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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스볼 라운지] 또 사라지는 야구장

--이용균 야구

by econo0706 2023. 4. 14.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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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09. 30

 

일본인 한국야구전문가인 프리랜서 무로이 마사야를 지난 28일 두산-삼성전이 열린 잠실구장에서 만났다. 손에 커다란 서류철을 들고 있었다. 뭐냐고 물으니 “베이징올림픽때 한국의 9경기 입장권”이라고 했다. 무로이는 올림픽 내내 입장권을 사서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봤다. 첫 경기 미국전은 암표상을 통해 정가보다 10배 가까운 금액에 샀다고 했다.

 

무로이는 그 입장권에다 올림픽에 출전했던 선수와 감독, 코치의 사인을 받았다. 그냥 기념품이었을까. “이 입장권이 11월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코나미컵 아시아시리즈 때 도쿄돔에 전시할 계획”이라고 했다. 한국이 금메달을 딴 경기 입장권은 한국이 아니라 일본에 전시된다.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구장 2개가 올시즌을 마지막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뉴욕 양키스의 홈구장인 양키스타디움은 지난달 22일 마지막 경기를 치렀다. 85년 동안 사용된 경기장은 그 세월만큼이나 엄청난 추억과 역사를 그 속에 묻었다. 양키스 마무리 투수 마리아노 리베라는 마무리 투수 답게 그 경기 마지막을 책임졌고, 경기가 끝난 뒤 수많은 취재진이 지켜보는 앞에서 마운드의 흙을 퍼 담았다. 양키스타디움은 사라지지만, 그 흙은, 기억은, 역사는 병속에 담겨져 살아온 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을 남아있을 것이다.

 

그 추억을 리베라만 갖게 할 수 없었던 모양이다. 열혈 양키스 팬들은 야구장에 몰래 들어가 기념이 될 만한 것들을 챙겼다. 그중 18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45년간 뉴욕 메츠의 홈구장이었던 셰이 스타디움도 29일을 마지막으로 그 역사를 다했다. 셰이 스타디움의 의자는 경매에 부쳐졌다. 의자 2개를 묶어 1쌍에 869달러였다. 팀 상징 색깔이었던 오렌지색과 파란색 의자는 이미 모두 다 주인이 가려졌다.

 

우리는 어떤가. 동대문구장은 이미 철거됐다. 마지막을 기념하려던 프로야구 경기도 무산됐고, 동대문 구장의 유물들은 소리 소문없이 사라졌다. 사실 다 사라진 것은 아니다. 대한야구협회는 조명등 몇 개와 의자 몇 개를 목동구장 창고에 보관 중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금메달을 딴 중국 우커쑹 구장의 베이스를 가져오려고 노력한다더라.

 

그런데 우리는 또 하나의 야구장이 곧 사라진다. 동대문구장이 아마야구의 메카였다면 이곳은 프로야구의 열정과 환희가, 그 어느 곳보다 뜨거웠던 팬들의 열기가 모였던 곳이다. 인천 야구팬들의 관심을 하나로 모았던, 삼미 슈퍼스타즈가, 청보 핀토스가, 태평양 돌핀스가 뛰었고, 현대 유니콘스가 인천 프로야구 사상 처음으로 우승 헹가래를 쳤던 곳. 인천 도원구장이다. 현재 철거를 위해 바리케이드를 쳐 놓았고 올해 안에 철거 공사가 시작된다.

 

그곳 마운드의 흙은, 의자는 또다시 건축 폐기물과 함께 쓰레기장으로 가야 하는 걸까. 일본인 프리랜서가 한국 금메달 입장권을 모아 전시할 때, 우리는 뭘 해야 하는 걸까. 500만 관중에 기뻐하며, 신나게 가을잔치만 즐기면 되는 걸까.

 

이용균 기자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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