을 당해 팀을 이탈하게 됐다. 1명이 돌아오면 다시 다른 1명이 다치는 악재가 반복되면서 올 시즌 DB는 굉장히 힘든 시즌을 보내고 있다. 부상이 반복되면 전술도 바뀌고 팀워크에도 문제가 생긴다. DB 경기를 보면 그런 부분에서 문제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 김종규 선수가 최근 굉장히 좋아진 몸놀림을 보이고 있지만, 폭발적인 득점력을 보이던 두경민 선수의 공백은 크게만 느껴진다. 앞으로도 3~4주 정도 이탈이 예상되는 만큼, 알바노 선수의 역할이 중요해 보인다. 그렇지만 올 시즌 한국 농구가 처음이고, 선수들의 특성과 심리를 읽고 경기하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스스로 모든 것을 해결하기에는 부족한 시점이다. 그럼에도 다른 선수들을 잘 이용해 플레이하다 중요한 순간에 본인의 힘을 몰아 쓴다면 더 효과적인 경기 운영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팀이 어려울 때 필요한 것은 바로 벤치 멤버들의 활약이다. 코트에서 긴 시간을 보내지 못했던 만큼 경기 감각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 감독들이 벤치 멤버들에게 바라는 것은 에이스 역할이 아니다. 대부분 수비에서부터 에너지 레벨을 올리길 바라고, 찬스가 왔을 때 자신 있게 슛을 던지길 바란다. 그러니 부담을 가질 필요가 없다.

지난 KGC와 DB의 경기를 앞두고 이상범 감독은 잇몸들의 활약을 기대했다. 주전들이 빠진 만큼 식스맨들이 힘을 보태주길 바란 것이다. 두경민 선수가 빠진 뒤 치르는 첫 경기였고, 알바노 선수 역시 컨디션 난조로 플레이가 뻑뻑했지만, 김현호, 박인웅 선수의 투지 넘치는 플레이는 다음 경기를 기대하기에 충분했다. 경기를 많이 뛰면 자연스럽게 경기감각이 생기고 여유도 생기기 마련이다. 본인이 무엇을 하고, 어떤 것이 팀에 도움이 되는지 잘 파악하고 코트에 선다면 좋은 플레이를 할 수 있을 것이다.

2012-2013시즌 우리 팀도 오세근 선수를 비롯해 김일두, 김민욱 등 빅맨들이 줄지어 시즌 아웃을 당하며 큰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그때 정휘량, 최현민 선수 등이 잇몸 역할을 잘 해줬다. 초반만 해도 갑작스럽게 출전 시간이 늘어나면서 동선도 겹치고, 혼나기도 많이 혼났지만 코트에 설 때면 누구보다 성실하게 달렸다. 그렇게 큰 위기를 맞았던 우리는 4강에서 SK에 패해 아쉽게 시즌을 마무리 했지만, 이 두 선수의 투지 넘치는 활약이 없었더라면 그조차도 만들어내지 못했을 것이다. 이런 모습들은 벤치멤버들이 배우고 명심해야 할 부분이다. 좋은 기회를 잘 잡아서 꼭 한 단계 더 성장했으면 좋겠다.

떨어지는 팀이 있으면 올라가는 팀도 있는 법. LG는 상승세를 타고 있다. 김준일, 구탕 선수의 활약이 큰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한다. 구탕 선수의 패스가 김준일 선수를 일으켰다. 또, 커닝햄 선수의 활약도 더해지면서 또 다른 스타일의 팀이 됐다. 마치 조상현 감독이 두 개의 팀을 운영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여기에 시즌 초반 부진했던 이관희 선수가 최근 안정감 있는 경기력으로 힘을 보태고 있고, 흔들리던 이재도 선수 역시 믿음을 더해주고 있다. 상대에게 평균 77점만을 내주는 수비도 인상적이다. 시즌 초반만 해도 연승 없이 승과 패만 반복되는 들쑥날쑥한 팀이었지만 이제는 이관희 선수의 표현대로 ‘지는 법을 잊은’ 팀이 된 것 같다는 생각이다.

게다가 LG는 아직 보여주지 않은 카드가 또 있다. 바로 1순위 지명 선수인 양준석 선수다.

공백이 길었던 터라 복귀 후 바로 좋은 기량을 보일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모두가 고대했던 양준석 선수의 그 실력을 빨리 보고 싶은 마음은 나뿐만 아닐 거라 생각된다. 만약 건강한 양준석 선수가 합류한다면 LG는 색깔 하나를 더할 수 있을 것이다. 잘 준비해서 KBL에 멋지게 등장하기를 기대한다.

한편, 외국선수 교체카드로 반전을 꾀한 팀도 있다. KT다. KT는 시즌 중 외국선수 2명을 모두, 그것도 동시에 교체하는 강수를 뒀다. 결과만 본다면 탁월한 선택이었던 것 같다. 최하위에 머물던 KT는 연승을 달리며 단독 7위까지 올라왔다.

사실, KT의 결정은 위험부담이 큰 결정이었다. 그만큼 절박한 상황에서 단행한 변화라는 의미로도 볼 수 있겠다. 레스터 프로스퍼 선수와 재로드 존스 선수는 33.5득점을 합작하며 공격을 이끌고 있다. 교체 이후 KT는 한국가스공사, DB, 현대모비스, 삼성을 내리 꺾고 4연승 중이다. 어쩌면 KT의 시즌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해도 될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프로스퍼 선수의 쇼맨십도 앞으로 팬들이 수원을 찾는 이유가 될 것 같다.

선수 시절 정말 ‘탁월한 교체였어’라고 느낀 교체가 하나 있다. 바로 2019-2020시즌 DB에 합류한 치아누 오누아쿠 선수다. NBA 진출을 위해 G리그에 남을 줄 알았지만 DB로 행선지를 틀면서 초반부터 활약을 이어갔다. 특히 리바운드와 수비는 당시 10개 구단 외국선수 중 단연 탑이었다. 오누아쿠 선수가 많은 관심을 끌었던 큰 이유는 바로 자유투 폼 때문이었다. 마치 만화 <슬램덩크>의 강백호를 연상케 하는 자세는 생각보다 높은 적중률을 보이며 상대를 허탈하게 했다. 여기에 스마트한 움직임과 터프한 수비도 DB 선전의 원동력이었다. 그 시즌 DB는 28승 15패로 리그 공동 선두로 정규리그를 마쳤다(플레이오프는 코로나19로 인해 열리지 않았다). 과연 KT도 이번 교체로 팀이 그토록 원했던 ‘효자’를 얻었길 기대한다.

이제 2022년 마무리 인사를 드려야 할 것 같다.

해설위원까지 맡으면서 농구에 대한 매력에 더 느끼게 된 한 해였다. 선수로 뛸 때는 보이지 않던 것들을 보게 되면서 굉장히 즐거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칼럼을 쓰는 것도 익숙해지긴 했지만, 내 생각을 디테일하게 쓰는 것은 여전히 힘들다. 해설도 마찬가지다. 할수록 어려 운 분야 같다. 해설의 내용이 누군가에게는 좋지만, 또 누군가에게는 다소 지루하게 들릴 수 있다는 것을 느낀 순간 더욱더 해설이 어렵게 다가왔다. 하지만 초반보다 많이 익숙해진 만큼, 2023년은 좀 더 발전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만족보다는 무탈하게 한 해를 보내게 되어 감사한 마음이 크다. 2023년은 개인적으로 기대가 되는 한 해다. 다른 분야에 도전하고 있고 그 결과물이 나오기도 하는 해이기도 하다. 내 삶도 이전과는 달라질 것이다. 나에게 좋은 일들이 계속해서 일어나기를 기대한다.

농구 팬 여러분도 2023년은 소망하시는 일 모두 이루시고, 건강한 하루하루가 되시기를 바란다. 앞으로 KBL 농구도 더 많이 사랑해 주시고, 기대해 주셨으면 좋겠다. 부족한 칼럼 읽어주시고 응원까지 해주셔서 너무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 2023년에는 더 좋은 모습으로 만나 뵙기를 바라며….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김태술 / 전 프로농구 선수, 현 어쩌다벤저스 멤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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