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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삶 나의 농구] ㉘ 청소년들에게 꿈과 희망을!

--유희형 농구

by econo0706 2023. 2. 16.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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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02. 15. 

 

내 마음도 젊어진 청소년수련관


2005년부터 9년간, 송파구 구립 마천 청소년수련관장을 역임했다. 남한산성 등산로 입구에 있는 5층 건물로 교실(2, 3층)과 도서관(4층), 강당(5층)이 있다. 도서관장직도 맡았다. 송파구청 예산으로 거여, 마천동 지역 저소득층 학생들을 교육하는 장소다. 초· 중등 학생들이 학교 과정을 마친 후 수련관에 와서 방과 후 수업을 받는 곳이다. 매일 200여 명의 꿈나무와 대면하는 것이 보람 있고, 자랑스러웠다. 국, 영, 수를 비롯하여 원어민 영어교실, 체험학습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설했다. 저소득층은 무료지만, 일반 학생은 수강료를 낸다.

 

방학 기간은 종일 수업하고 점심까지 제공한다. 특별활동으로 수영, 스키, 농구, 농촌체험 등이 있다. 인근 주민을 위한 프로그램도 있다. 도서관은 항상 이용할 수 있고, 헬스, 요가 등을 저렴하게 배울 수 있다. 지역에서 사랑받는 명소로 뚜렷하게 자리매김했다. 수련관장직은 우연한 기회에 주어졌다. KBL 프로농구 경기본부장을 역임한 후, 집에서 쉬고 있을 때, 대학원 동기가 찾아왔다. 부인이 마천 청소년수련관 운영부장인데, 관장 자리가 비어있어 후임자를 추천해 달라는 것이다. 청소년 분야 10년 이상 경력자를 찾는다고 했다. 즉시 내가 적임자라고 했다. 체육청소년부 재직 15년이 넘었고, 서기관으로 퇴임했다고 하자, 반가워하며 관장으로 모시겠다고 했다. 곧바로 취임했다. 수련관은 스포츠와 다른 분야로 어린 새싹들의 교육을 책임지는 곳이다. 직원이 20명, 대부분 젊은 여교사들이다. 내 마음도 덩달아 젊어졌다.

스포츠 스태킹 도입


관장으로 취임하자 직원들이 좋아했다. 수련관 위상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이전에는 구청 말단 공무원이 관장을 오라 가라 하며 애를 먹였다고 했다. 해당 부서를 방문했다. 담당과장을 비롯한 직원들이 나를 반갑게 맞아 주었다. 농구팬이었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운영부장이 깜짝 놀라며 그동안 당한 설움을 토해낸다. 예산 지급이 지연되어 직원 급여가 늦어지기도 했다는 것이다. 송파구청 국장이 4급 서기관이다. 내가 국장과 동급이었다는 것과 유명선수 출신이어서 예우가 달라졌다는 것이다. 그들도 나를 알아보고, 공무원 선배로 대우해 주었다. 그때부터 9년간 순탄하게 수련관을 이끌었다. 구청장을 비롯한 의회 의원들, 지역구 국회의원의 배려로 예산확보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 수련관 리모델링을 비롯한 다양한 신규 사업을 할 수 있었다. 새로운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데 주력했다.

 

스포츠 스태킹을 도입했다. 일명 컵 쌓기라고 하는 놀이로 12개의 컵을 가장 바르게 쌓아 올리는 놀이다. 청소년들이 좋아했다. 서울지역 예선 대회를 유치, 성황리에 개최하여 찬사를 받기도 했다. “여유만만 Tea-Food” 이라는 예절교육 프로그램도 만들었다. 다도 예절, 한복 바로 입기, 올바른 절 교육 등을 가르치는 프로그램이다. 수련관 소속 전문 예절교사가 인근 학교를 방문하여 현장에서 학생들을 지도하는 사업도 개발했다. 학부모가 좋아했다. 학생들에게 악기 배울 기회도 만들어 주었다.

 

서울시 예산으로 시립교향악단이 저소득층 자녀에게 무료로 가르쳐 주는 사업인데, 치열한 경쟁을 뚫고 사업을 따냈다. 연간 예산이 1억4000만 원이다. 그 덕에 50명의 학생이 원하는 악기를 무료로 배울 수 있었다. 모든 악기를 제공해 주고, 시향 소속 연주자 3명이 수련관을 방문하여 지도해 주는 프로그램이다. 음악적 소질은 있는데, 가정형편 때문에 악기를 배우지 못한 학생들에게 좋은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트럼펫 등 악기를 처음 접해본 학생들은 신기한 듯 연주에 빠져들었다. 2년 후, 지역주민을 위한 연주회도 열었다. 연주 학생 가족들이 좋아하며 손뼉 치는 모습에 뿌듯함을 느꼈다.

수련관장 시절, 원하는 책을 마음껏 읽을 수 있는 특권도 누렸다. 4층에 도서관이 있기 때문이다. ‘로마인 이야기’, 도스토옙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무라카미 하루키의 ‘노르웨이의 숲(상실의 시대)’ ‘IQ84’등을 감명 깊게 읽었다. 학생들에게 자신의 인격 수양을 위해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고 늘 강조했다. 독서 프로그램도 운영했다. 농촌 체험학습 때는 빠지지 않고 동행했다. 옥수수 따기, 감자 캐기, 송어 잡기 등을 경험해 보는 프로그램이다. 특히 공중질서 지키는 것을 강조했다. 단체행동, 주변 정리, 동료 배려 등 실천을 통한 현장교육을 철저히 하도록 교사들에게 주문했다.

 

귀찮은 일도 있었다. 주변에 있는 기관, 학교에서 운영위원장을 맡아달라는 것이다. 거절했지만, 막무가내로 매달렸다. 인근에 있는 남촌초등학교와 마천어린이집 운영위원장을 맡았다. 그 직은 대가 없이 고생만 하는 자리였다. 어린이집은 1~6세 140명을 수용하는데, 입소 경쟁이 치열하다. 수백 명이 인터넷으로 신청한 후 순서를 기다린다. 나에게도 청탁이 들어온다. 빈자리가 나면 신청순서대로 처리하기 때문에 도와줄 수가 없었다. 남천초등학교 운영위원장직은 시간을 많이 빼앗는 자리였다.

 

학부모 중에서 유능한 재력가가 맡아야 하는데, 적임자가 없다는 이유로 내가 맡았다. 각종 행사에 참석해 인사말을 해야 하고, 운동회, 학예발표회에도 참석해야 한다. 교장을 공모로 선출할 때 고생을 많이 했다. 나를 포함한 교감, 교사, 외부 인사로 구성된 선출위원들이 까다롭게 심사를 한다. 8명이 신청했다. 현직 교감들이 대부분이고, 교육청 장학사도 있었다. 이틀 동안 서류심사를 했다. 마지막으로 후보자가 교육철학과 지도 방식에 대해 소견을 발표한다.

 

심사위원들이 꼼꼼하게 평가한 점수와 학부모들의 투표로 교장 후보를 결정했다. 며칠을 고생했는데, 회의비나 수당 자체가 없었다. 무료 봉사다. 뜻하지 않게 청소년수련관장을 맡은 것은 행운이었다. 송파구의 기관장으로 대우도 받았고 흡족한 보람도 마음껏 누렸다. 특히 어려운 가정환경을 극복하며 열심히 살아가는 청소년들에게 꿈과 희망을 안겨주는 수련관의 교육사업에 일익을 담당했던 일은 가슴 벅찬 추억이었다.

 

유희형 / 전 KBL심판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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