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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피치] 야구 사랑 200회… 계속 사랑해주세요

---Inside Pitch

by econo0706 2023. 3. 23.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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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06. 15 

 

숨을 안 쉬다시피 하고 빠르게 세는 데 1분45초가 걸렸습니다. 숨 좀 쉬면서 해보니 3분이 걸리더군요. 1부터 200까지 세는 데 말이죠. 그렇게 1, 2, 3, 4…를 일주일에 하나씩 세면 얼마나 걸릴까요. 중간에 잠깐씩 쉬면서 5년이 걸렸습니다. 2000년 6월 13일 지면에 첫 인사를 한 인사이드피치가 오늘 200번째로 여러분을 만납니다.

 

5년 전의 1회는 '찬호형 나이트클럽 데려가줘'였습니다. 김병현 선수의 애교 섞인 이 말이 인사이드피치의 시작을 알렸지요. 갓 미국에 간 김병현이 미리 가 있던 박찬호에게 객지생활의 외로움을 하소연하는, 그들만의 감춰진 얘기였습니다. 그런 야구계의 뒷얘기나 흐름에 얽힌 사연, 지적해야 할 부분 등을 통해 스포츠의 깊은 맛을 전해보자는 게 지금까지 계속돼 온 인사이드피치의 기본입니다.

 

'인사이드피치 정신'은 제목에 그대로 담겨 있습니다. 타자 몸쪽 공(인사이드피치)은 삐끗하지 않은 직구가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정직하고, 날카롭고, 타자 입장에서는 겁이 납니다. 세상의 깊숙한 안쪽(인사이드)을 정직하게 파고들자는 게 인사이드피치 정신의 시작입니다. 그리고 영어에 익숙지 못한 박찬호가 불펜에서 "아웃코너(미국식으로는 아웃사이드)"라고 하자 당시 불펜코치 마크 크리시가 알아듣지 못했다는 내용의 제2회 "찬호 '아웃코너'에 포수 '무슨 소리'"의 내용처럼 정확한 용어를 쓰자는 의미도 담겨 있습니다.

 

200회 동안 인사이드피치가 가장 중요하게 다룬 덕목은 '원칙과 기본''나보다는 우리'입니다. '빈볼에도 양심 있다'(54회), '우리를 깨달은 김병현'(64회), '원칙을 이길 수 없는 변칙'(88회), '고수 앞에 묘수 없다'(123회), '전쟁은 무명용사들이 한다'(161회) 등에서 페어플레이 정신과 룰을 소중히 여기고 서로 존중하는 마음, 그리고 원칙과 기본에 충실했을 때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려 했습니다.

 

새로운 기사 패턴을 시도하는 것도 인사이드피치의 노력입니다. 2001년 프로야구 관전 포인트를 '가'부터 '하'까지로 시작되는 단어를 통해 소개한 34회, 그 이듬해 '거'부터 '허'로 패턴을 바꾼 '거너더러 도사의 프로야구 미리 보기'(81회)는 스포츠 기사가 지닌 유연성을 살리기 위한 시도였습니다. 한때 유행했던 '쿵쿵따' 끝말잇기로 프로야구 핵심 풀이(114회)를 했고, 노래가사 바꿔 부르기를 시도한 178회 '한국야구 100년을 빛낸 위인들'도 그런 맥락이었지요.

 

지금까지 인사이드피치에 가장 많이 등장한 박찬호 선수는 100승을 올린 뒤 중앙일보를 통해 "100승은 새로운 시작입니다. 멈추지 않고 앞으로 가겠습니다"라고 했습니다. 인사이드피치도 그렇습니다. 200회는 새로운 시작입니다. 멈추지 않을 겁니다. 인사이드피치가 가는 길은 어딘가요. 그 길을 '볼무드(Ballmud)'라고 부르겠습니다. 인간의 지혜와 행복의 비결, 인생의 의의가 담겨 있는 '탈무드(Talmud)'에서 따온 이름입니다. '볼'을 갖고 하는 야구기사를 통해 탈무드의 지혜를 전달하는 그런 글을 쓰고자 하는 의지입니다.

 

200회를 맞은 6월 둘째 주, 메이저리그 현장에서는 최희섭 선수의 3연타석 홈런이 단연 화제입니다. 그 3연타석 홈런의 시작은 어디였을까요. 최희섭 선수의 몸쪽을 파고들던, 바로 '인사이드피치'였습니다.

 

이태일 / 야구전문기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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