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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스볼 라운지] 포수의 기본은 ‘소통’

--이용균 야구

by econo0706 2023. 4. 12.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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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09. 23

 

SK 포수 정상호는 만년 기대주였다. 2001년 계약금 4억5000만원을 받고 입단했지만 입단 이후 가능성을 꽃피우지 못했다.

 

지난 8월31일, SK 주전 포수 박경완이 왼손가락을 다쳤다. 정상호는 마스크를 써야 했다. 이때부터 ‘잠재력’이 폭발했다. ‘도루저지’에 약점이 있다던 정상호는 9월에만 상대의 도루 시도를 7차례나 저지했다. 9월 도루저지율 3할1푼8리. 덩달아 타격도 불을 뿜었다. 대변신이었다.

 

사실 과외를 받았다. 최근 요코하마 베이스타스 2군 총감독 출신의 오카모토 데쓰지로부터 집중 조련을 받았다. 오카모토 전 감독은 한국을 방문했다가 SK 김성근 감독과 코칭스태프의 부탁으로 ‘자원봉사’에 나서 정상호의 잠재력을 이끌어냈다.

 

특별한 게 달라졌을까. 정상호는 “기본을 배웠다. 설명을 듣고나니 그제서야 깨달았다”고 말했다. 달라진 건 송구동작에서의 오른발의 위치뿐. “작은 거였지만 그게 기본이었다”고 말했다.

 

얼마 전 방한한 후루타 아쓰요는 일본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명 포수였다. 안경을 쓴 컴퓨터 포수. 후루타 이후 많은 일본 야구 만화에서 포수들은 모두 안경을 썼다. 한국과 일본 프로야구가 맞붙었던 슈퍼게임에서 일본 선발 이라부 히데키가 1회 김성한 전 KIA 감독에게 홈런을 맞자 마스크를 쓰고 있는 후루타는 곧장 볼배합을 바꿨다. 한국 대표팀은 이후 단 1점도 뽑아내지 못했다.

 

잠실구장에서 만난 후루타에게서 솔직히 아주 많은 것을 기대했다. 안경 쓴 포수는 뭔가 특별한 게 있을 거라는 예감도 들었다. 메이저리그 몬트리올의 감독이었던 제프 토보그는 “포수는 유일하게 다른 8명과 반대 방향으로 앉아 있는 포지션이다. 그렇다면 분명히 뭔가 다르다는 뜻”이라고 얘기한 바 있다.

 

그래서 후루타에게 물었다. 포수가 반드시 갖춰야 할 세 가지 요소가 있다면 무엇일까. 후루타는 크게 고민하지 않았다. “첫째는, 투수와 소통할 수 있는 능력, 둘째는 투수의 공을 잘 잡아내는 능력, 셋째는 2루까지 송구할 수 있는 강한 어깨.” 어찌보면 공자님 말씀이다.

 

그러나 야구는 역시 기본이 중요하다. 후루타가 강조한 포수의 첫번째 요건은 ‘리드’가 아니라 ‘커뮤니케이션’이었다. 포수가 경기를 이끌어 가는 게 아니라 포수가 투수와 ‘소통’하는 게 핵심. 그래서 투수·포수를 뜻하는 ‘배터리’는 전기 배터리의 +, - 양극에서 따온 것이라는 해석이 있다. +에서 나온 전하는 -를 통해 들어간다. 그게 전기장을 만들어내는 힘이고 지구를 움직이는 힘이다.

 

야구를 움직이는 것과 세상을 움직이는 것은 그래서 같다. 굳이 정치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그 혹은 그녀와 잘 소통하고 있습니까. 소통하지 못하면 스트라이크도, 아웃도, 승리도 없으니까.

 

이용균 기자 noda@kyunghyang.com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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