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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스볼 라운지] 선수 내쫓는 ‘FA족쇄’

--이용균 야구

by econo0706 2023. 4. 25.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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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10. 07

 

모처럼 뜨거운 가을야구가 준비 중이다. 그 열기에 일단 찬물 한 바가지 부어야겠다.

 

심정수는 2005년 삼성 유니폼을 입었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이었다. 계약금 20억원에 연봉이 7억5000만원이었다. 플러스 옵션을 합하면 4년 동안 최대 60억원이었다. ‘대박’이라고 불렀다. 소년장사는 야구재벌이 됐다.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리던 심정수는 한국에 남았다.

 

‘심정수 효과’가 있었다. 유망주들의 해외유출을 막았다. 한국에 남아도 충분히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희망을 심었다. 그래서 한기주는 KIA에 남았다.

 

그러나 이제 더이상 FA대박은 없다.

 

지난 겨울 프로야구 8개구단 단장들은 “프로야구의 위기”를 외치며 “FA계약을 규정대로 하는 것만이 살 길”이라고 입을 모았다. ‘FA 3무(無)’를 결정했다. 계약금 없고, 다년계약 없고, 50% 이상 인상 없고. 자기들이 어겨놓고 자기들이 지키자는, 좀 이상한 상황이었지만 어차피 합의는 오래가지 못하리라는 예상이 많았다. 지금껏 그래왔듯 필요하면 또 어길 거라는 한가한 예상. 그래서 단장들은 아예 족쇄를 채워버렸다.

 

올해 야구규약에는 선수들도 잘 모르는 제170조가 슬그머니 생겨났다. 170조는 ‘FA계약위반 처분’에 대한 내용이다.

 

‘FA규약을 위반하여 계약을 체결한 선수는 무효이며, 위반구단은 총재에 의해 5000만원의 제재금이 과해진다. 또한 위반구단은 해당선수와는 향후 선수계약을 할 수 없으며, 이 계약교섭에 참여한 구단 임직원과 해당 선수에게는 각각 만 2년간 직무정지, 임의탈퇴선수 신분의 제재가 주어진다.’

 

앞서 말한 3무 원칙을 지키지 않을 경우 해당선수는 2년간 임의탈퇴로 묶여 경기에 뛸 수 없다. 계약금도 없고, 다년 계약도 없다. 올 겨울 FA 중 여러 구단의 관심을 받고 있는 히어로즈 정성훈의 경우 받을 수 있는 금액은 올해 연봉 3억원에서 50% 인상된 4억5000만원뿐이다. 다년계약이 금지되기 때문에 다음해에 연봉이 깎일 수도 있다. 계약금도 없는 마당에 선수에 대한 권리는 또 구단이 갖는다. 4년을 뛰어야 다시 FA 자격을 얻는다. 이름은 자유계약선수지만 선수에게 자유는 없다. 선수들이 일본행을 택하는 건 당연해 보인다.

 

이쯤되면 해외 스카우트들에게 안방을 내주는 게 문제가 아니라 구단들이 나서서 아예 선수들을 쫓아내자는 얘기다. 두산 김동주가 일찌감치 일본 진출을 선언한 가운데 롯데 손민한, 두산 이혜천이 관심 대상이다. SK 이진영도 갈 수만 있다면 간다는 분위기다. 내년에 FA가 되는 김태균이라고 가만히 있을 리 없다. 불보듯 뻔한 한국 선수들의 일본행 러시. ‘의리’로 붙잡는 시대는 지났다.

 

여자 핸드볼 삼척시청의 이계청 감독은 지난해 5월 우선희를 루마니아팀으로 보내며 “마음이 아프지만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야구가 핸드볼이 되는 날, 오지 않으리란 법 없다. 그러면 그때 야구선수들은 올림픽에서 죽어라 뛰어야 할 거다.

 

이용균 기자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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