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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스볼 라운지] 2군행 효과

--이용균 야구

by econo0706 2023. 3. 14.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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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06. 03

 

LG 김재박 감독은 현대 감독 시절 종종 ‘쇠똥 냄새’ 얘기 하길 즐겼다. 성적이 부진한 선수에 대해 “쇠똥 냄새 좀 맡고 오면 나아질 것”이라고 했다. 현대의 2군 구장은 고양시 원당에 있었고, 근처에 소를 키우는 목장들이 있어 쇠똥 냄새가 짙다. 신기하게도 2군에 다녀오면 성적이 나아졌다.

 

최근 몇몇 선수들이 2군에 다녀오더니 달라진 방망이 솜씨를 뽐낸다. 물론 현대 유니콘스는 사라졌고, 따라서 쇠똥 냄새를 맡고 온 것은 아니다.

 

LG 최동수는 허리 부상으로 약 보름간 2군에 다녀오더니 3경기에서 홈런 4방에 10타점을 올렸다. 1994년 입단해 14시즌 만인 지난해 처음 1군 규정타석을 채웠으니 최동수에게 그다지 새로울 것도 없는 2군 경험이었지만 최동수는 뭔가 달라져 있었다.

 

최동수는 “2군에는 고통은 있지만 희열이 없다”고 했다. 팬들의 환호 속에서 느끼는 짜릿한 승리의 기쁨. 이걸 맛본 뒤 2군행은 알기 전 2군과는 다르다. 충분한 자극이다.

 

삼성 양준혁도 모처럼 2군에 다녀왔다. “모교인 영남대에서 치른 2군경기는 꽤나 재밌었다”던 양준혁도 돌아온 3경기에서 12타수 5안타로 방망이가 살아났다. 2군 가기 전 1할9푼9리였던 타율이 2할1푼6리로 올랐다.

 

양준혁은 LG 소속이던 2001년 4월25일에도 한 차례 2군에 내려간 적이 있다. 내려가기 전 타율은 2할4푼6리더니, 돌아오자마자 4경기에서 19타수 9안타를 때렸고 타율을 3할3리까지 단숨에 끌어올렸다.

 

결국 2001년 양준혁은 3할5푼5리로 타격왕에 올랐다. 3할5푼5리는 역대 8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2군에 내려가면 마법에라도 걸리는 걸까.

 

양준혁은 “1군에서 매일 경기에 나서다 보면 쫓기듯 조급하게 야구를 하게 된다”고 했다.

 

더 큰 문제는 뭐가 잘못됐는지 알면서도 고치지 못한다는 점이다. 양준혁은 “오른발 스트라이드에 문제가 있는 걸 알면서도 막상 타석에 들어서면 이걸 고치지 못한다. 그러다 보면 아예 망가지는 것”이라고 했다.

 

매일매일이 승부의 연속이고, 당장 한 타석에만 신경쓰다 보면 전체가 망가지는 걸 막을 수 없다. 2군에 내려가면, 그 참에 아예 이걸 뜯어고칠 여유가 생긴다는 거다. 잘못을 알고, 이를 고치는 것. 이게 2군행 효과다.

 

정치권이 수상하다. ‘강부자’ ‘고소영’이라더니 이들의 경기 감각이 엉망진창이다.

 

한 방이 있다던 거포 스윙은 엉뚱한 곳에 ‘물대포’를 쏘고 있고, 두산 도루 3인방보다 빠를 거라던 ‘발야구’는 어처구니 없는 군홧발 사태를 낳고 있다. 이들이야말로 미국 쇠고기 도축장 근처에 마련된 2군에 내려가 ‘쇠똥 냄새’를 맡고와야 하는 게 아닐까. 잘못을 알고, 이를 고치는 것. 양준혁의 말대로 이게 2군행 효과다.

 

이용균 기자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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